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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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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손님


BY 그대향기 2014-07-15

 

 

 

지난 금요일 오전이었다.

남편의 휴대전화가 울리고 전화를 받던 남편이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가야겠다고 했다.

누구 전환데 급히 내려가냐는 내 말에

\"총장님이 오셨다네. 내가 뱀한테 물렸다는 소문을 들으시고 한달음에 오셨다니..\"

뜻밖의 귀한 손님이시다.

남편이 뱀한테 물린 사건은 일부러 소문도 내지 않았다.

아컴에는 퇴원을 하고 소문을 냈고.ㅎㅎㅎ

같이 사는 할머니들이야 어차피 한 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시니 자연히 알게 되셨고

시댁에는 남편이 뱀한테 물리던 날에 사촌형님이 돌아가셔서 빈소에 가 봐야 했는데

못 가는 이유를 알려야 해서 하는 수 없이 알리게 되었다.

친정에도 집안에 큰 행사가 있는데 우리가 참석하지 못할거라는 통보를 하느라

입원하고 한참 지나서 알리게 되었다.

 

즐거운 일도 아니고 듣는 순간 놀랄 일이라 그냥 소문없이 지내자고 했다.

그랬는데 차량을 운행하면서 주유소에 딸이 차를 몰고 기름을 넣으러 갔다가

주유소하는 남편 친구가 남편은 어디가고 딸이 오냐는 질문에 그만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그 날 저녁 병원에 찾아 와서는 서운하다고 했다.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혼자만 알고 고생하냐고.

어려울 때 찾아주고 위로해 주는게 친구가 아니냐며 서운해 했다.

 

그런데 어디서 소문을 들으셨는지 올해 대학총장 자리에서 은퇴를 하시고

곧 미국으로 들어 가실 바쁘신 분이 목요일 밤 늦게 위로 전화를 주셨고

기어히 금요일 오전에  이 곳까지 찾아오셨다.

같이 근무한 적도 없고 일년에 몇 차례 우리 시설을 방문하시고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도움의 말씀을 주신 분인데 우리 일을  흘려 듣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21년 째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늘 고맙다고 하셨던 분이다.

이 곳을 방문하실 때 마다 우리 부부가 한결같이 웃는 얼굴로 맞아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어느 해 겨울에는 사모님이 내 손에 실크스카프와 사모님의 피아노반주 시디를

가만히 쥐어 주시기도 했다.

시장보러 다닐 때 목에 두르고 쉬는 시간에 조용히 들으라며 사모님은 수줍게 웃으셨다.

똑똑한(?) 할머니들 모시고 사느라고 고생이 많다시며 등을 토닥여 주셨던 사모님.

 

종합대학의 총장자리에서 물러 나시고 아드님이 자리잡고 있는 미국으로 가신다.

그 곳에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가르치는 일에 남은 일생을 바칠 계획이라고 하셨다.

미국으로 가는 이삿짐을 다 보내 놓고 주변정리를 하시느라 바쁘신 중에

소문을 듣고 찾아 주셔서 더 감사한 일이다.

전화로 해 주신 위로도 감사할 일인데 직접 두어시간을 차를 달려 찾아 오셨다.

우리 부부가 이곳에서 21년 동안 그리 못나게 살진 않았나 보다.

 

큰 딸이 결혼 할 때가 이 곳 생활 15년쯤 되었을 때다.

남편의 고향은 부산이고 내 고향은 경주 딸 결혼식은 마산이었다.

남편의 고향도 내 고향도 아닌 제 3의 도시에서 결혼식을 했는데도 하객들이 많았다.

일부러 청첩장을 안 보낸 분들도 알음알음 찾아오셔서는 그러면 못 쓴다고 하셨다.

궂은 일에도 기쁜 일에도 소식 주고 받으며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고 하셨지만

일가친척이 아닌 이상은 그런 소식을 부담스럽지 않게 전하기란 쉽지 않다.

아름다운 미풍양속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또 가려니 그렇고 안 가려니 그런 일이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고는 불쑥 내밀기 부담스러운 소식일 수가 있다.

기쁜 소식도 그런데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는 일들은 더더욱 그렇다.

미안하고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미국 들어가시기 전에 소식을 들어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그냥 갔더라면 영영 모르고 지낼 뻔 하셨다고.

몸 조리 잘 하라고 금일봉까지 두둑하게 주셨다.

총장님의 뜻밖의 방문에 그저 송구할 따름이다.

미국에서 그 분들의 삶이 보람되고 선한 일이 되시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