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왜 이리 빠른지 모르겠다.
2015년도 새 달력을 받고 빨간 날이 몇날이나 되나...세어본지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9월 중순을 넘어서고 있다.
허둥대다 여름이 다 지나갔고
행사 마무리겸 뒷정리를 하다보니 가을햇살이 눈부시다.
이달 말 27일에 추석명절이 있어 마음은 더 바쁜 계획들로 분주하다.
여기저기 보낼 추석명절 선물에 현금 나갈 일들이 살짝 긴장하게 한다.
55년이나 길들여지고 살아 온 날들인데도 늘 고민스럽다.
시댁에 올해는 뭘 하고 얼마나 드려야할까?
남편은 차 트렁크가 비좁도록 넣고 넣고 또 넣고....
6남매 가정마다 넘치도록 챙길거고 어머님댁에도 더 가져갈게 없나 나를 채근하고.
나도 어지간히 하는 편인데 남편은 시댁에 갈 때는 고기잡이 투망을 치듯 집안을 훑는다.
그러고도 현금까지 또 드리고 와야 직성이 풀린다.
나는 모르쇠.
시댁에 뭘 해 주든 얼마나 해 주든 알고도 모른척 모르고도 진짜 모른척.
그러는 남편의 마음이 편하다면 그저 봐 주고 있다.
우리보다 형편이 나은 시누이도 있지만 남편은 자기가 해야 편한가보다.
시댁은 4형제 2자매 그래서 6남맨데 남편이 가장 노릇을 하고 장남 노릇을 한다.
명절만 되면 우리가족이 탄 몸무게보다 선물꾸러미 무게가 더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긍정 또 긍정.
공연히 명절기분 망치기 싫어서 다 드리고 만다.
결혼 후 30년 동안 살아오면서 느낀 점은 남편들이 잘 삐진다는거다.
특히 시댁문제로 각을 세우면 더 잘 삐진다는 거.
어지간하면 넘어가 주고 눈 감아주는게 가정의 평화를 위한다는 거다.
며칠 전에도 남편은 시댁에 드릴 제기세트에다가 제기함, 병풍을 사 왔다.
몇년 전에 내 용돈으로 스텐 재질의 제기를 사 드렸다.
돌아가신 남편의 생모제사 때만 쓰는거라 간단한 걸로 샀다.
몇년 쓰다보니 좀 허술한 것 같아서 내가 목기를 다시 사려고 알아보고 있었는데
남편이 선수를 친거다.
아주 새 병풍까지 일습으로 다 사 왔다.
다른 형제들 다 있어도 안 하고 모른 척 하는 일들을...나는 잘했다 칭찬만 해 줬다.
옻칠이 여러번 된 깔끔하고 단단하고 멋지기까지 했다.
제기로 쓰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릇도 다양하고 폼이 났다.
우리야 제사를 안 드리지만 부산시댁에서는 제사를 드린다.
그걸 싣고 또 부산 시댁까지 밤 중에 배달하는 남편, 참 효자다.
나는 거기다가 또 서랍장에 누룽지까지 두판 구워서 드리는 실속까지.
아버님 돌아가시고 짐 정리를 한다고 한 어머님 안방에 허술한 서랍장이 눈에 밟혔다.
우리집에 있던 4단 서랍장을 얼른 실어 보냈다.
우리야 다음에 또 사면 되고.
새거 사 드리면 더 좋겠지만 이미 출혈이 심했다.
그렇다고 추석에 빈손으로도 못 갈 거.
이래저래 쭈그러드는 우리 살림이여.ㅠㅠㅠ
밤 12시가 다 되어서 돌아 온 남편은 피곤한지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
"어머님 좋아하시대?"
"으응..많이 좋아하시더라.
당신이 샀다고 했지.
고맙다고 하시더라."
이 남자 점수 따는 방법도 다 아네~`ㅋㅋㅋ
그냥 지금처럼 남편이 효도 하고 싶은데로 봐 주기다.
어머님 돌아가시고 나면 더 하고 싶어도 못 할 거니까.
장모님 살아 계실 때 잘 한 남편이니 이쁘게 봐 준다.
그래도 어떤 때는 너무 하는거 아님??
다른 형제도 있는데 좀 과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그렇게 살아 온 사람인데
줄이라거나 하지 말라고 한다면 고쳐질까?
지금 시어머님은 새어머니기는 했어도 남편한테 끔찍했던 어머님이시니
돌아가실 때까지 잘 모시다가 후회가 적도록 살아야 할 것 같다.
친정엄마가 안 계시니 순전히 나만 손해보는 아닌가?
친정엄마 돌아가시고 친정에 잘 안 가지는게 이상할 정도다.
오빠 부부야 당연히 반겨주지만 엄마 안 계시는 집이 썰렁하다.
이번 추석에는 친정에 안 가려도 며칠 전 미리 다녀왔다.
엄마 돌아가시고 한번도 안 가봤던 산소에도 가서 두 외손녀 인사도 드리고
솔밭에 부는 바람결에 엄마 숨결이라도 느껴질까 귀도 쫑긋 해 봤다.
엄마 가신 날은 추운 겨울이었지 아마?
선들선들한 가을 바람이 부는 엄마 산소에는 평화롭기만 했다.
햇살 좋고 맑은 가을 하늘이 잘 보이는 곳.
추석은 가까워지고 사람의 도리는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