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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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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오니....


BY 시냇물 2014-09-03

이제 며칠만 있으면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는 추석이다 

우리집도 설, 추석엔 제사를 지내는지라 그 준비에 미리부터 생각이 많다

우선  김치부터 미리 담궜다

통배추 3통 들은 것을 사서 다듬고, 씻고, 절였다

아무래도 그것만 갖고는 양이 적을 것 같아 알배기 배추도 한 박스나 샀다

한 박스에 자그마한 알배기가 11통이나 들어 있으니 잠시 고민이 되었다

지난 번 큰딸램이 왔을 때 손녀가 집에서 백김치를 한 접시씩이나 먹는다는 말을

들었길래 나박김치도 할겸 백김치도 담그려고 산 것인데 양이 조금 많은 듯 하여....

 

작년에 김장을 담근 이후 김치를 많이 하려니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두 통에 절여 놓은 배추가 간이 배는 동안 찹쌀풀을 쑤어 놓고 양념을 갈아

김치에 버무릴 것을 만들었다

혼자 차근차근 하면 되긴 하는데 아무래도 나이를 먹는 탓인지

마음은 안 그런데 몸은 무척이나 힘이 드는 느낌이라 세월은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치를 담그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많은지라

늘상 신경이 쓰이는 일 중에 하나이다

 

그래도 손녀가 백김치를 잘 먹는다니 꼭 해서 먹이고 싶어 한 번도 안 담궈 본 것을

책에서 보고 그대로 했다

빨갛게 양념이 된 속을 잘 절여져 물이 쏙 빠진 배추에 쓱쓱 버무려

한 통 조금 못되게 담았다

 

그 다음 무채와 빨간 고추, 쪽파를 섞어 버무려 놓은 속을 배춧잎 사이사이에

찔러 넣고, 찹쌀풀 쑤어놓은 것에 물을 타서 부으니 이 또한 작은 통으로 하나가 되었다

이러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저녁 9시를 향해 가고 있다

 

그야말로 김치 두 통 담다 하루 해를 다 보낸 것이다

몸은 천근만근에 삭신이 다 쑤셨지만 그래도 추석에 모일 가족들이 맛있게

먹으려니 생각을 하며 나름 뿌듯했다

그러나 이것도 이제 얼마 못 가 두 손 들어야 할 것 같다

에쿠, 몸에서 자꾸만 신호를 보내니 말이다

마무리까지 해놓고는 어찌나 피곤한지 그대로 뻗어 버렸다

 

내게 주부9단의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