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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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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노처녀 그 여자)


BY 편지 2015-06-24


그 여자는 몇 년째 이곳을 드나들고 있다.

그 여자의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다.

온 몸에서 풍기는 담배 냄새와 담배에 찌든 탁한 목소리 때문에

저기 저 소읍쯤에 있는 허름한 가게에서 막걸리 파는 사연 많은 여자의 느낌이랄까?

왜 있잖은가? 소설 속에서 나오는 남자에 버림받는

술장사 해서 뒷바라지를 했더니 남자는 돈 많은 젊은 여자와 바람처럼 떠난다는 한국소설처럼.

그 여자가 본 나의 첫인상은 송곳으로 콕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동인간 같았단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사적인 이야기를 그 여자가 먼저 풀어 놓았다.

결혼을 안 한 오십 후반의 처녀라고 하면서 병을 얻어 수술을 몇 번하고

한 달에 한두 번씩 병원에 가서 진찰을 하고 약을 먹고 있다고 했다.

나는 무슨 병인지는 꼬치꼬치 물어보지 않았다.

누가 아프다면 나는 겁부터 털컥나서 길게 듣고 싶지 않다.

가진 게 없어 나라에서 얼마씩 보조금을 받고 있다며, 이젠 가난도 창피하지 않다고 한다.

거의 집에서 나오지 않고, 병원에 가면서 이곳에 들려 쉬었다 간단다.

젊을 땐 갖가지 욕심이 많았지만 그것이 사치라는 걸 이제 안다고 하면서

이렇게 라도 살아있고, 나라에서 먹고 살 돈을 줘서 나름 행복할 때가 더러 더러 있다고 했다.

 

나도 얘기해줬다.

산전수전 공중전 겪어서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며 살다 보니 행복해 졌다고 말했다.

한참 전쟁을 치를 땐 행복이 남의 나라 이야긴 줄 알았더니 이렇게 일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옛날엔 나 잘났다고 큰소리치고, 옆에 사람 보듬을 줄 모르고 개인주의자로 살았는데

지금은 생판 모르는 남한테도 웃으며 얘기할 수 있고,

이곳에 오는 모든 분들에게 미소 띄우며 맞이할 수 있고,

이곳 뜰에 찾아오는 고양이 두 마리도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차 한잔 마시며, 꽃 한 송이 들여다보는 순간이 정말 정말 좋다고 덧붙여 말해주었다.

 

그 여자분이 오늘 선물을 들고 오셨다. 책 한 권. “이우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실화소설이라고 했다.

나는 얼른 품에 앉으며 정말 고맙다고 입을 벌릴 수 있을 만큼 벌려서 웃어 주었다.

 

오늘따라 이곳에 오는 모든 분들이 반갑다.

화단에 매일 놀러 오는 길 고양이 두 마리도 정말 귀엽고 반가운 오후 네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