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하고 무거운 겨울 옷을 정리해 넣었다.
얇고 밝은 봄옷을 꺼내면서 안 입어지는 옷들을 아웃 시키기로 결정.
이쁘긴한데 불편해서 안 입어지는 벨트옷은 과감히 처리.
날씬해 보이기는 한데 두리뭉실한 몸매를 커버하지 못하는 것도 동일선상.
이렇게 저렇게 정리하다보니 편하고 덜 이쁜 옷들만 남았다.
언제부턴가 고무줄바지를 선호하는 나를 발견한다.
꼭 끼거나 배를 집어 넣어야 폼이나는 옷들은 자꾸 피하게 된다.
밥을 조금 더 먹더라도 불편하지 않은 편한 고무줄바지만 입게된다.
윗도리는 나온 배를 덮어주는 긴 남방이나 티셔츠더라도 박스형.ㅋㅋㅋ
바람부는 봄에 딱 좋은 야상도 큼지막한 것들뿐.
애들은 자꾸 크게만 입으니 몸매도 그렇게 된다며 딱 맞는 옷을 골라 입으라고 한다.
정말 그렇긴한데 당장 불편하니 안 입게 된다.
뭐 밥을 많이 먹는 스타일도 아닌데 불편한게 귀찮다.
덜 이쁘더라도 편한게 최고다.
몸에 꼭 끼는 옷은 숨쉬기도 버겁다.
되도록이면 순면소재로 된 박스형을 선호한다.
안에서나 밖에서도 헐렁하게.
가끔은 스키니에 스포티한 티셔츠를 입으면 애들이 놀란다.
"엄마~늘 그렇게 입고 다니세요.
아주 젊어보이잖아요."
겨울 동안 두껍고 헐렁한 옷들만 입고 살아서 그런지 살이 약간 불었다.
당장 운동에 돌입.
굴리고 늘리고 찢고....
혼자 거실에서 난리부르스를 춘다.
지금 입는 바지가 작아지면 한치수 늘려야 하는데 그건 안되지.
나는 밥이 너무 맛있다.
과식은 안하는데 압력밥솥의 뚜껑을 여는 순간 밥냄새가 좋아 흠흠흠.....
냄새로 먼저 먹고 손가락으로 밥알을 몇개 집어 먹어본다.
음~
고소하고 쫄깃쫄깃한 이 맛~
반찬은 둘째치고 밥이 이렇게 맛있으니...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지는 않는데 지금의 건강을 유지는 해야한다.
건강검진을 하러가면 언제나 과체중이라고 나온다.
빌어먹을 표준치다.
한국아줌마체형에 맞춘게 아니라 말라깽이 모델체형에 맞춘 기준치다.
이제는 놀라거나 당황하지도 않는다.
표준치가 잘못된거지 나는 정상이라고 자위하면서.
그래도 조심은 해야하겠지.
이제 중년이고 여러가지 성인병이 걱정되는 나이다.
봄옷을 정리하다가 건강한 내일을 걱정한다.
오래사는 것도 좋다.
그보다 더 중요한건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남편이 그런다.
혹시 자기가 먼저 죽더라도 부동산이건 현금이건 아이들한테 미리 주지 말란다.
죽는 날까지 힘이 있어야 자식들한테 무시 안 당할거라고.
나이들어서 병원이나 요양원 아니면 양로원에 들어 가더라도 부모가 능력이 되어야 한다고.
아플 때 마다 자식들한테 손 벌려야 하고 큰 수술이라도 하게 된다면
처음에는 놀라고 슬퍼서 한달음에 달려 오지만
횟수가 늘어나고 금액이 커 지면 아무리 자식이라도 부담스럽고 힘들어 한단다.
공부시켜주고 결혼시켜 주는 것 까지만 부모가 책임 져 주고 그 다음은 부모노후 준비로.
요즘은 시설 좋은 요양병원도 있고 양로원도 많다.
자식들한테 노후문제를 책임지게 하기에는 세태가 그렇게 흐르지 못하고 있다.
바쁜 맞벌이 자식들이라 더 그렇다.
아들도 며느리들도
딸도 사위들도 다 바쁜 요즘이다.
당장은 부모가 왜 물려 주지 않는지 궁금하고 야속할지 모른다.
때로는 그 것 때문에 부모자식간에 하지 못할 끔찍한 일도 저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자식들은 착하다.
같은 집에서 부모님들을 끝까지 잘 봉양하는 자식들도 많다.
그럴 형편이 못 될 경우 부모한테 시설 좋은 양로원이나 요양병원에 갈 능력이 된다면
부모 자식 둘 다한테 좋은 일이다.
극단적인 말로 요양병원이 현대판 효자라는 사람들도 있다.
세끼 따뜻한 밥에 목욕까지 시켜 주고 친구들이 있으니 더 할 나위없이 좋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자식들과 격리된 생활을 못 견뎌 하신다.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시고 적응기간에 우울증까지 동반하신다고 들었다.
나는 미리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겠다.
이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