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번듯한 상점 보다는 노점을 더 좋아한다.
번듯한 상점 앞 작은 자투리공간이나 골목에서 나무판대기 좌판을 펴 놓고
집에서 손수 농사 지은 채소나 생선을 파는 할머니들에게 더 자주 들리는 편이다.
좌판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은 상점에 들어가더라도 어지간하면 좌판을 애용하는 편이다.
그 날도 행사준비로 (500명) 새벽시장 큰 도매상에서 거의 다 주문을 마치고
평일에 먹을 할머니들의 반찬거리를 사러 돌아다니다가
닭집 앞 한평도 안되는 작은 공간에서 좌판을 펴고 생선을 파는 아줌마한테로 갔다.
주로 갈치나 조기를 파는 아줌만데 단골이 된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간다.
요즘은 생선도 수입품이 많다보니 믿을만한 단골집만 간다.
두툼하고 때깔 좋아 보여도 톱밥을 씹는 것 같은 갈치는 수입품이라 맛이 없다.
갈치 비늘이 얼룩덜룩 좀 벗겨졌어도 먹갈치라는 갈치는 아주 맛이 좋다.
그 날은 4마리에 만원이라고 적어 놨길레 3만원어치를 샀다.
3만원어치면 12마리면 되는데 한마리 두마리 세마리 네마리.....
만원어치나 더 얹어 주셨다.
미안해서 내가 하는 인삿말은
"그래 많이 덤으로 주시면 뭐 남아요? 적당히 주셔도 돼요"
"에이..다른 사람들한테 좀 더 남기더라도 새댁( 나는 언제까지나 새댁이다.ㅋㅋㅋ)한테는
내가 더 주고 싶어서 그랴. 우리가 알고 지낸지가 몇년인데 한결 같잖아. 고마워서 그렇지."
그 말을 하시면서 또 한마리를 더 얹어 주신다.
토막 낸 갈치에 소금을 뿌려 주시면서 비린내 나는 손을 화롯불 위의 따뜻한 물로 씻으셨다.
돈을 주고 받으면서 올 한해 더 부자되시고 건강하시란 덕담을 서로 나누며 헤어지려는데
"새댁이 잠깐만~" 하고 불러 세우셨다.
장바구니를 돌려 세우는 내게 갈치 아줌마는 화롯불 위에서 캔커피 하나를 건네주셨다.
"추운데 따끈할 때 한잔 해. 새댁이도 몸 건강하고. 고맙데이~"
시장을 다 보고 한시간 거리에 있는 집으로 돌아 올 때까지 내 주머니 안 캔커피는 따끈했다.
따끈 할 때 마시란 갈치아줌마의 사랑은 겨울 새벽 칼바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그냥 홀짝 마셔버리기에는 아까웠다.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캔 커피를 만지작거리니 따뜻함이 전해졌다.
어시장의 그 많은 도매 생선가게 다 놔 두고 귀퉁이 작은 좌판의 갈치아줌마를 단골로 했을 뿐인데
그 어떤 도매가게보다 늘 후하게 주신다.
혹시 내가 찾는 생선이 없을 때는 다른 도매상에서 구해 주시기도 한다.
그 때도 도매가격으로 주시는 고마운 갈치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