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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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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BY 그대향기 2015-01-11

 

 

 

내 수명은 언제까지 일까?

나는 과연 몇 살 까지나 살아 질까?

내 의지로 움직이고 내 뜻데로 살아지는 나이가 몇 살 까지 일까?

 

요즘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새해가 되고 내 나이 쉰 다섯.

결코 젊다고도 못하고 그렇다고 늙었다고도 못하는 딱 그런 나이.

 

적당히 연륜이 느껴지고 적당히 낡아보이는 나이

희끗희끗 반백이 다 되어 보이는 머리칼

늘어난 눈가 잔주름에 잡티에 탄력을 잃어가는 얼굴피부

 

여기저기 통증을 호소해 오는 여러 근육들

10여년 전 수술했던 허리에 다시 찾아 오는 은근히 두려운 통증

큰 행사끝에는 반드시 나타나는 팔 인대와 아킬레스의 통증까지

 

이제는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넉넉잡고 10년에서 5년으로 줄인 계획에서 다시 2년으로

이제는 당장 그만두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30년 동안 남편 일을 도왔다.

직업군인 일 때는 시장통에서 작은 가게를 했었고

공장을 할 때는 공장 일을 도왔고 지금은 같이 일을 하는 직장이다.

 

남편이 부자였으면 맞벌이를 안하고 육아와 가사일만 했겠지만

그렇지 못한 남편이었기에 지금까지 기꺼이 맞벌이를 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가고 아이들도 학업을 거의 마쳐간다.

 

지금까지는 집안을 위해 일을 했다면 남은 내 삶은

내 즐거움을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면 더 좋겠지.

 

아직은 그냥 쉬어야 할만큼 중환자도 아니고 약간의 휴식만을 취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몸도 추스리고 더 오래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즐겁게 살고싶다.

 

늘 꼭두새벽에 일어나야 하고

언제나 무겁고 많은 밥을 해 내야하는 중압감에서 벗어나서

운동삼아 공원산책을 내 맘대로 하면서 그렇게 여유롭게 살고싶다.

 

사치나 허영이 아니라 이건 내 나머지 삶의 활력소를 찾고 싶은

결혼 30년, 맞벌이 30년, 엄마와 아내로 30년을 살아 온 한 여자의

당당한 권리이자 충분한 보상이라고 본다.

 

감기몸살로 고열이 나도 새벽에 일어나 수백명의 밥을 해야 했다.

팔 인대가 늘어나 통증클리닉에 다니면서도 20 키로가 넘는 밥솥을

거뜬거뜬 들어 올려야 했다.

 

오른팔의 신경이 눌려서 오른손 엄지부분의 근육이 함몰되어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가 안 만들어지고 목걸이 고리를 내 손으로 못 잠근다.

왼팔은 아예 뒤로 안 돌아가 외손녀를 업어주지도 못한다.

 

그래도 꾹꾹 참으며 오뚝이처럼 발딱발딱 언제나 씩씩하게 살았다.

남편을 사랑한다는 이유와 아이들..내 사랑하는 삼남매를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그 단순한 이유로만 버텨왔는데 이제는 아니다.

 

내가 비울 이 자리가 그리 쉬운 자리가 아닌 이유도 있었지만

늘 강하다 늘 건강하다 최면을 걸었던 생활에서 이제는 그만 버티고 싶다.

더 버티다가는 다 망가지고 다 허물어진 늙은 할망구가 되어 나가게 생겼다.

 

누가 해도 하겠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이 무식한 책임감을 이제는 내려 놓고 싶다.

할머니들을 22년 동안 모셨으면 이제는 됐다.

 

나 다운 생활을 하고 싶다.

내가 즐겁고 내가 유쾌해야 우리 가족들도 행복해진다.

요즘 나는 그리 행복하지 못하다.

 

그 동안 오래오래 참고 억누르고 살았던 진정한 내 삶을 찾고 싶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직업이 단순하지도 호락호락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할머니들 모시는 일과 수련회 주방일이 보통 체력으로는 어렵다.

단기간 안에 후임이 와 질지도 의문이다.

우선 내 마음부터 정하고 하나 둘씩 정리해 나가야겠다.

 

몇 달이 걸릴지 아니면 올 해 안에 후임이 못 구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준비는 해야지.

정년이 없는 직장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언제나 청춘은 아니질 않는가.

 

내가 정말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던가

무얼하고 살면 내가 즐겁고 행복하겠는가 나 자신한테 물어보면서

주변을 찬찬히 정리해 나가는 올 한해가 되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