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엄살이 심하다.
그냥 쉽고 편하게만 살아와서 그런지 오늘은 유난히 힘이들고 피곤한 하루다.
처음에는 초등학생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즐겁고 행복해서 이것 저것 자료를 수집해서 아이들과 시간을 잘 보내려고
노력을 했는데 이젠 처음보다 열정이 식었다.
1학년 아이들은 대체로 착하고 순수하다.
그런데 그중 몇 명은 선생님의 말도 안듣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사람을 힘들게한다.
그런아이들에게는 칭찬의 힘이 필요하다.
내가 먼저 다가가 아는척을 하고 관심을 주면 좋아하면서 즐거워한다.
오후 담당선생님은 첫 날부터 소리를 질러서 내심 놀라기도하고 이해가 가지않아 속으로
'난 소리를 지르지 않을꺼야.
얼마나 귀여운 천사들인데...ㅎㅎ' 이렇게 다짐을 했건만,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지나니 나도 소리를 지르지 않을수 가 없다.
고운말로 우아하게 이야기를 하면 듣는척도 하지않는 녀석들에게
냅다 소리를 한 번 질렀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조용하다.
사실 난 목상태가 별로 좋지않아 소리를 마냥 지를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리고 어지간하면 좋게좋게 부드럽게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하다.
오늘은 서은이가 옥수수를 가져왔다.
"선생님, 이거 엄마가 선생님 드시래요."
"그래? 고맙다고 전해드려, 잘 먹을께.."
몇 분 지나지 않아 서은이가 말한다.
"선생님, 옥수수 친구들하고 나눠 먹어도 되요?"
"그래.. 선생님이 잘라줄테니까 서은이가 하나씩 나누어 줘"
신이난 서은이는 친구들에게 큰소리로 외친다.
그런데 몇명 아이들은 먹겠다고 오는데 관심이 없는 아이든 다가서질 않는다.
평소에도 서은이는 거짓말을 곧잘해서 친구들에게 별로 인기는 없다.
오늘도 옥수수와 딱지로 선심을 사고 싶은데 생각보다 잘안되나 보다.
측은하기도 해서 옥수수가 맛있다고 다같이 먹자고 했다.
서은이는 자기가 가져왔다며 친구들에게 또 자랑을한다.
해맑게 웃다가도 아무렇지않게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그러니 친구들도 서은이를 거짓말장이라고 놀린다.
몇 번 타이르면서 자꾸 거짓말을 하면 친구들이 싫어해서 함께 놀지 않는다고
거짓말은 나쁘다고 일러주니 조금씩 거짓말의 빈도수가 적어지는듯하다.
환경수준이 달라서인지 아직 글을 더듬거리며 읽거나 쓰기가 부족한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림일기를 써보자고 하면 그림만 그리고 그만 하겠다고 한다.
선생님이 도와준다고 붙잡으면 몇 줄의 일기를 쓰고 놀고싶어한다.
아직 1학년이니 서두르지는 않지만 잘하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는 아이들도 종종있다.
점심시간에 대부분 배달된 도시락을 먹거나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는데
과일 한 쪽을 몰래 갖다주면서 수줍어하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사랑스럽다.
개구장이가 그런행동을 하면 난 해벌쭉 웃어준다.
점심을 먹고 공기놀이를 함께 하자고 조르는 녀석들과 호흡을 맞춰주면 엄청 좋아하면서
선생님은 너무 잘해서 왼손으로 해야된단다.
이런! 왼손으로 하니 점수가 오르지 않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며 깔깔거리는 모습에
나또한 웃어본다.
그래 내일은 오늘하려다가 못한 윷놀이도 해보자꾸나.
목이 아파온다. 몸살이 오면 안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