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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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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BY lala47 2013-04-17

월요일은 국립암센터에 예약 날이었다.  유방암외과와 갑상선내과와 신장내과가 예약 되어 있었고 

피검사부터 시작해서 유방 초음파와 PET검사도 예약 되어 있었다.

PET검사란 암이 전이된 곳이 없는가 비춰보는 검사인데 한시간 삼십분이 걸린다.

 

아침 아홉시까지 오산에서 일산으로 가기는 무리인것 같아서 하루 전날 응암동 아들네로 가서 일박을 했다.

현관에 들어서니 윤하가 활짝 웃으며 안아달라고 두손을 뻗친다.

\"안아.\"

어찌 그말은 할까.

내 목을 꼭 껴안고 내 등을 도닥 도닥 두드리며 만남의 기쁨을 십분정도 하는 것이 습관이다.

윤지는 윤하의 그런 모습을 보며 베시시 웃는다.

언니다운 태도다.

 

저녁에 동화책을 읽어달라는 윤지에게 그러마고 했다.

동화책을 읽어줄때만큼은 할머니 무릎은 윤지가 차지 한다.

지난번까지만 해도 윤하는 동화책 읽는데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던 윤하가 슬그머니 윤지를 밀어낸다.

발로 밀어보다가 안되니까 두손으로 밀어보고 그래도 안되니까 언니의 등을 주먹 쥐고 한대 때린다.

\"하지마! 엄마..윤하가 나를 때려.\"
\"윤하야! 언니가 우리 윤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언니를 때려? 너 엄마한테 혼나.\"

윤하는 엄마의 말엔 아랑곳하지 않고 내 무릎에서 언니를 밀어내는 일에만 열중했다.

 

\"자..그러지 말고 둘이 다 할머니 무릎에 앉아. 윤지는 오른쪽에 윤하를 왼쪽에.\"

윤지를 오른쪽으로 옮기고 윤하를 안아 왼쪽 무릎에 앉혔다.

아이들 둘을 무릎에 앉히고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윤하는 동화책을 손가락으로 찍으며 책을 읽는 시늉을 한다.

\"너 좀 조용히해.\"

언니의 말에 윤하가 언니의 머리카락을 움켜쥔다.

\"엄마.. 윤하가 내 머리카락 잡았어.\"

윤지는 엄마에게 SOS를 쳤다.

\"윤하 너 정말...\"

사태를 보더니 심상치 않았는지 윤하가 내 무릎에서 내려갔다.

포기의사 표명인가보다.

\"진작에 그럴것이지. 그래. 생각 잘했다. 엄마한테 와.\"

윤하는 엄마한테 가서 안겼다.

이렇게 쪼꼬만 아기가 어린이집에 잘 다니고 있다니 대견하다.

안보는 사이에 걸음이 빨라졌다.

 

윤하는 겨우 잠이 들었다.

\"윤지도 자야지?\"

엄마의 말에 윤지가 대답한다.
\"할머니랑 안놀았잖아. 동화책만 읽었지 논건 아니잖아. 할머니 내일 가실거잖아.

내일은 놀 시간도 없잖아.\"

\"할머니 내일 안가셔. 하루 더 주무시고 가실거야.\"

며늘아이와 윤지가 싱겡이 하는 소리를 나는 잠자리에 누워서 듣고 있었다.

\"윤지야 할머니한테 와. 우리 도란도란 이야기 하다가 잘까?\"

윤지가 달려왔다.

\"할머니 도란도란이 뭔데?\"

\"도란도란이란 작은 소리로 아주 친하게 이야기 나누는거야.\"
\"좋아. 나 그거 할래. 도란도란할래.\"

 

우리의 도란도란은 시작 되었다.
\"할머니 없을때 그동안 윤지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보렴.\"

\"할머니! 내가 저번에 엄마랑 윤하랑 셋이서 수지 외할머니 집에 가서 몇밤 자고 온거

아세요?\"
\"응 엄마가 말해서 알았지. 재미 있었어?\"
\"네. 재미 있었어요. 근데 말이예요. 석원이를 만났지 뭐예요.\"
\"아..그때 우리집에 놀러온다는 약속을 어긴 석원이?\"
\"네. 맞아요. 할머니도 알고 있었구나.\"

\"석원이랑 재미있게 놀았어?\"
\"아니예요. 하두 오랫만에 만나니까 쑥스러워서 말도 안했어요.\"

\"뭐가 쑥스러워. 친군데...\"

\"그래도 쑥스러웠어요.\"
\"석원이가 남자친구니?\"
\"네.\"

\"그랬구나.\"
\"이번엔 할머니 차례예요.  도란도란 해보세요.\"

 

\"할머니는 길에서 넘어졌더랬어.\"
\"왜요?\"
\"길이 울퉁불퉁한걸 못보고 딴청 했지머야.\"
\"어이구.. 다쳤겠네. 어디 다쳤어요?\"
\"무릎이 좀 까지고 코방아를 찧었지.\"
\"어디 좀 봐요. 저런..아팠겠다. 조심 좀 하지.\"
윤지는 벌떡 일어나서 조심해서 걷는 방법을 내게 가르친다.

\"할머니 이렇게 걸어야 하는거야.\"
\"알았어.\"

 

며늘아이가 윤지를 부른다.

\"윤지야. 이제 그만 자야지. 내일 유치원 가려면 일찍 자야해.\"
\"도란도란 조금밖에 안했어.\"

\"윤지야 내일 또 도란도란 하자. 오늘은 이만 끝!\"

\"알았어요. 할머니는 왜 일어나요?\"
\"화장실 가려구.\"
\"그럼 화장실 다녀오세요. 할머니가 화장실에서 나오면 내가 불도 꺼주고 문도 닫아줄게요.

윤지는 기다리고 있을게요.\"

화장실에서 나오니 윤지가 대기 하고 있었다.

\"할머니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윤지도 잘자라.\"

 

윤지 방에서 엄마와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린다.

\"할머니 내일도 우리집에 있을거지?\"
\"내일 병원에 가셨다가 다시 오실거야.\"
\"할머니 또 아파?\"
\"응.\"
\"안낫는 병이야?\"
\"오래 걸리면 나아.\"
\"정말 낫는 병이지? 난 할머니 아픈거 시러.\"

 

다음날 병원에 다녀오니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가 일찍 올줄 알고 아까부터 기다렸어요.\"
윤지가 말했다.

화장실이 급해서 화장실부터 찾았더니 화장실앞에서 윤하가 대성통곡을 한다.

만남의 기쁨을 나누지도 않고 화장실에 들어갔기때문이라고 며늘아이가 해명을 했다.

윤하의 울음은 내가 나와서 안아줄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날밤도 도란도란의 시간이 있었다.

\"할머니 내일 갈거야?\"
\"응.\"

\"내일 가는건 좋은데 하룻밤만 자고 다시 오면 안될까?\"
\"요런..\"
\"그럼 언제 올건데?\"
\"열밤 자고.\"
\"열밤이 금방인가?\"

\"금방이야. 아홉밤 다음이니까.\"

 

할머니 아픈거 싫다는 윤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프지 말고 아이들과 오래 오래 함께 지낼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