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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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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3대의 수다


BY 그대향기 2014-11-17

 

 

 

 

우리 가족이 이루어지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가족이 다섯이 다 있거나 아이들이 한 둘은 기숙사에 가 있거나

남편하고 한 둘은 집에 있거나 아니면 남편하고 둘 ...그랬다.

그 날은 두 딸과 손녀 그렇게 3대 다섯여자만 모였다.

사위가 출장 중인 큰딸집에서 둘째딸과 뭉치기로 하고 우린 신이 났다.

"엄마, 아빠 혼자 주무시라 하고 언니집에서 우리끼리 놀아요.ㅋㅋㅋ"

우리끼리란다.ㅋㅋㅋ

엄마 하나

딸 둘

외손녀 둘

그렇게 3대에 걸쳐 다섯 여자만 뭉쳤다.

술을 못 마시니 그냥 놀아도 재밌다.

여자들의 수다는 레파토리가 거기가 거기다.

남편한테 섭섭했던 거 딸들한테 쏟아놓고 아빠한테 야단맞았던 거 이야기하고.

화투나 술을 안 해도 편하게 드러 눕거나 앉아서 수다를 떨어도 재밌다.

 

손녀 딸들의 동화책도 읽어 주고 팔베개도 해 주면서 재운다는게 내가 먼저 눈이 감겼다.

낮에 일을 하고 밤에 모였기에 슬금슬금 감겨 오는 눈을 애써 치 떠 보려고 해도

언제 눈꺼풀끼리 랑데뷰를 했는지 은색 가죽쇼파 위에서 까무룩.....

"엄마, 자꾸 돌아가신 외할머니 자세 나오려고 해요. 

 외할머니 살아 계실 때 우리가 경주 외할머니댁에 가면 외할머니가 이러셨단 말이에  요.

슬퍼지려고 해요 엄마. 일어나세요."

나도 늙어가나 보다.

밤에는 편한  자리만 보면 자꾸 눕고 싶어진다.

그런 엄마를 딸들이 깨우고 두 외손녀둘이 모처럼 같이 자는 할머니를 잡아 끈다.

그래그래 할머니가 업어 주까?

두살박이 작은 외손녀 입이 금방 헤벌쭉 하다.

 

엄마아빠의 연애 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싫증이 안 나는지 묻고 또 묻는다.

남자스런 엄마가 아빠하고 연애 했다는게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남자같은 엄마한테 무슨 매력이 있어 아빠가 반했을까?

애들이 이거 왜 이래~~

니들만 쌍꺼풀 다 있고 늘씬하다고 연애할 줄 알았어?

나 쌍꺼풀없고 근육질에 어깨 딱 벌어진 몸매라도 그게 매력이야.

부드러울 땐 한없이 부드럽고 애교..그래 니들이 다 인정하는 애교덩어리 여자라구.

아빠도 이 엄마의 은근 솔직한 애교에 반한거라구.

그런데 니들은 왜 엄마의 이런 애교는 못 물려 받았을까?

뭐라구?

안 물려준 엄마가 잘못한 거라구?

깔깔깔 호호호 키득키득....

갑자기 영하로 뚝 떨어졌다는 밤 공기가 두렵지 않은 밤이다.

 

행복은 무슨 커다란 이벤트가 필요없다.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가족이 모이기만 해도 행복하다.

별스런 먹거리가 없고 음료수 한 두 잔에 낮에 먹던 납작만두 서 너 개만 구워져도 풍성하다.

외손녀들의 사랑스런 모습을 눈으로 보고 깔깔대는 웃음소리를 귀로 듣고

보들보들한 피부의 감촉을 온 전신으로 느끼면서 행복하고  눈물이 난다.

자식들은 내가 이 세상에서 받은 최고의 선물들이다.

물론 남편도 있지만 자식은 내 태에서 나온 내 생명들이다.

내가 곧 자식이고 자식이 곧 나다.

한 몸이었다가 둘로 나뉘어진 것 뿐이지 자식은 언제나 나와 한 몸이다.

내 의식이 살아있는 한 자식은 내 자궁  속에 넣어질 그 때 그 모습이다.

언제나 하나이고 언제까지나 내가 보호하고 사랑해야 할 내 숙제들.

독립해 살아도 자식은 잊어버려지는게 아니다.

잘 살아도 못 살아도 자식은 늘 엄마 기도의 첫 순위다.

 

아이들을 독립적이고 거의 방목하는 수준으로 길렀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일도 바빴지만 과보호는 내 훈육방식이 아니었다.

남편도 그랬다.

아이들이 힘들어 할 때 도와 주고 조언해 주기는 했어도 강하게 길렀다.

스스로 해결하게 했고 어려울 때 결정적인 힘은 보탰지만 처음부터 나서지는 않았다.

어릴 때는 섭섭하게 받아들였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주변의 친구들이 쉽게 좌절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 때 마다 감사하다고 했다.

학교생활의 어려운 일이나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손 내밀어 준 아빠와

친구처럼 수다를 같이 떨어 준 엄마가 있어 행복했다고 한다.

엄마아빠의 직장이 재택근무여서 참 감사하다고.

학교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언제나 반겨주는 부모님이 있어 너무 행복한 유년시절이었다고 했다.

초등친구부터 대학 친구들까지 다 합쳐도 그런 친구들이 단 한 친구도 없었노라고. 

어떤 이들은 그랬다.

부부가 한 직장에서 24시간 붙어 있으면 숨 막히지 않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할일은 많고 둘이 힘을 보태서 해야 할을 하다보면 금방 하루 해가 다 가고 만다.

출근시간이 따로 없고 퇴근 시간도 따로 없다.

바쁘면 일찍 일을 하고 늦게 마치지만 덜 바쁘면 둘 다 느슨하게 하면 되는  생각하기에 따라 참 좋은 직장이다.

 

언제 또 그렇게 3대가 뭉쳐질지 모르지만 좋은 추억이 되었다.

둘째도 졸업을 하고 직장을 구하게 되면 어려워지겠지.

그리고 얼마 더 있다가 결혼을 하고 가정이 생기면 더 어려울거고.

기회 있을 때 아니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기회를 만들어서 다시 뭉쳐 봐?

그 땐 집에서 모이지 말고 운전 잘하는  큰딸이 운전을 해서 어디 펜션에라도 나가야겠다.

꼬맹이들이 학교에 입학이라도 하게 되면 기회는 점점 더 희박해질거니까.

시간은 저축을 못하거든.

조금이라도 틈이 생길 기미만 있으면  바로 요리를 해야겠다.

일단은 힘을 비축해야지.

엄마가 힘 쓰는게 낫지 애들한테 부담주면 엄마체면이 그렇다.

일 할 수 있어 능력되는 한도 내에서 뭉치기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 아니라 집 나가면 바로 돈 깔아야하니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