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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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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침투혼


BY 그대향기 2015-10-22

​드디어 오늘 끝이 났다.

일년 중에서 가장 큰 행사가 끝이 났다.

청소부터 다른 준비까지 한달은 더 걸린 큰 행사였다.

아픈 어깨가 걱정이 되어 정형외과로 통증크리닉으로

안 가던 병원을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어깨를 달래면서 준비를 했다.

직원이 있지만 내가 해야 되는 일은 맡길 수 없는 일들이었다.

영 못  쓸 정도는 모면했기에 행사가 다가와도 조금 안심은 되었지만

그래도 막상 바쁘면 아픈 어깨로 무거운 밥솥을 들어야할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일단 양의사가 할 수있는 처방은 다 받았고

무리하지 말라는 너무나   당연한 처방은 들으나마나...

이 일을 그만두지 않는 한 그런 처방은 안 들은만 못하다.

급기야 벌침을 맞기로 했다.

몸이 아프면 벌을 잡아 스스로 벌침을 맞는다는 밀양의 지인한테 벌을 부탁했다.

우리집 행사 때 늘 오시는 분이라 흔쾌히 그러마고 하셨다.

조그마한     플라스틱 상자에 벌을 스무마리쯤 잡아오셨다.

안에 사탕도 넣고 수분이 마르면 안된다고 휴지에 물을 적셔 덮어 오셨다.

사방 숨구멍이 뚫려있어 윙~윙~윙~​벌 소리가 요란했다.

행사 중이었지만 어깨를 드러내고 두 방이나 맞았다.

따끔.....따끔

벌 침이 어깨에 들어가는 순간  통증이 왔다.

그래도 안 아프다면 이쯤이야 싶었다.

다른 벌들은 통에 잘 담아서 빛이 안 들어가게 손수건을 감싸 두고

800명 점심을 하느라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바빴다.

통증이 가라앉으니 어깨가 가렵기 시작했다.

가려움증이 이틀이 지나도록 없어지지 않고 있다.

침 맞은 부위가 벌겋게 부어 올라있지만 아프지 않으니 좋다.

이틀 전에 두방 맞고 오늘은 내가 내 손으로 벌 두마리를 잡아서 또 맞았다.

플라스틱 통에 달린 작은 창을 조금만 열고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벌을 잡아서

아픈 어깨에 벌의 엉덩이 부분을 갖다대면 따끔......

벌은 지 죽을 줄 모르고 침을 놓는다.

벌침효과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일단은 큰 고통없이 행사를 잘 치루었다.

벌을 잡아오면서 약국에 들러서 석회화가 되어가는 어깨에 좋다는 약까지 일주일분 지어오셨다.

얼른 먹고 빨리 나으라시며.

평소에도 농사 지은 수박이며 감자를 제일 먼저 갖다주시는 고마운 분이다.

법 없어도 살 것 같은 순박하고 따뜻한 분이다.

나는 보답으로 작은 쇼핑백에 건강보조식품과 가정필수품을 좀 챙겨드렸다.

뭘 바라고 하신 일은 아니었지만 고마움의 인사는 해야할 것 같아서 미리 준비했었다.

행사 때 마다 주방에 들러서 어깨를 주물러 주고 가시곤 한다.

"다른 사람도 안 아파야하지만 주방장은  절대로 아프면 안된다 아이가."​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2박 3일 행사를 무사히 잘 치루게 해 주심도 감사하고

아직도 몇번 더 맞을 벌들이 거실 상자에서 윙윙거리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이제는 행사도 다 끝났으니 미루어뒀던 여름휴가를 떠날 일만 남았다.

뒷정리가 끝나는데로 휴가를 떠날 계획이다.

단풍이 아름다운 곳으로  떠나자.

7박 8일을 가장 알차게 가장 즐겁게~ㅎㅎ

몇 년 전 휴가처럼 조용한 휴양림도 좋고

천천히 해안도로만 다녀보는 것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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