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국내 담배회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진료비를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594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BY 그대향기 2014-07-06

 

 

남편이 살모사한테 물려서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했다가 조금 전에 퇴원했다.

양로원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수목장을 할 산에 잔디가 죽어서 물을 주려고

군에서 설치 해 준 지하수에 긴 호스를 연결하려다 생긴 일이었다.

논이나 밭에 가물어서 물이 부족하면 급수 할 수 있게 마을에 지하수를 파 놓았다.

이 마을 사람이면 누구나 무상으로 쓸 수 있는 물이다.

 

그 날도 호스를 연결하기 위해 남편이 지하수 밸브를 확인 하려는 순간

뭔가 \"따끔\" 한 느낌이 들더라고 했다.

산에는 흔히 찔레가시도 있고 탱자나무도 있어 그런가 보다고만 생각하고 손을 빼 내는데

살모사 한마리가 방금 남편이 손을 내 밀었던 곳에서 스르르...나가더란다.

아차 싶어서 방금 따끔했던 왼손 엄지손가락을 보니 이빨자국이 두개씩 아래 위로 한쌍

선명하게 나 있었다.

 

그 때 나는 호스가 연결되면 물이 나오나 안 나오나 확인하기 위해서 밭 건너편에 가 있었는데

조금 전 허리를 구부렸던 남편이 \"빨리 와~\" 그 말만 했다.

\"물 나오나 보라면서??\"

\"그냥 두고 빨리 와 보라니까\'\"

풀숲을 저벙저벙 걸어서 남편이 있는 곳까지 50미터 정도?

내가 가까이 갈 때까지 급한 소리 한마디 안 하던 남편이었다.

 

\"뱀이 문 것 같아. 내가 피를 빨아내기는 했는데 손가락을 좀 묶어주라.\"

그 때 부터 내 손은 급해졌고 목소리까지 떨렸다.

\"무슨 뱀인데? 독뱀이야?\"

\"그런거 같아. 살모사 같아 보였어. 빨리 병원에 가야 해.\"

손가락을 묶을 걸 찾는데 내 팔에 두른 쿨토시가 눈에 들어왔다.

쿨토시가 탄성이 좋은거라 얼른 벗겨서 두겹으로 칭칭 단단히 감았다.

트럭으로 환자인 남편이 창녕까지  운전을 해 갔다.

내가 운전을 하면 느리고 믿지 못한다며 한손으로 운전을 해 갔다.

 

시각을 다투는 일이라 응급실 앞에 급하게 주차를 해 두고 뛰어 들어갔다.

응급실에서 물린 왼손 엄지손가락을 메스로 자르고 피를 짜 내고 해독 주사를 맞았지만

그 날 밤은 물린 손과 팔이 고무풍선보다 더 팽팽하게 부어 올랐다.

그 뒷날은 어깻죽지까지 퉁퉁 부어 오르고 손등과 팔꿈치까지 칼로 긋고

피를 빼 냈지만 좀처럼 부기가 빠지지 않았다.

그러기를 사흘나흘....

주변에서는 그러다 큰일 당한다며 큰병원으로 급히 가라고 서둘렀다.

 

남편이 어쩔까 고민이라며 전화가 왔을 때 나도 큰병원으로 가자고 했지만

도시병원에는 뱀한테 물려 오는 환자가 적어서 경험이 부족할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그 병원에 오래 근무한 수간호사가 조언을 했다.

물린 첫 날에 생사는 갈라지는 경우가 많다는데 남편은 사흘나흘을 고통은 있었지만

욱신거리고 통증이 심해서 밤잠을 못자고 복도를 오르내렸지만 살아는 있었다.

멀쩡한 팔이 어깨까지 꼭 깁스를 한 것 처럼 딱딱하게 부어 올랐다.

엄살이 없는 남편인데 몹시 아프다고 했다.

아픈 팔뚝 위에서 심장까지의 간격은 고작 20센티정도?

그 선을 넘어가면 생명이 위험하다.

 

뱀독은 신경독이라 핏줄을 타고 흐른다면 전신의 신경이 마비되며 사망에 이를수도 있었다.

미련대고 있다가 남편을 잃는 건 아닌가 겁도 났다.

그래도 정신은 온전하고 말도 흐트려지지 않아서 두고 보자고 했다.

두려워서 나도 밤잠을 설치며 남편이 잠 들기 전에 깊이 잠들지 말라는 당부도 했었다.

일주일 째 되는 날 남편은 퇴원을 했다.

부산에서 큰 행사가 있는데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인원이 없다.

며칠 더 병원에서 요양을 하며 독이 완전히 다 빠질 때 까지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 일이 그럴만한 여유가 없기도 하다.

보험도 들어 놨겠다 병실에 누워만 있어도 보험료가 따박따박 나오는 상황인데도

부은 손을 어깨걸이에 걸고 남편은 퇴원을 했다. 

 

이만하기 다행이다.

살려 주심에 감사드린다.

나쁜 일을 하다가 당한 일이 아니어서 살려주신가 보다.

더 좋은 일을 하며 더 감사하는 생활이 되어야겠다.

우스개소리로 갚을 돈과 받을 돈을 미리 다 적어주라고 했더니

그럴만한 부자가 아니어서 미안하다며 웃었다.

주변분들이 꽤 오래 아플거라고 조리를 잘 하라고 하신다.

이젠 길다란 끈만 바닥에 놓여 있어도 발걸음이 멈칫거려진다.

상추밭에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내밀기가 두렵다.

지독한 놈이었다.

살모사란 그 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