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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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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바람


BY 마가렛 2015-07-26

때늦은 장마로 며칠째 비가 계속 진행형이다.

여자 셋의 만남 장소인 충무로에도 장마비와 세찬바람이 분다.

오래간만에 만난 그녀들은 대한극장에서 만날 때부터 신이났다.

분기별로 만나는 모임이라 그동안의 못한 이야기를 하려면 순번을 정하고, 아니 정하지 않아도

돌아가면서 자연스레 말을 풀어놓는다.

 

제이는 아들이 공부에 뜻이 없어서 대학을 가지않고 경찰공무원 시험을 일 년 준비해서

당당하게 경찰관실습을 받고 있어서 기분이 좋단다.

유독 개성이 강한 아들이라 언제 경찰을 그만둘지 모르겠다고 조마조마 하면서도

근무 잘하고 있는 아들의 깨알자랑을 풀어놓는다.

 근무중에 걸려온호주사람의 전화를 차분하게 받고(서튼 영어실력이었지만) 응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시킨 것이 모범사례가 되어

표창장 까지 받았다며  제이를 힘들게 하고 마음고생을 많이시킨 아들이 대견하다며

이대로 쭈욱 잘되길 바란단다.

그녀가 많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햇던 지난 날들이 생각이 나서 가슴이 찡햇다.

중국지사에 근무햇던 남편이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노심초사했었는데

한국으로 들어와 꾸준하게 치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회복을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단다.

아들은 한국에 들어와 고등학교를 편입해서 다녀야하는데 학교에 가기 싫다며 자기방에서 두문분출하더니

어느날 검정고시를 보고 한동안 방황의 시절을 보내다가 군대를 갔다와서 고시촌에서 공부를 하더니

경찰공무원에 보란듯이 합격을 했단다.

중국에서는 상위레벨에서 사모님 소리를 들어가면서 생활했던 제이에게는 남편의 교통사고로

삶이 바뀌었지만 꿋꿋한 아내로 남편을 돌보며 "막내아들 하나 더 키우고 있어"라고 말하는

그녀가 경이롭게 느껴진다.

기억력이 많이 모자란 남편과 다행히 함께 일할수 있는 곳이 있어 오전에 부부가 함께 일하면서

용돈까지 벌수 있어서 그녀에게 내린 하느님의 선물이라며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단다.

큰딸은 번듯한 직장에 다니면서 직장동료의 소개로 만난 남자와 데이트를 잘하고 있다니 머지않아

'장모님' 소리를 듣지 않겠냐며 너스레을 떨며 웃는 그녀의 보조개가 이쁘다.

 

늦은 점심을 먹고 디저트 장소로 설빙으로 가서 커피와 인절미빙수를 시켜놓고 수다가 이어졌다.

란은 아들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호주로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학비도 비싸지만 피부에 민감에 아들이라 화장품값이 많이 들어간다며 푸념을 한다.

잘생긴 외모에 자신감은 떨어지는 성격이기에 더욱 외모에 신경을 쓴다는 그녀의 말이다.

엄마보다 할머니와 친한 (직장생활로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키워주셨다)아들은 엄마보다

할머니를 더 의지하며 할머니를 늘 그리워한단다.

딸은 약학과 편입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란이 운영하는 영어 공부방에 아이들이 예전같이 많지않아서

걱정이란다.

남편은 아들이 유학가는 걸 결사반대했던 분이라 모든 비용은 란의 책임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늘어나는 대출금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산단다.

그나마 집 한 채가  그 옛날 란의 퇴직금으로 구입한 거라 가능하지만 점점 어렵단다.

그런대도 란은 친구들을 좋아해서 친구들에게 점심도 잘사고 사용해보고 좋다싶은 제품은

꼭 선물을 하는 습관이 있다.

 

나는 이번에 돌보미교사로 일을하게 되어 즐겁게 여름을 보낸다는 이야기에

그녀들은 아이들과 생활해서 더 이뻐졌다며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선생님 결혼하셨어요?

선생님 집에 가지마세요...

선생님만 이거 드시고 다른애들 주시면 안돼요..

선생님 이거 어떻게 풀어요?

선생님 저애가 날 때려요...

깨알같은 아이들과의 일상의 이야기가 그녀들은 재미있는지 계속 돌보미교사를 하란다.

남편은 새로운 일에 몰두하느라 바쁘고,

8월에 잠깐 들어오는 딸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는 나의 말에 그녀들은 자기일처럼 즐거워한다.

그러고보니 우리들은 직장생활 할 때부터 깔끔한 성격이 비슷해서 친했고

지금은 맏며느리들이고 남매을 두었다는 공통점에 할 이야기가 더 많은거 같다.

 

헤어지기가 아쉬운 란이 말한다.

가을에는 1박2일로 바다가 보이는 호텔에서 맘껏 수다를 떨자고..

미리 예약하라고 나에게 등을 떠미는 그녀들의 입가의 미소는 바닷가의 예쁜조개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