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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의 철이가 기계인간이 되었다면 절대로 모르는 인간의 이것....


BY 새우초밥 2015-10-03



 

 어린시절 그저 재미있다는 공상과학만화로만 생각하고 무심코 보았던 은하철도 999,

 우주의 부유한 사람들은 기계의 몸체'에 정신을 옮겨 기계화 인간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기계의 몸을 얻을 수 없기에 기계화 인간에게 박해받고 있다.

 그러다가 무료로 기계의 몸을 준다는 안드로메다의 별을 목표로 주인공인 철이는 신비의 여인 메텔과

 은하초특급 999호에 탑승하고 온 우주를 누비면서 격게되는 이야기인데 그때는 몰랐지만

 이 만화에서 이야기하고자하는 결론이란 기계는 모르는 인간의 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나중에 알고 봤더니 메델이라는 여자는 자신의 어머니가 기계로 있는 행성으로

 철이를 데리고가는 사람이라는것.

 

 

 

 과연 인간의 정이란 어디에서 나오는지...

 

 1998년,

 그때 한참 시의원 선거가 시작되었고 나는 내가 살던 동네에서 나온 후보자 지원을 위하여

 초등학교 바로 앞에 있던 후보자의 사무실을 자발적으로 찾아가서는 자원봉사자가 되면서

 내가 맡은 일이라면 피아노 학원처럼 생긴 사무실의 한쪽 작은 1평이 겨우 될까 싶은

 작은 공간에서 지역주민들에게 하루종일 전화를 거는것이 내가 맡은 임무였고 전화번호를

 일일히 보면서 전화하고 있을때 어느날 베란다쪽이 있는 창문쪽으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 하나가 나를 보고 있는것이 아닌가.

 

 그때가 여름이였는데 전화기와 인명부밖에 없는 책상에 수박이 몇개 접시에 올려져 있다

 나를 바라보던 그 아이에게 수박을 먹어라고 건내주니까 맛있게 먹고는 갔는데

 그 아이는 다음날에도 그리고 그 다음날에도 찾아온다.

 하루종일 전화업무만 하다보면 입안에서 단내가 보이고 식사시간을 제외한 시간에는

 전화하는 업무에만 매달려있기에 따분하다.

 그런데 마치 한줄기 빛처럼 다가 온 그 여자 아이하고 친구가 되어버린 순간이랄까.

 

 전화 마치고 잠시 휴식하는 시간에 그 아이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하고 먹을것이 있으면

 그 아이에게 자주 건내주다보니 그 아이는 나를 믿을 수 있는 아저씨로 생각했을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창문밖에서 서성인다.

 늦게 오는날에는 무슨 일이 있는지 얼굴이 어두워져 보이면 어디 아픈지

 나하고 전혀 상관이 없는 아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아이는 내 동생처럼 챙기게 되었고

 그 아이가 웃음을 보여주는 날이면 일하는것도 바쁘고 시간은 빨리 흘러간다.

 그러다 어느날,

 내가 후원하던 그분이 드디어 동네 시내버스 사장님을 제치고 시의원으로 당선이 되었다.

 

     "아저씨 이제 여기 그만둔다."

 

 뜻밖의 말에 그 아이는 궁금한지 이것 저것 물어보는데 난 차마 이제 난 여기 오지 않을것이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다.

 

    "저기 보이는 아저씨가 시의원으로 당선이 되었거든..

     그래서 이제 난 더 이상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

 

 한달동안 같은 시간에 사무실에 나오고 햇빛이 비치는 아침에 청소하던 그 시간이 소중하지만

 그보다는 한 아이와 알게 모르게 맺었던 소중한 정이 더 귀했다.

 하루 이틀 그리고 자꾸만 만나다보니 사람이니까 정이든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의 정이란것이 정말 무섭다.

 

 내가 사무실에 그만 나온다고 하니까 울어버리는 그 여자 아이..

 그 아이도 그저 4개의 전화거는 작은 공간중에 한곳을 새가 날아들듯이 찾아왔고

 자신 앞에 있는 한 남자가 자신에게 생각지도 않았는데 잘해주니까

 그 아이도 나에게 정이 든것 같은데 누가 이런 말을 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잘해주는 사람을 잘 안다."

 

 이 사람이 잘해주는지 아니면 자신을 경계하는지를...

 

 학창시절 시골에가면 숙모님이 출산했던 조카들을 바쁜 아침에 유모차에 태워서

 끌고 다니면서 숙모님의 바쁜 시간을 덜어주었는데 아이를 좋아하다보니

 시의원 선거때도 창문밖에 서 있던 그 아이에게도 마음을 준것이 아닌지.

 

 기계는 모르지만 사람이라면 절실하게 느끼는 인간의 끈끈한 정,

 

 세상을 살다보니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래서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이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다보면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것처럼 한동안은 허전한 마음에 빠져들고

 시간이 흘러가면 인연이 되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서 우정을 유지하고

 다시 찾아오는 헤어짐에 마음에 생채기가 생기는데 마음 아픈줄 알면서도

 또 다시 새로운 사람과 인연을 맺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 사람이 곁에서 머물고 싶어하는 사람이던지 나중에 떠나갈려고 하는 사람이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