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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갚기


BY 그대향기 2015-10-29

​여행가방을 꾸리는 중이다.

큰행사도 무사히 잘 치루었고​ 이제 떠나는 일만 남았다.

올해는 가까운 산으로 단풍이나 구경하러 가려고 했었다.

아니면 휴양림으로 들어가서 그야말로 편안한 휴식을 만끽하려고 했었다.

휴가를 생각하다가 오래 전 빚을 갚기로 했다.

25년 전 부산에서 하던 남편의 사업이 망하고​

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던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그냥 망한게 아니라 빚까지 떠 안은 상태로 사업이 망했기에

어린 세 아이들과 헤쳐 나가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남편은 날마다 가세가 기운 것을 자기 탓으로 돌렸고 깊은 갈등에 빠져 있었다.

외항어선의 통신국장이었던 형님을 남편이 사업에 합류시켰기에

그 모든 책임을 남편이 져야한다며 자책했고 책임감의 중압감으로 덜컥 암에 걸렸다.

날린 재산이야 그렇다치고라도 남은 빚을 우리가 갚기로 했지만

현실은 막막했고 빠듯한 월급쟁이로는 어렵고 긴 터널이었다.

우리가 힘들어 할 때와 남편이 암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있을 때​ 막내오빠가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다.

신용카드를 주면서 안 갚아도 된다며 한 카드사 빚은 갚으라고 했다.

최고한도액을 ​ 다 빼 쓴 카드가 만만찮은 돈이었는데 오빠는 그걸로 갚으라고 했다.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는 생각에 거절하지 못하고 덜렁 받았다.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았다.

그것도 잠시 남편은 암 수술을 했다.

또 막막했는데 오빠는 시댁식구들 보다 먼저 병원으로 달려왔고 목돈을 들고왔다.

우째 이런 일이 있느냐며 안타까워하던 막내오빠였다.

그러구러 세월은 25년이나 흘렀고 우리는 잘 살아냈다.

그리고 이제 어느 정도 안정도 되어가고 아이들도 잘 자라줬다.

막내오빠도 오빠지만 올케한테 늘 빚진 기분을 내려 놓지 못했다.

이번에 휴가일정을 잡으면서 막내오빠한테 ​부부가 혹시 3박 4일 동안 집을 떠나도 되냐고 물었다.

오빠는 대장암을 수술하고 후유증이 오래 가는 중이다.

배변시간이 일정치가 않아서 긴장하고 살아가는 형편이다.

직장생활은 어렵고 ​올케와 아이들의 힘으로 사는 중이다.

몇시간씩 집을 떠나면 배변때문에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도 일단 물어봤더나 거절은 안 하고 올케가 일하는 직장에 물어본단다.

영 불안하면 요즘은 입는 기저귀도 있으니 잘 생각해 보라고 했더니 긍정적인 대답이 왔다.

근처에 사는 큰딸하고 두 외손녀를 데리고 떠나는 일본 온천여행을 예약했다.

밤배로 갔다가 밤배로 돌아오는 저렴한 여행상품이 있었다.

6명이다보니 그것도 적지 않은 경비다.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

오빠는 해외여행이 처음이다.

더 좋은데 큰 여행을 선물하고 싶었지만 6명은 내 능력이 모자란다.

배에서 가는 날 오는 날 자고 일본에서는 하룻밤 자는 일정이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여행이라 배에서 숙소도 업그레이드했다.​

나중에 더 여유가 생기면 멋진 여행을 가기로 하고 이번은 가까운 일본이다.

인천공항까지 가지 않아도 되서 예약을 했다.

부산여객선터미널은 가까우니 좋은데 인천은 너무 멀다.

어른들만 떠나는 여행이면 인천공항까지 가도 좋지만 아이들은 무리다.

막내오빠의 첫 해외여행을 비행기로 떠나지 못해서 조금 안타깝다.​

행사 끝나고 조금씩 나오는 수고비를 악착같이 모아서 떠나는 여행이다.

어버이날이나 외부손님들이 오시면 약간의 위로금이 생기기도 한다.

거기다가 휴가비​ 120만원까지 월급에는 축을 안 낸다는게 내 철칙이다.

이 돈은 철저히 휴가를 위한 돈으로만 쓰기로 했다.

그런 일이라도 있어야 빡빡한 직장생활이 즐겁다.

나 혼자 예약을 하고 남편한테 통보했더니 기발한 생각이었다며 칭찬을 했다.

도움 받을 때는 그렇지만 친정 일이라 조심스러웠지만

25년 된 빚을 갚는다고 했더니 잘했단다.​

큰딸도 아이들 키우느라 마음데로 멀리 가지도 못하다가 신나한다.

남편은 벼르고 벼르던 전국 일주를 바이크로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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