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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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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오르다!!


BY 시냇물 2014-09-18



추석이 지나고 성당 친구와 둘이 제주 한라산엘 갔다

내 평생에 이번 아니면 한라산을 못 오를지도 모르는지라

아주 야심찬(?) 계획을 세운 것이다

 

남편에겐 추석 지내느라 내가 수고했으니 보너스 주는 셈치고

보내 달라고 설득을 하였다

내심 안 보내주면 어떡하나 하는 염려도 되었지만

내가 뜻을 굽히지 않으니 허락을 한 것이다

 

사실 가기 전에 동네 앞산이라도 꾸준히 오르며

체력관리를 해야 했건만 무에 그리도 바쁜지

앞산도 자주 오르지 못했는지라

내심 걱정은 되었다

남편도 나 못지 않게 염려가 되는지

스틱 사용법도 알려주고

하루지만 앞산에도 함께 가 주었다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인지라 어찌 염려가 안 되겠는가

월요일 11시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을 하여

여자 둘이 용감하게도 모닝을 렌트하여

첫날은 비자림부터 구경하였다

나는 운전면허만 있지 아직 연수를 못받은지라

친구 혼자서 운전을 하니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하였다

 

내비가 있다 하지만 둘다 긴장을 한 탓에

내가 인간 내비가 되어 직접 내비를 보면서

친구에게 길안내를 하였다

 

\"200m앞에서 우회전 하세요\"라는 멘트가 나오면

확신이 안 들어 서로

\"여기 맞아? 더 가야 하나? 다음 신혼가?\"라며

우회전을 못하고 직진을 하기도 하고

낯선 길에서 헤매기도 하며 우리의 목적지 비자림에

무사히 도착하여

푸른 녹음으로 우거진 숲속 오솔길을 따라

걷노라니 세상 시름은 다 잊은 듯

온갖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듯 하여

급기야 맨발로 걷기까지 하였다

 

다음 날 한라산 산행을 위하여

일찍 자기로 하고

숙소를 찾느라 제주 시내를 이리저리 헤매다

그래도 한라산 가기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자는 게 좋을 것 같아

마트 주인 아주머니가 알려 준

찜질방을 찾아 목욕재계(?) 후 잠을 청했다

 

 (요기가 백록담이래요^^)

새벽 5시에 일어나 간단히 요기를 하고는

차를 달려 성판악 휴게소에 도착을 하니 아직 날도 다 새지

않았는데 주차장엔 빈 자리가 없을 지경이었다

우리도 마음을 가다듬고 안전산행을 기원하며

서서히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우리의 체력을 생각해 무리하지 않으며

최대한 주변도 보면서 산을 올랐다

처음엔 제주 특유의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길을

올라가는 게 만만치가 않았다

그래도 정상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인지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산의 탐방로 곳곳마다 구간표시를 해주니

그걸 안내자 삼아 열심히 정상을 향했다

출발한 지 3시간이 되어서야 우리는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을 하였다

잠시 쉰 다음 컵라면으로 이른 점심을 먹고는

다시 힘을 내어 정상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거의 2시간 여가 되어서야 나무계단을 오르고 올라

한라산 정상엘 도착하였다

 

얏~~호!!

드디어 해냈다는 뿌듯함에 내 자신이 무척이나 대견해졌다

기대했던 백록담엔 물이 거의 다 빠져 한쪽에 조금

고인 정도로만 보여 아쉬웠지만 말로만 듣던

사진으로만 보던 백록담을 내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감격은 무척이나 크고도 깊었다

 

 

 

백록담 표지석 앞에서 긴 줄을 서 기다린 끝에 우리는

드뎌 한라산 인증샷을 찍을 수 있었다

두고두고 잊지 못할 멋진 추억을 친구와 만든 것이다 우리는....

그리하여 우리는 한 걸음 서로에게 더 가까워진 듯 하였고.

 

기쁨도 잠시, 산행시작 5시간 만에 정상을 찍고 하산을 하기로 하는데

올라온 코스로는 내려가기가 아까워

우리는 두 번째로 긴 코스 관음사 코스를 선택하고는

조심조심 하산을 시작하였다

 

올라왔으니 내려가는 건 세상 이치와 똑같을텐데

역시나 내려가는 게 만만치가 않았다

산행 8시간이 가까워 오니

힘은 점점 빠지고 다리는 천근만근에

발가락까지 아파 드러누울 때만 있으면 그냥

주저앉고만 싶었다

그러나 친구에게 혹시나 부담이 될까하여

서로가 애써 힘든 내색없이 우린 점점 말이 없어지며

그저 걷고 또 걸을 뿐이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명언을 되새기면서....

 

드디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산길이 서서히

그 끝을 드러내며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 관음사 코스의

마지막에 도착을 하였다

어찌나 마음이 놓이던지,

비로소 우리의 야심찬 계획을 무사히, 멋지게 해냈다는

보람과 뿌듯함으로 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일

한라산 산행을 무려 10시간에 걸쳐 마무리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