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요양병원에 계시는 아주버님을 지난 금요일에
우리집으로 모시고 와 2박3일을 보내고 오늘 모셔다 드렸다
다녀와서는 그나 나나 마음이 아주 씁쓸하고 뻥뚫린 느낌이다
남편은 아주버님과 젊어서부터 설계 일을 하는 동지로서
또 함께 사업을 하던 동료로서의 삶을 살아왔기에
형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애틋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젊을때는 자기보다 더 잘나갔고, 돈도 많이 벌었었는데
정작 늙고 병들어 있는 지금에는 오갈 데 없는 초라한 신세가
되어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계시는 것이다
우리가 가서 그 요양병원의 입원한 사람들을 보노라면
거의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거나 말을 하지 못하고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치매환자가 대부분인데 아주버님은 대장암
수술 이후로 정신은 멀쩡한데 그런 환자들 틈에서 지내려니
그도 못할 노릇이라며 거기서 지내는 게 죽을 맛이라고 하신다
그 얘기를 듣고 남편은 자기가 형님을 위해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다가 우리집에서 단 며칠이라도 지내시며
음식이라도 제대로 드시고, 가끔 동네 앞산에라도 함께
산책을 하면서 기분전환이라도 하시는 게 좋을 듯 하다고
생각하여 모시고 온 것이다
오늘 다시 모셔 드리러 갈 때만 해도 퇴원하여 우리집에
한 달이라도 함께 계시게 할 생각이었는데
정작 장조카의 반대에 부딪혀 그냥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아주버님은 하루에도 몇 번씩 창밖으로 뛰어 내리고 싶을
정도로 거기가 감옥같다는데 조카는 이제 여길 나가면
어딜 가실 거냐며 우리집에 가시는 것도 언제 어떻게 되실지
몰라 불안하다고 한다
지금은 암이 뇌에 종양까지 만들고, 모든 장기에 다 퍼져서
암센타에서도 특별한 치료도 하지 않고 그냥 스테로이드제만
쓴다고 하니 언제 어떻게 상황이 돌변할 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반대를 하는 것이다
조카의 말도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지만
정작 아주버님의 삶을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효도인가도 싶어 마음이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우리집에 계시는 동안 식사도 잘 하시고, 남편과 옛이야기도
나누며 산책도 하니 형제간의 못 다한 정이 서로에게
아쉬움을 더한 듯 하여 곁에서 지켜보는 나 역시 한편으론
마음이 흐뭇하면서도 안쓰러운 생각에 반찬 하나라도
입맛에 맞게 해드리고 싶었다
자신의 생각대로 살 수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는
삶을 살아있는 거라 할 수 있을까?
100세 시대라는데 요양병원에 식물인간처럼 누워 있는
수많은 노인 환자들을 보면 꼭 오래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서늘해져 온다
아주버님의 삶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