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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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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정점에서 다시 만나다,그 후로도 오랫동안


BY 새우초밥 2013-10-04

 

 

 

    작년의 어느날 날씨가 어느 가수의 노래가사처럼 푸르게 아름답게 한참 화창할때  

    우리집 거실에서 도화지에 그림을 마음대로 그리고 있었던 조카에게 비행기 하나

    만들어준다고 말하니까 큰 아빠 하나 만들어주세요라고 아양을 피우면서 종이

    하나를 나에게 가져다 주는것이 아닌가.

    아마도 다른 아이들 같았으면 한참 기다리고 있을것이다.

    내가 쉽게 만들 수 있는 종이비행기 하나는 목공소 목수가 찬장 하나를 못질 몇번에

    뚝딱 만들듯이 종이 비행기 하나를 급하게 만들었다.

    조카하고 베란다로 나가서 내가 종이 비행기를 날리니까 마침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종이 비행기는 마치 우주유영을 하듯이 제법 잘 날아간다.

    조카는 그 모습이 신기했는지 베란다 창틀을 잡고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조카에게 만들어주었던 종이 비행기를 만들어서 병원 옥상에서 날리고 싶었던

    지난 수요일 오후,

 

    병원에서 한참동안 어둠이 내려진 밤에 투석하고 있을때 창문쪽을 바라보니까

    바람 한 점 없는 저녁인지 커텐이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밤에 누구에게 전화를 한번 걸어볼까 싶은 생각에 전화번호부를 돌려보다가

    오늘밤은 이 형님에게 전화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벨 몇번 울리고 들려오는 투박한 노인의 목소리가 조용한 밤을 깨우는것 같았다.

    전화걸면 항상 하시는 말씀이 경상도 노인이지만 걸쭉한 서울말투로 \"어 태형이냐?\"라고

    불러주는 그 말씀은 여전하시다.

    그때 문득 헤밍웨이의 그 유명한 소설 \"노인과 바다\"그 소설이 생각났다.

  

    쿠바의 늙은 어부가 주인공이다. 주인공 노인은 카리브해 바다한 가운데서

    커다한 물고기를 잡았지만 이틀간 상어로부터 지키기 위하여 사투를 벌이다가

    아무런 소득없이 절망의 마음을 안고 돌아온다는 내용인데 전화상으로 흘러나오는

    그분도 어쩌면 노인과바다에 등장하는 노인처럼 삶의 정점을 찍었던날을 돌아보면

    한참 흘러간것은 아닌지 모른다.

    그분과 처음 알게된것은 13년전으로 올라간다.

    그때 한참 PC통신에 열중할때 어느 봉사동호회에 가입을 했었다.

    마침 대화방에서 몇명과 대화를 한참하고 있을때 자신을 외국어 대학교 불문과 교수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계셨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위치하는 외국어 대학교다.

    지금 한번 오라는 말씀에 거절을 했지만 다시 한번 초대한다는 말씀에 통신을 끊고

    나가면서 그분은 어떤분인지 궁금했지만 대학교 교수 신분의 그분의 목소리는 정말로

    친근감있게 다가왔기에 금방 통신을 끊고 나갔다.

    음료수 하나를 사들고 가는데 그분이 계시는 사무실은 그 대학교 건물중에서도

    가장 높은곳에 위치하는것을 보고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어느 높은 산을 등반하듯이 올라간 건물 앞에서 엘리베이트가 보이지 않았다.

 

    또 다시 산을 등반하는 기분으로 5층에 올라가서 그분 사무실 앞에서 노트를 했다.

    과연 어떤분일지 마치 어느 코메디에 나올것 같은 쇼를 보는것 같은 느낌이랄까.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제법 몸집이 큰 할아버지 비슷한분이 나는 반긴다.

    권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마치 옆집 할아버지 같은 그분과 나는 형님과 동생이 되었다.

    마침 봉사활동이 있었기에 그분과 서울에 몇번 올라가서 봉사활동도 같이 하면서

    20살이나 넘게 차이나는 나이차이는 금방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가끔 시간나면 그 형님 만나러 대학교에 올라가서 같이 식사하고 많이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내가 투석하기 시작하면서 발걸음하는 날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2년전 그분의 연락처를 찾았다.

    세월이 많이 흘러갔으니까 그분이 아직도 불문과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을지 그동안

    소식 한번 전하지 못하고 있었던 시간이 너무 아까울뿐이다.

    다시 통화하게 되면서 그분은 그사이에 정년을 맞이하면서 퇴직을 하셨다.

    그리고 지난 수요일 저녁 그분이 투석하는 나를 찾아오셨는데 그분의 몸매는

    10년이 흘러갔지만 여전하시다.

    13년전 르망이라는 자가용을 손수 운전하시던 그분은 차를 운전하는 순간부터 욕으로

    부터 시작하고 욕으로 끝나는 정말 터프한분이였는데 사모님은 서울에 계시고

    그때 처음 가보았던 아파트에서 혼자 생활하고 계신다는 말씀에 웬지 모르게

    마음이 착잡하다.

   

    그 형님은 새로 구입한 승합차에 나를 태우고 오륙도가 보이는 해변도로를 달리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투석 때문에 목이 쉬어버였기에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못했기에 그것만 불만할뿐 오랜만에 만났다는 그자체가

    나에게는 큰 힘이 된것 같았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머리까락이 있었지만 10년후에 다시 보았던 그분의 얼굴을 보니까

    머리까락은 하나도 없는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삶에 지쳐버린 바다를 헤매이는

    그 노인처럼 그 형님의 얼굴을 보니까 삶의 꽃봉오리 하나가 떨어져나간것 같았다.

    역시 흘러가는 세월에 장사없고 일을 놓아버린 그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세탁소에서 깨끗한 옷 한벌을 새로 입혀드려서 삶의 정점을 다시 이여드리고 싶다는

    만나야 하는 사람은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된다는 말이 있듯이 수 없이 흘러가는 세월속에서

    내가 혹시 잊고 살았던 사람은 없는지 이번 기회를 계기로 다시 성찰해보는날이

    천천히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