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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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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BY 그대향기 2015-06-06

 

 

사람은 평생을 살면서 얼마만큼의 인연을 맺으며 살까? 

날마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끝내기도 하겠지. 

게 중에서 좋은 인연도 있을거고 나쁜 인연 즉 악연도 있을거고. 

 

며칠 전에 고등학교 동창한테서 카톡으로 문자가 도착했다. 

어떻게 지내냐고? 

3학년 때 우리반 아이들이 밴드를 결성해서 활동이 대단하다며. 

 

나는 휴대폰을 사용하기는 해도 전화 걸고 받고 아이들하고 카톡이나 하고 

문자 오는 거 확인하거나 사진 찍어 카스에 올리는 정도로 끝이다. 

밴드도 들어가 있기는 해도 활동이 거의 없다. 

 

바쁠 때 계속 울려대는 신호음이 신경 쓰이기도 하고 

일일이 답장 해 주는 것도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그냥  무음으로 해 놓고 거의 안 들어가 봤다. 

 

친구가 일부러 문자까지 해 주는데 싶어서 들어가 봤더니 

정말로 여러 친구들이 서로 연락을 주고 받고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내가 들어 온 걸 확인 한 어떤 친구가 당장 전화를 걸었다. 

 

거의 35년 만의 전화. 

얼굴은 가물가물한테 이름은 익다. 

고등학교 때 내 광펜이었음을 몇번이나 강조한다.ㅎㅎㅎ 

 

키도 크고 씩씩하고  통솔력있고 시원시원한 성격에 반했노라고. 

그런데 친구야 3학년 때 왜 갑자기 반장을 그만뒀어? 

내가 35년 만에 우리 담임선생님을 며칠전 만났었는데  그거 꼭 물어 보고싶었는데.... 

 

의외였다. 

35년 동안 내가 왜 학기 중간에 반장을 그만뒀는지 궁금해 한 친구가 있었다니.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네. 

 

나는 산학협동고등학교에 다녔다. 

낮에는 일하고, 아니다 밤에도 일하는 날이 한달에 한주는 있었구나. 

밤에는 공부를 하는 그런 학교. 

 

1학년 때 부터 반장을 하기 시작해서 3학년때까지 줄반장으로 했다. 

일단은 덩치가 있고 생긴 것도 기분 나쁘게는 안 생기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문제는 3학년 때 였다. 

 

반장 투표를 했는데 내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또 반장이 되었고 

담임선생님은 작고 곱상한 학생을 점 찍어 뒀는데 어긋나 버리고 말았다. 

학생들은 내 편이었지만 담임은 늘 삐딱시선이었다. 

 

그런 중에 반 학급비를 모아 둔 돈이 사라지는 사건이 생겼다. 

내 가방 뒤에 넣어 두고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감쪽 같이 사라진 거다. 

누가 가져갔으며 어디로 간지는 아무도 몰랐다. 

 

선생님은 이때다 싶어서 반장의 책임을 다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반장을 갈아치웠다. 

아이들은 들고 있어났다. 

우리가 뽑은 반장을 왜 선생님이 갈아치우냐고. 

 

우리 손으로 뽑은 반장을  왜 선생님이 갈아치우냐고 조회나 종례 때 마다 항의했지만 묵살. 

원래 담임이 점 찍어 둔 그 학생이 반장이 되고 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나는 홧김에 학교를 일주일 정도 결석을 했다. 

 

급기야 새 반장이 나를 찾아왔다. 

좀 도와달라고. 

학생들이 너무 비 협조적이라 반을 이끌어 나가기 힘들다고. 

 

그것도 네 능력이라고 거절했다. 

일주일 쯤 결석하고 학교를 갔더니 교련선생님이 교무실로 나를 부르셨다. 

이누무시키야...왜 결석했어? 

 

교련선생님은 1학년 때 부터 나를 잘 보신 선생님이셨다. 

3학년이 되면 전체 (한학년 30학급 총 90학급)연대장을 시킬거라고 별르고 계셨는데  

막상 연대장 추천에 나를 넣으니 전체 결석이 3일이 넘으면 안되는데 난 1주일이나. 

 

반에서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은 줄 모르는 선생님이시라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너를 임마 연대장 시킬라꼬 내가 막 추천하니 결석이 많다 안카나? 

와 결석을 그리 마이 했노? 

 

다른 말은 안했다. 

그냥 몸이 안 좋아서 그렇게 됐습니다로만 끝냈다. 

그 후로도 난 결석을 가끔 했다. 

 

그 전에는 단 하루도 하지 않은 결석을. 

만약에 결석도 안하고 연대장에 무사히 당선되고 학교생활을 착실히 했더라면 

나도  대학을 갔을지도 모른다.

 

내 친구들 중에 그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서도 악바리 근성으로 공부를 해서 

대학교수도 여럿 나왔고 화가에 서예가 뇌전문가에 의사까지. 

참 다양한 분야에서 정말 멋지게 살고 있다. 

 

담임과 나의 인연은 악연일까? 

희연은 아니라고 본다. 

졸업 후 교련선생님을 우연히 한번 뵌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아쉬워 하셨다. 

 

학생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고 그런 억압을 행사한 담임 

한창 사춘기 소녀한테 그건 너무 잔인한 징벌이었다. 

35년 만에 의문이 풀린 내 친구는 자기가 더 아쉬워했다.ㅎㅎㅎ 

 

며칠있다가 그 담임은 중학교에 교장선생님으로 부임하신다니 참.... 

세월이 35년이나 흘렀는데 새삼스럽고 상처는 아물었는데 아린다. 

그래서 세월은 약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