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나간 시간엔 추억이 있고 그만큼의 이야기가 있다.
기억이란 참 신기해서 잊고 있었던 사소한 일들이 그 시절의 음악 하나에 되살아나기도하고
내 손으로 쓴 편지조차 전혀 기억에 없어 생소하기도 하다.
솔직히 나에게 1994년도는 한창 추억돋는 대학시절은 아니지만 굳이 의미를 따지자면
남편을 만나던 해이다.
그 이듬해 결혼을 했고 다시 그 이듬해 아이를 낳고....
그렇게 주부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여자의 인생 2막을 시작하게되었으니 참으로 뜻깊은 해라고도 하겠다.
그다지 멀지 않은 시간이라 싶은데도 1994년의 모습은 참으로 추억 돋는다.
8282, 1004...이 모두 삐삐에서 시작된 숫자들이 아닌가..
커피숖에서도 거리에서도 항상 공중전화 앞엔 사람들이 줄을 서거나 서성거렸다.
삐삐를 치고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 음성사서함의 메세지를 확인할때의 두근거림...
요즘처럼 집에서도 각자 핸드폰을 들고다니며 쉽게 연락을 주고받는 세대는
결코 그 기다림의 묘미를 모를 것이다.
친구와의 통화가 좀 길어질 땐 방문 너머 엄마의 눈치를 보기도하고
기다리는 전화가 있을 땐 꼼짝없이 전화기앞에 묶여있기도 했다.
드라마 속의 1994 주인공들처럼 나도 대학은 꼭 서울로 가고싶었다.
지금은 인서울이라해서 서울권 대학에 들어만 가달라고 소망하지만
내가 대학에 들어갈땐 정말 SKY 정도가 아니면 딸을 굳이 객지에 보내려고 하지 않았다.
뭐...우리 부모님이 보수적이어서 그랬는지도...
그 당시 나는 꼭 서울로 대학을 가서 그 이듬해 열린 서울 올림픽을 직접 보리라...는 야무진(?) 꿈이 있었다.
서울로 가고싶은 이유중에는 집을 벗어나 기숙사나 하숙생활을 해보고싶어서이기도 했다.
물론 이루지 못한 꿈이다.
그래서 tv 속 신촌하숙집의 풍경은 나의 호기심의 대상이고 나의 꿈의 장소이다.
차인표, 신애라 주연의 \'사랑을 그대 품안에\'라든지
장동건, 손지창의 \'마지막 승부\'
\'별이 빛나는 밤에\'의 시그널 뮤직이 흘러 나오면 참.....뭐라할 수 없이 아련한 추억이 샘솟는 것이다.
문득 오늘밤은 모두 잠든 시간에 홀로 깨어 심야 라디오에 귀기울여 보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