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개월만에 당산동을 빠져 나왔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딸 부부를 위하여 고모는 내게 이것 저것 요구를 하셨다.
\"뼈국을 잘 먹으니까 가서 우족을 하나 사오렴.\"
우족을 사왔다.
\"내가 언제 우족이라고 했니. 도가니라고 했지. 걔가 도가니탕을 잘 먹는단 말이야. 이 일을 어쩌면
좋으니. 큰일 났구나. 족을 먹어보지도 않았단 말이야. 걔가 와서 질색을 하면 어쩌니.\"
펄펄 뛰시는 고모를 보며 난감했다.
사촌동생은 고모의 무남독녀 외동딸로 나보다 세살 아래인 미술대학 교수이고 어릴적 소아마비를 앓아서
왼팔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
해서 고모는 딸이 늘 안스럽고 대견하다.
분명 우족이라고 하셨는데 모든 실수를 내가 한것처럼 고모는 길길이 화를 내신다.
\"큰일 났구나 큰일 났어..\"
우족 값은 사만원이었다.
\"제가 잘 못사온거라면 제가 반은 책임을 질게요. 이만원에 우족 반을 제가 사갈게요.\"
\"그래줄래? 그러면 고맙지. 내가 도가니라는 말을 까먹어서 우족이라고 했어도 네가 도가니를 사왔어야지.\"
억지를 쓰시는 고모에게 더이상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우족을 공평하게 나누기 위해서 숫자를 세어가면서 고모 앞에서 두봉지에 나누었다.
고모는 내가 담는 우족에 눈을 떼지 않으신다.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갈때 제가 가지고 갈게요, 여기 이만원 있어요. 받으세요.\"
\"그래 고맙다.\"
이렇게헤서 우족때문에 화가 난 고모는 달랬지만 내 기분은 엉망이었다.
족탕을 끓여서 고모를 드리니 맛있게 잡수신다.
\"아주 잘 끓였구나 뼈가 흐물 흐물해서 먹기가 딱 좋아.\"
고모 눈치가 보여서 파출부 아줌마와 나는 국물만 조금 먹었다.
우리의 그릇을 들여다 보는 고모에게 아줌마와 나는 떳떳했다.
잡채는 고모만 드렸다.
먹지 않는 우리가 마음에 드시는 모양이다.
고모는 잡채 한접시도 비우셨다.
\'조카도 딸이나 마찬가진데...\'
아줌마가 혼잣말을 한다.
냄비 점검을 하시는 고모앞에 냄비 뚜껑을 열어 보여드렸다.
떳떳했다.
다음날 아침 식사 시간에 고모가 물으신다.
\"아침 식사가 적지 않니? 떡 하나가 적으면 떡을 하나 더 먹으렴.\"
떠나는 날 인심을 쓰신다.
넉달동안 사과 한쪽을 더 먹을까봐 감시를 하시던 고모가 떠나는 날에 후해지신다.
\"됐어요.\"
\"케잌이라도 먹을래?\"
\"됐어요.\"
사양이 아니라 거절이다.
설날 선물로 들어왔던 사과 한상자는 이미 숨기신 후였다.
오후에 당산동을 나와서 일산 언니네로 왔다.
언니와 가구 단지에 가서 언니네 소파와 침대를 사고 마트에도 들렸다.
잡채를 만들고 족탕을 끓이고 사과를 먹고 귤을 한상자 들여왔다.
배 고파 혼났다 언냐..
내 말에 언니는 웃으면서도 우울하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