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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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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떠나는자와 뒤에 남아 살아가는자들의 시간차


BY 새우초밥 2013-08-12

 

 

 

   안개가 떠나지 않는 이른 일요일 아침 텅빈 공간에 시골 사람들이 가져 온

   농산물들을 풀어넣고 있으면 도시민들이 장을 보고 물건이 떨어지면 사라지는

    전형적인 반짝시장처럼,

    어제 저녁에 조카들이 2시간만 있다가 집으로 내려갔다.

    남동생 부부가 잠깐 일을 보고 있는 사이 조카들에게 만화 캐럭터들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펼치며 미술 선생님들이 조언을 하듯이 조카들에게 어떤식으로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는 조언을 하나씩 했었다.

    조카들 떠나고 작은 상에 놓여있는 그림책을 하나씩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뜻하지 않게도 관혼상제 그 부분이 나왔다.

 

    비록 동화적인 느낌으로 그린 그림이였지만 나는 관혼상제에 대한 느낌을 학창시절

    일찍 몸으로 체험한바가 있다.

    중학생시절 어느날 어머니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씀을 하셨을때 나는 입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한참 어린시절부터 손자인 나를 극진이도 사랑하셨던 할머니셨다.

    여행을 가면 나를 데리고 가시고 동네 어르신들에게 곧장 자랑을 하셨던 할머니

    나에게 세상 살아가는 그 모습을 말씀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셨던 그분이

    왜 갑자기 돌아가셨는지 그 시절 나에게는 대단한 충격적인 일이였다.

    내 인생의 10%를 담당하셨던 할머니를 다시 뵙게 된것은 당신이 돌아가시고

    3일후 학교에 말씀 드리고 갔을때 할머니는 병풍뒤에서 온 몸을 감싼채로 누워계셨다.

 

    슬픔이란 눈물을 동반한다고 하지만 할머니를 보고 나온 나는 마루에 앉아 있을때

    누군가 나에게 먹어라고 주었던 사이다와 돼지머리 눌린것을 보고 할머니 생각은

    잊은채 꾸역꾸역 먹었다.

    한때는 나의 인생을 가르쳐주신 사람은 안방에서 누워있는데 뒤에 남아있는 나는

    도대체 무얼하는 사람인지 이승과 저승의 시간차를 경험하는것 같았다.

 

    9년전,

    한참 투석초기시절 어느날 나의 침대 옆에는 3도 화상을 입은것 같은 젊은 남자가

    내 옆에서 투석을 하고 있었다.

    내 또래의 그 젊은 남자는 불에 데였는지 모르겠지만 금방이라도 죽을것 같은 모습으로

    그 사람의 어머니는 열성으로 아들을 보살피는 모습을 보면서 내일이면 죽을 아들을

    곁에서 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가슴이 찢어질것인데 아들을 곁에서 바라보는것만으로

    어머니의 역활을 다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간호사가 그 사람에게 말 한 마디를 던졌다.

 

         \"힘내세요\"

 

    물론 힘내라고 했던 말이지만 힘내라는 말보다는 잘 견디여보세요라고 했으면

    좋겠다는 나의 생각이지만 내일이면 곧 죽을 사람에게 그 말은 어쩌면 사치가

    아니였을까

    9년이 흘러간 현재 그 사람은 아마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만 방안에 할머니를

    모셔놓고 사이다와 돼지머리고기를 정신없이 먹었던 나의 모습처럼

    아들을 보내고 돌아서야했던 그 젊은 사람의 어머니는 최소한 눈물만을 흘리고

    뒤에 남아 살아가야 하는자의 마음은 아들을 위하여 이제는 잊어야한다는

    통한의 그리움을 1년에 몇번 생각하지 않을까

    2년전 아버지 보내고 3일동안 있다가 집에 오면서 느낀점이라면,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은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인생의 진리를 또 다시 꺠닫게 되는

    통달의 진리를 세삼 느끼는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