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세계는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일들이 있다.
윤지가 내게 묻는다.
"아빠가 우리집에 안오는건 이제 알겠는데 할머니까지 왜 안오는거야?"
"할머니는 아빠의 엄마거든."
"그래도 내 할머니잖아."
그건 맞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봉착한다.
아이들이 며칠씩 우리집에 와서 머물다 갔다.
"하루만 더 있다 가면 안되요?"
갈때마다 윤지는 가기 싫다고 졸라댄다,
헤어질때마다 눈물을 보이는 윤지때문에 늘 가슴이 아프다.
언제쯤이나 참 편한 세상이 오려나.
이별 없는 세상을 꿈꾼다,
여전히 목요일마다 당산동에 가서 고모님과 시간을 보낸다.
화투 칠때 함께 먹을 초코렛 값을 내게 반을 물게하시는 고모땜에 웃고 만다.
구십이 넘도록 그리 살아오셨으니 어찌 변화를 바라겠는가.
남에게 무언가를 바라는것도 이제 그만둔다.'
나도 나이를 먹었으니 포기 할 부분은 포기가 된다.
누군가 나에 대해서 포기 하기도 했겠지.
겨울이 길기도 하다.
왠지 자꾸 우울해지는 겨울이다.
감기도 자주 찾아오고 소화불량도 자주 찾아온다.
혼자 병들고 혼자 늙어간다는것은 슬픈 일이다.
나는 이제 혼자가 싫다.
꿈꾸던 자유라는것이 별거 아니라는것을 깨달았기때문일까.
아이들이 엄마랑 필립핀 여행을 떠난단다.
할머니도 함께 가면 안되냐고 윤지가 내게 전화를 했다.
윤지를 거절하고 나니 마음이 쓸쓸하다.
생각해보니 이제 여권도 없다.
하나 만들어 놓을까..
필요할때가 있긴 할까.
내 할머니야.
윤지는 윤하의 접근도 용서 못한다.
언니가 할머니 무릎을 혼자 차지 하니 윤하는 실실 웃으면서 내 등을 타고 올라 거꾸로 무릎까지 도착한다.
기습당한 윤지가 소리를 지른다.
윤하때문에 많이 웃는다.
삼월이면 윤지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아이들은 커가고 나는 늙어가겠지.
슬픈 일보다 기쁜 일이 조금 더 많기를 바래본다.
인간의 소원은 어디가 종착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