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친척이나 친구들 중에서 이름을 바꾼 사람이 몇 명 된다.
본인들은 태어날 때 부모님이나 조부모님들이 지어 준 이름에서
남들의 놀림을 받는다거나 듣고 부르기에 영 개운찮아서 바꾼거겠지만
오랫 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낯선 이름으로 불러 달란다.
친정 조카는 둘이나 이름을 바꾸었다.
직장운이 없었다가 이름을 바꾸고 근사한 직장도 생기고
결혼도 하게 되었다고 이름 바꾸기를 정말 잘했다고 좋아했다.
한 조카는 이름이 너무 쎄고 일이 잘 안 풀린다는 이유로 바꾸고.
조카 이름을 바꾼지가 5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어릴 적 이름이 더 쉽게 나오니 웃지 못할 일이다.
입에 익은 이름이라 불쑥 불러 놓고도 아참참....
미안해서 다시 고쳐 부르는데 어색하기만 하다.
여고동창생 셋은 이름이 촌스럽다고 바꾼거라고 했다.
시집들 갔고 애도 낳은 엄마들인데 말이지.
개명을 하고 본인이 만족해 하면 그건 행복한 거다.
남이 행복한게 아니라 본인이 행복한 이름이면 족하다.
이름 때문에 평생 남의 놀림감이 되는 것도 불편할 것 같다.
이름은 남이 불러 주라고 지어주는건데
늘상 놀림거리가 되고 부르기가 어려우면 그건 좋은 이름이 아니라고 본다.
부르기 쉽고 들어서 좋은 이름이 진짜 좋은 이름이다.
이름이 너무 거창해도 듣기에 거북하고
너무 가벼워도 장난스럽게 들리고
곱고 소박하면서도 뜻이 담긴 이름이 좋은 이름일 것이다.
요즘은 순 우리말 이름으로 지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아름다운 이름들이 많다.
어른들이 갓난 아기한테 이름을 지어 줄 때는 크게 되라고 지어주신다.
수명이 길고 총명하고 지혜롭고 여유롭게 살라고 심사숙고 하셔서 지어주신다.
본인이 선택하는 것도 아니고 어른들이 지어 주시는 본인의 이름
어릴 때는 지음을 받은데로 불리다가 어느 날 그 이름들이 버려지는 이름이 된다.
몇십년을 그 이름으로 살다가 버리면 그 이름은 어디로 가야 하나?
친구 하나는 바꾼 이름이 왜 하필 우리 둘째 딸 이름이냐고~
우리 딸들은 낳기 전에 우리 애라고 우리 부부가 지어줬더니
아버님이 하도 섭섭다 하셔서 막내 아들은 아버님이 지어주셨다.
돌림자도 무시하고 부르기 좋고 고운 이름을 지어줬는데
둘째는 썩 마음에 들어하고 큰딸은 흔하다고 별로라 한다.
내 이름도 흔한 이름은 아닌데 지금까지 같은 이름을 딱 한번 들어봤다.
내 이름은 의미는 충분한데 그리 아름다운 이름은 아니다.
이름은 좋은데 앞에 성이 이름하고 이상하게 어울리면
고울수도 있고 영 놀림감이 되기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덜 세련 되었다고 바꾸고 운이 안 따라 준다고 바꾼
친구나 조카들이 새로운 이름으로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 이름이 덜 세련되었더라도 운은 모르겠고
54년 전에 부모님들이 딸 낳고 이뻐서 지어 주신 이름이라니
그냥저냥 불리우며 살다가 땅에 뭍히는 그 때 까지
나는 나는 정든 이름으로 살란다.
그래도 내 고등학교 친구가
하필 우리 둘째 딸의 이름으로 바꾼건 좀 그렇다.....
내가 우리 둘째 이름을 너무 잘 지어준건가?
친구를 부르면 꼭 우리 둘째 딸을 부르는 것 같아 영 어색하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