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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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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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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박 이일.


BY lala47 2014-08-12

지난 주말은 아이들이 아빠랑 할머니집에서 자기로 한 날이다.

아들이 처음으로 내 집에서 자고 간다니 아들이 좋아하는 수육도 삶고 불고기도 하고 똥그랑땡도 만들었다.

\"엄마 김치 먹어본지가 얼마만이야. 정말 맛있어. 슴슴해서 한없이 먹겠네.\"

수육에 싸서 김치 한접시를 다 비워내는 아들을 보니 흐믓했다.

\"할머니 물김치 더 줘\"

\"나도 더 줘.할머니.\"

아이들은 물김치 대장이다.

 

저녁에 아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베이콘을 사와서 굽는다.

\"아빠 아!\"

\"나도 아빠 아!\"

제비새끼처럼 입을 벌리고 기다리는 아이들 입에 아들은 베이콘에 떡을 싸서 넣어준다.

 

윤지의 아빠 사랑은 대단하다.

가방안에는 아빠에게 줄 선물로 가득하다.

색종이로 만든 알록 달록한것들이 다 아빠를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내 아빠야!\"
\"아냐. 내 아빠야!\"

 

윤지는 아빠 곁을 차지하고 자겠단다.

침대 아래 자리를 깔고 아빠와 윤지는 일찍 잠이 들었다.

자면서도 아빠를 꼭 끌어안는 윤지를 보니 왠지 마음이 아프다.

윤하는 내게 옛날 이야기를 조르기도 하고 노래를 가르쳐 주겠다고 선생 노릇을 하기도 하며

우리는 침대 위에서 소곤거렸다.

할머니 용감하냐고 묻지도 않는다.

언니는 아빠랑 자고 윤하는 할머니랑 자겠다는 말을 뒤집지 않았다.

 

주일에는 수영장에 가기로 했다.

지난번에 갔던 수영장은 내부 수리중이라 문을 닫았단다.

오산 스포츠센타에 가보니 윤하가 너무 어려서 입장 불가란다.

\"난 야외 수영장은 싫어.\"
윤하만 아니면 오산 스포츠 센타에 들어갈수 있는데 딱하게 생겼다.

\"윤지야. 할머니가 야외 수영장 재미있는곳을 알아. 일단 한번 가보고 결정하라니깐.\"

겨우 달래서 오산 시청 임시 야외 수영장에 갔다.

오산 시에서 아이들 방학을 맞아 임시로 개장한 수영장이었다.

많은 미끄럼틀을 보더니 윤지도 마음이 달라졌다.

 

차안에서 급히 수영복을 갈아입히고 아이들을 수영장에 넣었다.

아이들의 얼굴이 금방 밝아졌다.

\"할머니! 재미있어요.\"

윤지가 소리친다.

윤하가 무서워 할까봐 윤지는 윤하보다 앞서 미끄럼을 타고 아래서 윤하를 기다려준다.

\"윤하야.. 언니가 여기서 받혀줄테니까 안심하고 내려와.\"
대단한 동생 사랑이다.

두손을 뻗치고 동생을 기다리는 윤지가 너무 예뻐서 카메라에 담았다.

윤하는 언니를 믿는다.

 

집에 돌아오니 피곤한 윤하는 밥상앞에 코를 박고 잠이 들었다.

\"할머니는 왜 혼자 살아요?\"
윤지의 질문이다.

\"같이 살 사람이 없어서 혼자 살아.\"
\"우리랑 살아요.\"

할 말이 없다.

\"할머니! 난 할머니랑 살고 싶어. 나랑 살면 안돼요?\"

또 할 말이 없다.

 

아들은 돌아갈 준비를 한다.

\"할머니! 나 하룻밤만 더 자면 안되요? 할머니랑 있고 싶어.\"

\"윤지야 오늘은 그냥 가고 금방 또 와.\"
\"싫은데.\"

\"언제든지 올수 있으니까 오늘은 아빠랑 가.\"

언제부터인가 윤지는 헤어지는 시간을 못견뎌한다.

눈물을 글썽이는 녀석을 꼭 안아주고 다시 만날 날을 약속했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잠든 윤하가 추울까봐 내 옷을 하나 입혀서 차에 눕혔다.

차에 올라가는 윤지는 기분이 좋질 않다.

\"엄마 수고 하셨어요.\"
빗속에서 차가 떠나고 나는 그 꽁무니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