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막히면 혀가 입천장에 눌어붙어 말이 안나오는 경우가 있다
간간히 내등에 불나게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기가막힌 일이 일어난다
그런시간을 20여년 지나왔으니 내 심장이 자꾸 작아져서 소심해지고
성격에 조급증이 생기고 늘 불안감이 가득하다.
매일매일 생방송을 한지 20여년
눈에 보이는 보이지 않는 잔 NG들이 수시로 일어나 그야말로 생방송 두시간은
입이 마르고 쓰다.
며칠전..내 방송작가 20여년에 가장 아픈 시간이 있었다.
방송작가의 고민은 방송을 여는 오프닝을 어떻게 써야 할지가 큰 고민이다.
그래서 오프닝이 늘 고민이다.
엠시들을 통해 나오는 첫마다가 상큼하거나 멋져야 그날의 방송이 멋지다.
그래서 인지 오프닝을 준비할때 늘 신경이 곤두선다.
그날도 끙끙이며 오프닝을 쓰고..엠시에게 메일로 원고를 보내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다시 오프닝을 살펴보다가
좀 마음에 들지않는 곳이 눈에 띄였다.
그래서 오프닝 다시써서 나를 돕는 후배작가에게 원고 두매를 빼서 주고 방송준비를 하러
스튜디오로 올라갔다.
남자엠시에게 오프닝을 바꿔줘야 한다는 생각을 그때까지는 하고 있었다.
방송에 참여하는 분들께 미리 전화를 걸어 몇시에 연결하니 전화를 꼭 받으라는 당부를
하고 또 한다.
그런데 한분이 받지 않는다
걸고 또 걸고...아..펑크인가보다
청취자는 아무리 우리와 약속을 했다해도 전화로 한 약속이었고 또 급한일이 생기면
우리와의 약속을 잊을 수 있다.
당부 당부를 해도 ..
열번이상 전화를 하다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아는 전화를 걸어
급하게 참여할 분을 바꾸었다.
그렇게 하다보니..남자엠시 오프닝원고를 바꿔주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ON AIR에 불이 들어오고 시그널이 나가면서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그런데...미처 남자엠시 오프닝 원고를 바꿔주지 못한것이다.
남자엠시와 다른 여자엠시의 오프닝...
아..
난 이미 가슴이 타고 있었다.
여자엠시는 얼른 남자엠시 원고를 보고 자신의 부분을 이야기 했지만
남자엠시 여자엠시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오프닝이 끝나고 노래가 나가는 사이 스튜디오문을 열고 들어갔다.
물론 노래나가는 사이 3분간 정황을 다 말할 수가 없었다.
스튜디오 안의 분위기를 얼른 바꿔야 했는데 순간 혀가 천장에 붙고 말았다.
2시간을 어떻게 밖에서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밖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두시간 생방송이 끝났다.
하여간 오프닝에서 좀 버벅이게 했던 후배여자엠시에게 무지 미안했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내 일생일대의 실수
방송작가 20여년의 위기..
방송이 끝나면 스텝들이 모여 20분회의를 한다
오늘 방송 평가와 내일방송 스케줄을 확인하는데..
나는 그야말로 그때까지 혀가 붙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두사람의 방송을 망쳤다는 자괴감
20여년 방송생활에 이상한 오점을 남겼다는 자책감
모든게 내탓이었다.
아 이제는 멈출때가 되었구나
원고를 바꿔준다는 생각을 잊어버리다니..
아무리 잘 쓰고 싶었어도 뭐하러 오프닝은 비꿔가지고 이런 실수를 저지른단 말인가
시험 볼 때도 꼭 답을 고치면 그 문제가 틀리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엠시가 픽웃었다
여자엠시는 나의 성격을 잘알아 앞시간의 일들 때문이란 것에 이해를 했다
나만 내자신에 대해 이해가 되지않았다.
두사람에게 다시한번 사과를 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그날 퇴근을 했다.
이튼날..
내 오프닝은 ...오늘이 있다는 게 참 다행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힘든시간을 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로 시작되었다.
20여년 그런 실수 없이 해왔다는 걸 인정한다고 ..두 엠시는 나를 위로했지만
그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해 내얼굴 전체가 이상한 열꽃이 피었다.
내 얼굴은 참 저렴해서 굴러다니는 화장품을 써도 트러블이 없는데
그날 그 심장의 열은 얼굴에 온통 열꽃을 피웠다.
아 잊지못한 그날이여
*방송펑크를 내신 그분은 그 시간 사우나에 있으셨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