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좋게 금요일 저녁 한영애 40주년 콘서트를 보러갔다.
끝나고 화장실에 들렀는데 그만 핸드백을 통째로 두고 나왔다.
공연 시작부터 계속 전화벨이 울려 신경쓰였었는데
거기에 정신이 팔려 통화하다가 그만 나도모르게 그냥 나왔던 것이다.
핸드백이 없어진 줄도 모르고 있다가 한참만에 뭔가 허전해서
어깨를 살피니 아차 싶었다.
다시 화장실로 가보았지만 이미 늦었고
행사데스크니 코엑스 물품보관소도 들러보았지만 허탕을 치고 말았다.
머리속은 핸드백에 뭐가 들어있지? 하면서
나도 모르게 손실 금액을 따져보았다.
가방은 짜가니까 얼마안되고 지갑엔 몇만원 들어있고 거기엔 각종 카드가
들었는데 얼른 분실신고를 했다.
지갑도 선물받아서 소중한 것인데 하면서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큰 액수가 아니니까 괜찮다는 또다른 위로를 했다.
그동안 살면서 나는 몇번이나 지갑과 핸드폰을 주워 다 주인을 돌려주었는데
설마 다시 돌아올거라는 기대 또한 했다.
그래도 자신의 경솔함을 탓하면서 그냥 맥없이 투덜투덜 늦은시간에
아파트에 도착했다.
어이없는 실수에 같이간 친구에게 창피하기도 하고 각종 도서관카드를 다시 만들어야 되는데
이사와서 발급이 안될텐데 하는 걱정을 하면서 현관문에 들어서는데
때아닌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뭐 잃어버린 게 없냐고
알고보니 핸드백을 주우신 분이 한동안 그곳에서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다가
집으로 가져 갔다고 한다.
전화번호를 받고 통화를 하고 다음날 찾으러 가기로 약속했다.
순간 지옥과 천당을 갔다온 기분이었다.
음식물 처리 카드를 보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검색을 해서 전화를 하셨다고 했다.
얼마나 고맙던지....사시는 곳이 집에서 많이 먼 곳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살만한 세상이야...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어제 지인들과 대학로 공연을 보러가서 담소를 나누었는데
7~80년대 미국으로 이민간 세대들이 다시 역이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노인이 되어 건강이라도 안좋으면 양로원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 비용이 엄청 비싸다고 한다.
의료보험도 차등적용이 되어 제대로 받으려면 많이 내야되고 간단한 처치에도
비용이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잠깐 한국에 나온 지인도 나이들면
다시 돌아올 거라고 하면서...
우리나라 만큼 살기 좋은 나라가 없다고... 그 말이 맞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