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여수여행을 잘 마치고 오늘 오후 집에 도착했다.
연세가 89세 87세 두 할머니와 70대 후반 할머니 60대 후반 두 할머니
우리 부부까지 7명이 떠난 여행이었다.
멀미가 심해서 못 간 할머니는 집에 있겠다고 하셨다.
젊은 할머니라 스스로 밥 해결은 가능했기에 밑반찬만 잘 챙겨드렸다.
여행밑반찬을 충실히 준비했다.
누룽지도 굽고 배추김치에 부추김치 파김치까지 김치만 세종류에
삼겹살을 넣고 묵은 김치찜을 했고,쇠고기 장조림과 강된장에 구운 김까지.
잡곡을 많이 넣은 쌀을 준비했다.
당뇨가 심한 할머니들이라 늘 밥이 신경쓰인다.
커다란 아이스박스에 큰 덩어리 얼음 두개를 깔고 반찬을 채워 넣었다.
무슨 피난민 보따리같이 엄청난 준비물들이다.
개인 짐들은 스스로 챙기기로 하고 일단은 공동살림은 내가 준비했다.
간식으로 먹을 복숭아며 바나나 포도 옥수수는 따로 박스 포장
드디어 화요일 오전 9시에 남해 독일마을로 출발했다.
친구가 먼저 갔다가 올려 준 사진을 보고 너무 예뻐서 꼭 가 보리라 마음먹고 갔는데
할머니들이 차에서 안 내리려고 하시는 바람에 마을로 한바퀴 휭~돌기만 하고 말았다.
독일식 정원이 예쁘다고 했는데....
집들도 뾰족뾰족 유럽여행 때 봤던 그런 지붕들이었는데 아쉬웠다.
여행객들이 많아 독일마을이 북적이고 있었다.
뭐 어쩌겠는가?
할머니들을 위한 여행인데 할머니들이 싫다시는데...
여수로 내려 가는 중간 길이라 하동을 들리자고 하셨다.
화재가 나기 전에 가 봤던 화개장터였는데 화재 후 아직 공사 중이었고 어수선했다.
그럼 순천만으로 가서 이 아쉬움을 달래자.
순천만정원박람회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우리나라 여행지라고 말하고 싶다.
어마어마한 규모도 그렇지만 그 안에 전시되어 있고 조성된 여러나라의 정원들이
하나하나 구경하기 너무 좋은데 여기서도 넓어서 걷지 못하시고 순환버스에 탑승
안내방송으로만 듣고 미니버스 안에서 그 좋은 정원을 휙~휙~ 빠르게 구경했다.
여러나라의 다양한 꽃들과 정원들이 아기자기 얼마나 좋은데......
순천만 갈대숲에는 당연히 못갔다.
거기까지가서.
가을의 갈대밭을 가 본 추억이 있어서 푸른 갈대도 너무 보고 싶었지만 또 패스.
여수로 고고싱~
여수에서 먹은 게장정식은 상상했던 것 기대했던 것 그 이상으로 대만족이었다.
전라도의 후한 인심이야 익히 아는거지만 음식 맛 또한 좋았다.
게장정식으로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두가지가 나오는데 기대이상으로 맛있었다.
밥도둑이야 당연한거고 돌게의 그 달달하고 깊은 맛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까?
한입 꾸욱.....베어 물면 달짝짭쪼름한 속살이 입 안 가득 들어오는데 아우~~~
나는 개인적으로 간장게장이 더 맛있었다.
양념게장은 너무 달고 매운 앙념맛으로 돌게의 깊은 맛이 좀 희석 되는데
간장게장은 짭쪼름하면서도 담백한 그 맛은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고개 들 참도 없이 밥그릇에 게딱지에 든 알을 박박 긁어내어 비벼 먹기 바빴다.
그것도 모자라 작은 돌게딱지에 밥한숟갈을 넣고 다시 비벼 먹기까지.
입천장이 홀라당 벗겨질 정도로 먹어도 배가 불러 못 먹지 주면 또 먹을 것 같은 맛이다.
여수에 가시거들랑 꼭 게장정식을 먹고 오시길.
목포삼합은 큰꽃게 간장게장과 홍어삭힌거 돼지고기 수육인데 그것도 아주 맛있다.
여수는 게장정식인데 돌게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그리고 돌게전골에 큰새우젓갈이 일품이었다.
식사는 아침은 펜션에서 가져 간 밑반찬으로 해 먹고 점심저녁은 맛집을 찾아다녔다.
광어와 농어, 멍게회도 어시장에 가서 직접 떠서 먹으니 양도 많았고 꼬들하게 먹을 수 있었다.
여수엑스포 시설 안에서 야간에 있은 빅오쇼(BIG O SHOW)
감탄이 절로 나오는 멋진 레이져쇼와 분수쇼는 현란한 빛의 대향연이었고 물의 우아함이었다.
인간의 기술이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지 가늠이 어려운 고난이도 기술로 탄성이 절로 터져나왔다.
여수밤바다의 갯내를 기분 좋게 맡으며 멋진 여름밤 하늘에 펼쳐지던 쇼는
여수에 온 걸 후회하지 않게 하는 화려하고 아름답고 힘이 넘치는 환상적인 쇼였다.
해상케이블카도 탔고 유람선을 타고 오동도를 돌았고 이순신장군의 유적지도 돌았다.
오래 머무르지 못했고 구석구석 꼼꼼하게 다 돌아보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지만
양손에 두 할머니들을 잡고 이끄느라, 휠체어를 미느라 땀범벅이 되긴 했지만 충분히 즐거웠다.
내년을 또 기약할 수 없는 연세들이라 하루하루 감사해 하시는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내년에는 울릉도나 제주도로 가자고 약속은 했지만 가능하실지....
몇장의 사진들은 이동 중에 잠깐씩 시간을 내어 찍거나
달리는 차 안에서 몇장 건진 것들이 전부다.
남편도 사진 찍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이다보니 여행의 추억을 많이 못 남겼다.
여러장을 찍어 개중에서 골라야 하는데 몇장 없다보니 고르고말고 할게 없다.
모릿속에 든 추억도 중요하지만 사진으로 남겨 놓는 기록이 더 중요한데 아쉽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해 뒀던 펜션도 넓고 쾌적했다.
넓은 거실과 우리가 잠들었던 방에서 보이는 아침바다는
잠시라도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게 하는 위로였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아직 우리 부부가 누려야 할 일주일간의 황금같은 휴가는 남아있다.
단풍이 곱게 드는 가을 날 진짜 휴가다운 휴가를 떠나리라 아껴뒀다.
내 생의 마지막날이 언제일지 모르는 할머니들과의 2박 3일 휴가는
매순간순간이 감사였고 찬송이었고 날씨까지도 축복처럼 시원했다.
내년을 기약하며 휴가를 마무리하시는 모습이 아름답다.
젊은 우리 부부가 많은 위로가 되신다니 그 또한 감사할 일이다.
2박 3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가는 빗줄기를 만났다.
여름이 그 위용을 잃어가는 즈음에 여수밤바다를 다녀 온 그대향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