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고 긴 장마가 이젠 내일이면 끝이라고 기상청에서 자신있게 보도를 한다.
요즘은 일기예보가 틀린 적이 없기때문에 그 말을 믿는다.
찜통 더위가 올것이라는 말에 두려움이 앞서면서 어쩌면 이 더위에 살아남지 못할수도
있다는 불길한 생각을 한다.
더워 죽겠다는 말을 실감한다.
TV를 켜면 연예인들이 자기들끼리 놀며 까르르 거리는 장면을 방송사마다 경쟁을 하듯 보여준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건지 나는 그런 프로가 도무지 재미없다.
방송사가 많아지니 리모콘이 심심치는 않다.
쭈욱 둘러앉아 입담 대회를 벌리는것 같은 프로가 많다.
내용은 없고 말장난만 난무하다.
몸을 젖히고 웃는 남자.. 책상을 치며 웃는 남자..
몸을 비틀며 웃는여자..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방송사마다 불려다니는 인물들인가보다.
그또한 보고싶지가 않다.
끈질기게 전화를 하던 방송사들이 요즘은 뜸하다.
그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싶지않아 나도 끈질기게 출연요청을 거절했다.
나를 좀 잊어주시지.. 왜 나를 그리 못잊는가.
내 말이 우스운지 작가가 까르르 웃는다.
뉴스는 살벌하다.
벽돌에 맞아죽은 할머니를 보면서 절대로 젊은이에게 잔소리를 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애인을 죽여 난도질한 사건.
인간의 잔인함은 어디가 끝일까.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삐딱하게 세우고 돌아서는 젊은이에게 하마터면 잔소리를 할뻔했다.
이봐요. 차를 그렇게 세우면 다른차는 못세우잖아요..
그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간다.
자칫 잘못하면 맞아 죽는 세상이라는것을 깜빡 까먹었다.
라이트를 끄지 않고 내리는 젊은이에게 기어코 한소리를 해준다.
라이트 안껐네요.
저절로 꺼져요.
귀찮은듯이 퉁명스럽게 대꾸를 한다.
요즘 차들은 굳이 라이트를 끄지 않아도 되는 모양이다.
무안해서 머쓱해진다.
밧데리 방전될까봐 걱정되어서 한 말이거늘...
요즘은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아침엔 해독쥬스와 야채샐러드를 먹고 점심은 복지관에서 삼천원 쿠폰으로 해결하고
저녁은 오이지와 마늘장아찌와 총각김치로 대강 먹는다.
오이지도 샀고 총각김치도 샀다.
만들어놓은 반찬을 사는 일은 올해 처음 하는 일이다.
내가 변했댜.
오래 살면 그리 되는 모양이다.
복지관에서 말 많고 주책인 할아버지가 내게 점심을 사주겠다는 말을 안했으면 좋겠다.
그 말을 할때마다 내 어께에 손을 얹는다.
언제고 내가 화를 내고야 말것 같다.
웃으며 상담해주는것이 결코 상대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닌것임을 모른다.
햇빛이 뜨겁다.
그래야 곡식이 익는단다.
농협조끼를 입은 한 할아버지가 곡식 익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더니 정치이야기까지 열변을 토한다.
복지관에 앉아 있으니 자신의 유식을 뽐내는 노인들이 많음에 놀란다.
늙는다는것이 외롭고 서러운 일만은 아닌가보다.
작은 방에 에어콘을 켜고 들어앉아 어떻게 살아갈것이고 어찌 늙어갈것인가를 고민하면서
길이 없음에 한탄도 하지만 이 여름을 일단 무사히 넘겨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