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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


BY 밤하늘 2013-10-11

운동회

 

도시락 준비로 이른 아침 눈이 떠졌다

일기예보를 들어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창문을 열고 날씨를 본다

바람도 적당하고 햇살도 적당하다

올 가을운동회가 딸아이의 초등학교 마지막 운동회가 될 것 같다

아직은 5학년이지만 돌아오는 내년은 학예회로 운동회가 없다

 

만국기가 바람에 흔들린다

도시락을 준비하고 교문앞에 오자 이미 운동회는 한창 진행되었는지

풀썩이는 먼지와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가을하늘을 울려퍼진다

새롭고 새삼 가슴이 설레이며 대견하다

40년 전에 내가 다니던 학교에 딸아이가 다닌다

어제 밤 딸아이에게 선배님하고 부르라고 하니 딸아이가

까르르 거리며 숨넘어 가며 웃던 생각에 슬며시 입가에 웃음이 돈다

 

40년 전에 이 학교는 산과 과수원으로 둘러 쌓여 있었다.

학교 갈 때 풀잎을 묶어 다음 아이들이 오다가 넘어지는 것을 숨어서 보다

자지러지게 웃던 어린날도 생각났다

지금은 온통 사방이 건물뿐인 도시의 한 모퉁일뿐이지만....

그러나

본건물은 40년 그대로 옛것이고 조회대나 만국기가 휘날리는 운동장은

어릴 때 그렇게 넓고 넓었는데 지금은 조그맣게 보이는 것 빼놓고는

모두 그대로라 마치 내가 운동회인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교문앞에는 어디서 들었는지 장사꾼들이 진을 치고 있다

뽑기장사, 솜사탕장사, 아이스크림장사,트럭에 준비된 통닭장사까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40년 전으로 돌아온듯한 느낌이 들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예쁘게 단장한 저학년들의 신랑각시춤과 고학년들의 섹시댄스까지

선생님들께서 이 운동회를 위하여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부모님들은 모두 즐거워 하였고 만족하는 것 같았다

이어서 부모님들의 줄다리기에 청군백군의 응원점수와

점심을 알리는 콩주머니(오자미)던져 박터트리기로 즐거운 점심 시간이 되었다

여러집이 어우러지고 손주며느리까지 있는 딸아이의 이모들까지

대가족인 우리집이나 여기저기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점심을 먹는 모습이

어렸을 때 동네 잔치날같은 운동회 그 모습이다.

 

마지막 계주로 딸아이가 속해있는 백군의 승리로 공책한권과

달리기 3등으로 공책한권을 더 받고는 신나서 달려오는 딸아이의 환한미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공책이지만 참 좋다~

운동회를 마치고 흩어지는 아이들 사이로 먼지가 뽀얗게 날리지만

시간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아프다고 힘들다고 나이가 많다고 그늘에 가리워 시간안에 갇힌 것 보다

흐르는 시간위에 힘차게 달려오는 딸아이의 환한미소처럼  순간을 즐기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