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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저금통


BY 그대향기 2015-07-16

항아리저금통
항아리저금통

 

 

"보너스 나온 거 줘요" 

며칠 전에 큰 행사를 하나 치루고 나온 수고비를 달라고 남편을 졸랐다. 

급료와 정기보너스 이 외에 큰 행사가 있을 때 마다 조금씩의 수고비가 따로 나온다. 

그 수고비는 남편과 내 것이 각각 나오지만 남편은 늘 나한테 다 줬다. 

급료는 아이들 생활비와 적금 그리고 보험료 등으로 다 들어가기 때문에 

나는 일절 축내지 않는다. 

 

집의 모든 경제권은 남편한테 일임을 해 버렸다. 

뭐 남는 장사라야 머리를 쓰지 

이리저리 메꾸다보면 어떤 평달에는 마이너스일 때도 있다. 

아이들한테 갑자기 목돈이 들어가는 달에는 휘청하다가 보너스달에 숨고르기를 한다. 

그러니 내가 따로 가로챌 여유가 없다. 

남편한테 그 골칫덩어리를 다 떠 넘기고 나는 모르쇠~ 

 

그 대신 휴가비 절반과 따로 나오는 수고비는 오롯이 내 몫이다. 

가끔씩 손님들이 수고한다고 비공식적으로 주는 금액이 있기도 하다. 

그렇게 생긴 돈은 일절 가정경제에  쓰지 않는다. 

남편이 아무리 앓는 소리를 해도 일절 모른다로. 

몇만원부터 몇십만원까지 악착같이 모은다. 

군것질도 하지 않는 나는 한번 돼지에 넣으면 꽤 오래 둔다. 

 

그러다가 큰딸이 결혼을 할 때, 둘째와 막내 아들 치열교정 때 

큰딸이 라식인가 라섹인가 수술한다고 할 때,집 리모델링할 때 

그럴 때 과감하게 돼지를 잡았다. 

그리고 두번의 해외여행 서유럽과 동유럽 갈 때. 

남편의 옷을 세탁해 주고도 세탁비를 받기도 했다. 

지나가다가 뽀뽀 한번 해 주고도 뽀뽀값을 받기도 하고.ㅋㅋㅋ 

 

날더러 지독하다고 하면서도 선선히 잔돈을 꺼내주는 남편이다. 

그 돈이 결국에는 어디에 쓰일지 잘 아는 남편은 나보다 더 영악한지도 모른다. 

그 대신 명품에 혹 해서 마구 질러대는 아내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카드를 줘도 단 한번도 긁고 오지 못하는 간 작은 아내인 것도. 

지금은 플리스틱 돼지저금통 대신 커다란 항아리를 거실에 떠억하니 갖다놨다. 

그 항아리 꽉 차면 뚜껑 열자고. 

 

그건 솔직히 어려운 주문이고 나는 또 꿈을 키우는 중이다. 

지금 둘째는 우즈베키스탄에 가 있다. 

러시아어를 공부 중이고 더 큰 꿈을 위해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지만 둘째가 이루고자 하는 꿈이 이루어 지길 바란다. 

그리고 내 희망은 

둘째하고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기차여행을 하고 싶다. 

 

그게 몇년 뒤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꿈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내가 직장에 다니는 동안 장거리 여행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일을 쉬면 큰 지출이 어려울 것이고 나는 먹고 입는데 큰 욕심이 없다. 

보고 느끼고 추억하는데 더 관심이 많다. 

환갑때쯤에는  남편하고 같이 가까운 곳으로 크루즈여행도 가고 싶다. 

5년이나 더 후에 일이니까 애들한테 축금도 좀 받고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ㅎㅎㅎ 

 

여행도 오가는 경비는 어쩔수 없는 지출이니 하는 수 없지만 

여행지에서 선물이나 다른 쇼핑에 홀리지 않는다면 충분히 알뜰히 다녀올 수 있다. 

인터넷을 눈이 따갑도록 검색을 하다보면 비수기 때 좋은 상품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수기 때 제주도에 가는 경비에서 조금만 더 쓰면 유럽여행도 가능하다는 걸 경험했다. 

다른 사람들 500만원이 넘는 돈으로 유럽에 다녀온 걸 나는 200 조금 넘는 돈으로 다녀왔다. 

국내여행은 나중에 쉬엄쉬엄 다니기로 하고 다리 힘 좋을 때 멀리 다녀 오기로. 

 

여행지에서 철저하게 아끼고 또 아꼈다. 

여행을 떠날 수 있는것만도 감사해서 다른 경비는 거의 동결. 

현지 옵션은 좋은 것만 골라서 선택했다. 

두번 또 그 나라에 갈 일이 있기나 할까 싶어서. 

가이드가 아무리 침을 튀기며 꼬드겨도 쇼핑센타에서는 소 닭보듯 했다. 

가이드비용 따로 줬는데 굳이 쇼핑을 해 가며 보태줄 이유는 없지 않을까? 

 

내 의지대로 여행지를 검색하고 여행가방을 꾸릴 기간도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 

길어야 몇년? 

그 기간 동안 부지런히 일하고 부지런히 저축을 하고 부지런히 다녀볼 참이다. 

로또가 대박을 터뜨리지 않는 한 개미정신으로 살 밖에. 

내가 행복해야 우리가정도 행복하지. 

나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리 할 거다. 

 

여행이 그 이유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큰 이유 중에 하나다. 

아컴에서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밤 11시 48분) 글을 쓰는 것도 아주 행복한 일이다. 

내 작은 서재 완벽한 나만의 공간인 것도 행복하고. 

먼데서 남편의 낮은 숨소리가 고르게 들리는 것도 나는 행복하다. 

조용하게 부는듯 마는 듯 약하게 불어 주는 선풍기 바람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 이 시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