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멀기도 멀었다.
돌아오는 총 비행시간만도 14시간
중간 카타르 도하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하면
17시간을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시간으로 보내야만 했다.
인천공항에서 짐 찾고 기다렸다가 대구까지 또 6시간
대구에서 창녕까지 또 1시간 총 24시간.
동유럽 6개국 8박 9일
(독일,오스트리아,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 폴란드)
언제 지나간 줄도 모르게 후딱 지나가 버렸다.
처음 인천공항에서 낯선 일행들과
서먹한 인사를 어색하게 나눌 때만 하더라도
꽤 긴 일정같았었는데
하루에 한 나라씩 빡세게 돌아다니면서는
한시간 하루가 얼마나 아깝고 소중하던지...
입맛에 익숙하지 않은 유럽식 식사는
하루하루 날짜가 더해 가면서
길들여지는게 아니었다.
아침에는 그럭저럭 빵하고 우유로 떼우는데
점심이나 저녁에 먹는 현지식은
정말 소화 해 내기 어려운 숙제였다.
생소한 향신료 맛은 정말이지 소금기 전혀없는
맹탕 음식보다 더 먹기 힘들었다.
서유럽 때는 그런대로 먹어졌는데
동유럽은 더 힘들었다.
동유럽 여행 며칠만에 현지 한식당에서 먹었던
우거지고등어조림 맛은
세상 그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서 보다
맛있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고사리 도라지가 빠지고 콩나물까지도 빠진
비빔밥도 그 어느 진수성찬보다 나았다.
니글니글하고 울렁거렸던 속을
단 한 방에 확 가라앉혀 주는 훌륭한 음식이었다.
하루 온 종일 단 한톨의 밥도 못 먹는 날에는
아무리 배 부르게 먹더라도 허전하기만 했다.
늦은 시간 이국의 호텔에서 자고 이른 아침을 먹고 나면
달리고 내려서 구경하고 또 달리고 내렸다가
점심을 먹고 또 달리고 내리고 또 먹고 잠자러 가고....
그야말로 강행군이엇다.
누군가 그랬다고 한다.
가슴이 떨릴 때 여행다니고
다리가 떨릴 때는 쉬어야한다고.
이번 동유럽 여행을 하면서 그 말에 크게 동감했다.
페키지 투어용 버스는 우리나라 일반 버스보다 높다.
아래칸에 일행들(보통 20~30명) 여행 가방을 넣고
그 위에 좌석이 있다보니 일반 버스보다 제법 높다.
당연히 계단도 높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은 하루에 여러번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하는 버스계단을 힘들어 했다.
물론 젊은 축에 속하는 나도 그랬다.
오는 날 가는 날 비행기 안에서
14시간 정도를 앉아 있어야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서 하는 고생인 거다.
낯선 나라에 가는 것도 좋지만
주부들은 밥 안하고 맨날 세끼 차려 주는 밥을 먹는 일이
얼마나 신나는 일이었는지....
가족의 밥만 걱정하는 일반 주부들도 그런데
나 같이 많은 분량의 밥을 해야 하는 사람은 오죽했을까?ㅋㅋㅋ
구경도 구경이지만 그런 부분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일행들이 순한 사람들이었고 참 좋은 인상을 가진 분들이라
일정 내내 즐거웠다.
가이드도 있었지만 현지에서 뭘 하더라도
의사소통에는 딸이 동행했으니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느 나라를 가나 한국사람들이 많이 보여 반가웠다.
서로 스쳐가면서 반갑게 인사도 나누고
일정도 비교하면서 헤어지기도 했다.
여행사들이 많이 생기면서 해외여행경비도 대폭 내렸다.
몇년 전만해도 1개국 왕복 비행기삯도 안 되는 돈으로
동유럽 6개국을 돌아다니다 왔다.
물론 자유여행처럼 구석구석 상세히는 못 다니지만.
굵직굵직 명소만 주마간상식으로 후루룩~
그래도 싸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거다.
열심히 일하고 지금 이 행복감은
두고두고 추억하며 곱게 간직하고.
밤낮이 바뀐지 며칠된다고 아직 멀쩡하다.
한국이 한밤중이니 그 나라에는 낮이겠네....
체코 프라하의 야경이나 다뉴브강의 야간 유람선은
평생을 두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크리스마스를 앞 두고 열리던 우리나라 야시장 같은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맛 보았던 따끈한 와인 한잔의 향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