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친구 덕분에 오랜만에 집 근처 대학교 소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한편을 관람하게 되었다.
그보다 10년전 아는분 주선으로 교육대학교에서 열렸던 연극을 관람하고부터는
영화와는 다른 연극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는데 나도 이제는 연극관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지만 그게 쉽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친구 회사에서 근무하는 아가씨가 주인공인데 2~3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한명은 사장 그리고 나머지는 또 다른 직원,
아주 작은 소극장처럼 마련되어있는 장소에서 여자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연극,
연극의 70%가 여자 주인공의 독백으로 할애가 되는데 그녀는 회사에서 일 못하는 직원으로
회사 감원 핑계로 회사 사장이 그녀를 쫓아내면서 시작된다.
그녀가 밤거리를 한참동안 정처없이 떠돈다.
빵이 먹고 싶은 마음에 가게 앞에서 눈치를 보지만 남자 점원은 돌아보지 않고
또 한 남자는 그녀의 도와달라는 부탁을 모른척 지나간다.
그때 지나가는 남자 3이라는 명찰을 가슴에 달고있는 남자가 그녀를 발견,
물을 마시게하고는 왜 이 밤거리에 혼자 울고 있냐고 질문하자
그녀는 회사에서 쫓겨나 집에 갈려고 했지만 힘들게 회사에 들어갔는데
쫓겨나고 생각해보니 부모님 얼굴 볼 면목이 없다면서 길거리 노숙자 신세가 되었다고..
그 말에 지나가는 남자 3 이 사람은 그녀를 나무 밑에 잠시 휴식하게 하는데.....
이 남자는 아가씨에게 자신은 어린시절부터 고아로 자라서 온갖 일을 다 했고 지금은
길거리에서 전단지 날라주고 그 돈으로 살아간다면서 힘내라고 아가씨에게 말하고
자신은 예전에 큰 병에 걸려서 죽을 고비 넘겨가면서 인생을 살아왔다면서
자살 생각하지 말라고 여자에게 충고한다.
"어느날 저기 보이는 상가안에 국수집이 있는데 하루는 사장님이 저에게
인생은 값진것이라고 죽지말고 살라면서 국수를 그냥 먹어라고 주시는데
큰 감명을 받았어요...인생 하나 하나가 값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연극은 2시간동안 계속되고 여자는 혼자 살고 싶다는 마음을 정리하면서
혼자 살고 싶은 집을 찾아가지만 쉽지 않고 다시 지하도쪽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다시 그때 지신에게 용기를 심어주었단 지나가는 남자 3를 찾아보지만 없다.
사람들에게 그 남자가 어디있는지 수소문해봐도 찾을 길 없을때,
경찰이 그녀를 찾아오는데 그녀에게 그 남자가 병워에 있다고 말하고 찾아가보니
그 남자는 폐렴에 걸려서 오늘 내일 한다.
자신에게 용기를 심어주었던 그 남자의 모습에서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그 남자는
그녀에게 단풍잎 하나를 건내주는데 어느날 나무 밑에서 노숙하다보니 가을이라서
단풍이 자신에게 떨어졌는데 그 단풍이 아름답게 보였다면서 건내주고
그 남자는 그녀 앞에서....
그렇게 지나가는 남자 3의 인생은 끝을 맺었다.
한참동안 닥닥한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멍하니 불꺼진 공간을 바라보는데 먹먹했었다.
그러고보니 사람들은 나에게 넌 미래를 어떤식으로 살면 좋을지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가끔은 내가 몇살에 죽을지 상상해보면 79살이라는 숫자가 머리속에서 나오는데
사실 그 나이에 죽고 싶은 마음은 없고 오래살고 싶은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어제 병원 투석실에서 바로 옆에 누워있었던 아가씨를 보니까 이제 처음 투석하는지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목으로 관을 주입하면 만들어지는 관이 하나 있는데
그것을 보면 마치 산위에 있는 방송국 안테나처럼 하늘 높이 솟아져 있다고
그래서 안테나라고 호칭하는데 한동안은 그쪽으로 투석하고 시작할때
간호사들은 비닐장갑을 끼고는 빨간색 포비돔으로 소독하는것을 볼 수 있다.
나도 15년전 그렇게 그녀처럼 목으로 투석을 시작했고 현재는 팔로 하고 있지만
14년이 지나가는 지금까지 하게 될줄 누가 생각을 했을까.
이제 그녀도 파란만장한 세월이 펼쳐지는 순간이다.
세월은 한 사람의 아픔을 기억해주지 않고 오로지 행복한것만 기억해주는것이 세월이고
하루 하루 감사하게 살아가는것보다는 오늘 하루 즐겁게 산다는것이 곧 사는것이라고..
나는 절대로 지인들에게 감사하게 살아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오로지 즐겁게 산다고 말을하는데 나의 꿈은 철도 역무원이 되는것이였다.
한참 어린시절 부모님 따라서 부산 사상쪽 친척집에 갔을때 가끔 나의귀에 들려오던
마치 나를 누군가 잡아 이끄는 것처럼 기차의 기적소리가 들리면 맨발로 뛰어나가서
산쪽에서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는것이 하나의 재미였다.
그리고 마침 그 집은 2층집이였는데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기에 호기심에 그 계단을
타고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 시절 무서워서 내려가지 못했지만 부모님 따라서 그 집에 갈때마다
기차 기적소리에 맨발로 나가는 아이였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기차 역무원 시험을 쳤지만 고배를 마셨다.
기차를 타고 온 세상을 돌아다니는 꿈을 어린시절 가졌는데 처음 기차를 타게 된때는
내 나이 23살시절 우연히 대구가는 무궁화를 타게 되면서 그 이후로 대구에서 살다보니
항상 한달에 3~4번은 부산 내려올때 9시28분에 출발하는 출퇴근 동차를 이용하게 되는
기차를 타는 멋을 한동안 누리었다.
내 나이 40대에 나도 어찌보면 지나가는 남자 3이 아닐까.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을 되돌아보면 빛나는 인생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 아닌 상대방을
위하여 열심히 살았다는것에는 자부하는데 그래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래도 알뜰하게 살았다는 지나가는 남자 3이다.
누군가를 위하여 그늘이 되고 시원한 물줄기가 되어주는 지나가는 남자 3,
항상 그런 좋은 지나가는 남자 3으로 남아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