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마음이 좀 불편해집니다.
고명(?)하신 남편님께서 원체 공사다망 하시어
이몸을 어디로 데리고 다니기를 즐겨 하는 통에...
무척 괴롭습니다만 그래도 어쩝니까 ?
남편님 체면 살리려면 이 한몸 불살라 주어야지요.
택배업영업소장들의 모임에 가자고 합니다.
올해는 왠지 몸도 맘도 나서질 않았어요. 혼자서 오시는 분들도 많으시더만...
꼭 이사람을 대동하는지 모르겠어요.
내눈치를 살피던 남편님은 조심스럽게 같이 가자고 얘기를 꺼내네요.
왕짜증 났어요. 그래도 저렇게 애원하는데 ....
다시 맘 고치고 그람 !! 뭘입고가나 ?? 해마다 따라다닐땐 고생하는 아쟈씨들
분위기 생각해서 대충 입고갔어요.
근데 올해는 그게 아니었어요. 제가 달라졌어요.
내나이가 몇인데? 이제는 우아하게 있는집 사모님같이 흉내내보고 싶었어요.
드라마에 나오는 사모님들은 하나같이 머리에 힘주고 명품백에, 절도있는 옷차림새와 매무새...
나도 한번 그 사모님같이 ㅎㅎㅎ
그런 즐거운상상을 하며 ....ㅋㅋ
퍼조끼 싼거 하나 장만 했지요. (백화점표는 아니지만 보세표.훌륭해요 )
아컴 어디 코너에 연말송년 모임에 센스있게 차려입기.
그 글 읽어 보았거든요.
어찌 되었던 저의 옷차림은 님들의 상상에 맡기구여. 마지막 장식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진짜 진주 귀걸이 했어요. (금은보화 다 내려놓았길래 가지고 있는 귀금속은 결혼반지 하나.귀걸이하나.)
그렇게 해서 행복한 마음으로 나름 치장하고 (거금 5000원들여 드라이도 했어요 ㅋㅋ)...
약속 장소에 모이시는 우리의 가장들..
당당하고 씩씩하게 오리집 (ㅋㅋ) 식당으로 모이네요.
짝퉁 ***크도 당당하게 입고 두손 찌르고 있는 **롱 작업바지도 이날은 멋스럽기 짝이 없어요.
약간 늦으시는 소장님은 배송책임 땜에 늦게 도착한다고 이 모임의 총무님께 계속 전화하네요.
\"알았다 !! 고~마 마지막 그집에 배송 약속 잘지키고 처천이 오거라이 !! \"
고래고래 질러댑니다. 직업병인가봐요. 물류 장소 그곳에 가면 절로 소리쳐 진다는거 그거
잘알고 있거든요. 서로들 이자리가 그립고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아도 흉허물 없는 사나이들의 세계들..
여자들하곤 또 다른 자리...
그렇게 하여 피곤하고 힘든 가장님들의 음주가 시작되네요.
적당히 취기가 오르고 모두 먹자 먹자 오리고기... 사실 전 오리고기 별로인데여~
그래도 맛있게 먹고... 문제는 너무 우아하고 분위기 있는 옷차림이 방해를 했어요.
소장님들중에 매년 만나서 한잔 거~하게 꺾고하는 사랑하는 남동생같은 소장님계세요.
\"누부야 ~~~ 억쑤러 이뿌데이 !!\" 해주며 분위기 한껏 띄워주시는 그 소장님
올해는 동백이 금주령 내렸길래 드링크 (?) 입에도 안대었어요.
제정신이 말똥말똥하니까 저를 너무 어려워하며
\" 싸모님 !! 왜케 점잖노 ~~~ 말걸기도 힘들데이 !! \"
졸지에 누나에서 사모님으로 가고... 그래도 누나가 좋다는거 ....
한껏 흥이 오르니 군대간 자식얘기, 어느 대학에 합격했다는 얘기,
애기 같이 느껴지던 막내 찌돌이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얘기,
힘들고 지칠때는 가족들 생각하면 아무 생각없이 배송에만 전념해진다는
이시대를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가장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너무 잘 입어버린 제가 부끄럽고 추가로 입고간
오리털 패딩코트 냄새 밴다며 준비해간 비닐봉지에 싸서 넣은 제가
많이 부끄웠다는 얘기 쓰네요. (서울에선 고기집 가니까 커다란 비닐봉지 주더라구요. )
이 모임의 회장님 말씀 \" 올여름 너무나 더웠고 이겨울 많이 추울것인데 그래도 우리모두 힘내며 살아 갑시다. 너무 고생하고 수고 하셨습니다. \" 하며 모두들 브라보를 외치며 건배를 하네요.
경상도 사나이들. 찐하고 우직한 그들의 송년모임장에서의 멋짐들...
한때는 잘 나갔다는 착각을 현실로 빨리 바꿀줄 아는 그 멋진 사나이들의 땀냄새가 향기롭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남편을 생각하니 그동안 서운했던 감정들...모두 날려 보내고.
한쪽 구석에서 쓸쓸히 쓴소주 한모금씩 마시는 남편의 얼굴을 얼핏 보았을때...
반백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네요.
하얗게 서리 내린 머리는 모두들의 귀감이 된다네요. ^^
용서의마음이 일어납니다. 님이라 절로 부르는 이마음도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싸나이들의 불끈거리는 노동의 땀냄새에 반해버린 이여자 ...
딴 해와 다르게 올해는 정말 감동입니다. 아마도 나이 한살 더 먹어가니 느껴지는 감정인가 봅니다.
내년에는 이 옷차림이 잘 어울리는 곳.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곳. 작업복 차림이 아닌 턱시도를입고
송년파티를 멋지게 할 수있게 꿈이라도 야무지게 꾸면서 한해를 마무리 하렵니다.
올 한해도 이렇게 저물어 가네요. 맞이할 내년은 좀 더 풍요로웠으면 합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부자되세요 ~ !!*^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