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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절도범


BY 그대향기 2015-07-26

사랑스런 절도범
사랑스런 절도범 

연밭을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웠다. 

"나 저 연꽃 딱 한송이만 따 주면 안될까? 

 한송이만 집에서 우려 내 보고 싶어서 그래. 

 안에 들어가지 말고 가장자리에서 딱 한송이만 따 줘요." 

 

차를 몰고 농로를 지나는데 더 넓은 연밭이 문제였다. 

중간 중간 연꽃이 피기 시작했고 

화려한  연꽃은 나를 그만 유혹하고 말았다. 

남의 농사밭인데.... 

 

딱 한송이만 갖고 싶었다. 

더도말고 딱 한송이만 따 달라고 졸랐다. 

연밭을 훅 지나가다가 뒤로뒤로 차를 후진하더니 

앞뒤로 다른 차가 오나 안 오나 확인하고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뚝~~! 

 

간은 콩알만 해 졌고 나는 차창을 열고 손나팔을 하고선 

남편더러 얼른 나오라고 나지막하게 고함을 질렀다. 

질척거리는 연밭에는 안 들어가고 논두렁에서 손을 뻗어 

딱 한송이만 똑 따서 나오라고 했더니 활짝 핀거 한송이와 봉오리 두송이를 따왔다. 

 

행여 연밭 주인이 지나가다가 우릴 발견할 까 봐 간이 콩알만 해 졌다. 

얼른 가자고 다그치니 남의 것 따 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리도 난리냐고 웃었다. 

음~~ 

탐스럽고 향긋한 이 꽃 늘 가지고 싶었는데... 

 

여기는 연밭이 제법 있다. 

장날 연근도 많이 난다. 

연을 화초로 사는 거 말고 꽃을 좀 사고 싶어도 주인을 통 만날수가 없었다. 

연꽃차를 만들 때는 백련만 쓴다는데 백련보다 홍련이 많다. 

 

연잎차는 집에 있는데 연꽃차는 인터넷으로 구매가능하다는데  

그것보다는 내가 직접 만들고 싶었다. 

백련만  구하면 연잎차 만들기도 다른 차에 비하면 쉬운데 아쉽다. 

오늘 이 연도 홍련이라 먹을 수는 없다. 

 

그래도 은은한 향이 방안 가득 풍겨 장마에 눅눅한 기분을 한방에 날려준다. 

뜨거운 물을  부을 때 마치 새롭게 피는 듯 

연잎이 한잎 두잎 벌어지는 모양이 얼마나 신비로운지. 

나중에 한가해 지면 텃밭을 웅덩이처럼 만들어서 연밭을 만들고 싶다. 

 

한번 심어두면 캐 먹지 않는다면 해마다 연마디에서 불어나지 않을까? 

연근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꽃차와 연잎차를 구하기 위해서 꼭 만들어 보고싶다. 

큰 돈 들이지 않더라도 개울이 텃밭 바로 옆에 흐르고 있고 

조금만 손 보면 쉽게 웅덩이를 만들수 있어서 마음에 두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은 많고 몸은 자유롭지 못하고...ㅎㅎㅎ 

누구는 할일은 많고 세상은 넓다고 하던데 

나는 하고 싶은 일은 많고 몸은 하나고 아쉽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건 아직 젊은 열정이 식지 않았다는 증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