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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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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곁에 두고 사는 행복


BY 매실 2014-03-19

아들이 고등학교 때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그 사이 군복무를 하고 

대학을 마치기까지 집을 떠나 객지생활 한 지가 어언 9년. 

따뜻한 밥 세끼는 커녕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생일상을 차려줘 본 지도 언젠지 까마득하다.

 

그래도 언젠간 집으로 돌아와 함께 살며 얼굴을 실컷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호주로 떠나면서 기약없는 이별이 또 다시 시작되었다.

 

처음엔 \'그래 어디서든 너만 잘 살면 됐다. 너 자리잡고 나면 내가 가끔 보러 가면 되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거기가 너무 좋아서 평생 돌아오고싶지 않다는 아들의 선언에

얼마나 서운하던지.

자식을 멀리 떼어놓고 애면글면하며 살아온 부모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는 것같았다

 

독립심이 강해서 부럽다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너무 허무한 생각만 들었다.

한 집에서 지지고 볶으며 사는가싶이 살았어야 했는데 내가 왜 조기유학이란 걸 보냈던가?

뭘 얼마나 더 성공을 시키겠다고?

 

더 어린 나이의 초등학생 중학생들을 조기유학 보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인생 두 번 사는 것도 아니고 가족들은 그저 같이 모여 살아야겠더라고 설득하고 싶다.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누리면서...

 

그래서 온갖 감언이설로 아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돈을 좋아하는 아들이니 \'사업 잘 키워서 나중에 네게 물려줄게. 너는 그저 관리만 해도 외제차 굴리며

살 수 있게 해줄게\' 혹시라도 나중에 늙은 부모에게 의존하게 될까봐 평소엔 일절 하지 않던 말이다.

 

\'생각해볼게요\'하면서도 좋아서 히히~ 웃던 아들이 결국 여러가지 실속을 따져보았던지

일단 귀국을 했고 지금은 곁에 있다.

 

아직 국내취업이 결정된 것도 아니고 중국에서 마무리지어야할 것들도 있어서

잠시 또 중국으로 가지만 지금 집에서 날마다 함께 사는 게 꿈만 같다.

글로벌 기업이든 국내기업이든 적당한 곳에 취업해서 보고싶을 때 오갈 수 있는 거리에 살면 참 좋겠다.

 

아침부터 이것 저것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장만 하고 간식을 준비해놓고 출근을 하려면

몸이 고단하지만, 딸보다 더 사근사근한 아들의 말시중을 받으며 이렇게 사는 게 얼마만인지

참 행복하단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엄마 힘들까봐 설거지도 뚝딱 해놓고 빨래, 청소도 잘 하고 강아지 운동도 날마다 잘 시키니

얼마나 고마운지.

 

맛있는 음식 해놓고 아들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좋아서 \'난 그거 안 좋아한다.너 다 먹어라\' 이러고 있으면

엄마 안 드시면 저도 안 먹겠다고 끝까지 우기는 녀석

그런 걸 어찌 눈치챘는지....

 

물론 방학땐 거의 집에 와서 지냈었지만 한 때 평생 못 보고 살 줄만 알다가 다시 만나니

얼마나 좋은지....이제야 집안에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한 것같다.

 

제가 먹고 싶다는 것, 하고 싶다는 것을 그 즉시 다 들어주니

\'어머니 왜 이렇게 자식을 오냐 오냐 키우세요?\' 이러면서도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어머니 이렇게 오래 오래 사세요. 엄마는 재밌는 사람이니까 이담에 손주들이 와도 잘 놀아줄 것같아\'

 

연년생이나 다름없는 남매를 키우느라 힘들었던 내가 손주까지 키우기는 싫어서

\'손주들 오면 오냐오냐 버릇없이 키워야지. 공부도 절대 안 시키고 맨날 나가서 뛰어놀게 해야지\' 하면

손사레를 치면서 \'아유~ 안돼요 안돼. 그러면 엄마한테 못 맡기겠네.\'

 

어려선 여동생과 차별당하는 것같아 서러웠다니 지금이라도 사랑받는 느낌을 듬뿍 받을 수 있도록

애쓰는 중이다.

이런 내마음을 알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