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그랜빌 아일랜드를 산책하며 바닷가에 앉아 봄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의 풍경이 아름다워 한 컷! =사진 콜라=>
평생 한 번도 가 보지 않고 죽어도 후회없을 곳을 꼽으라면
병원, 경찰서, 법원아닐까.
내가 태어나서 처음 경찰서를 가게 된 건 중학교 3학년 때다.
사립학교인 학교 교장의 부당 행위와 횡포에 견디다 못한
국어, 영어 선생님이 사표를 낸 다음날 전교생 등교 거부를 주도 해
경찰서에 잡혀가 취조란 걸 당했다.
우리의 등교거부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과정에서 방위성금 및 교직원 급여 이중기록 등
공금횡령과 범법이 드러나 구속된 교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우리의 데모도 퇴직 교사들이 선동했다고 우기며
죄를 뒤집어 씌우기위해 선생님들을 고소 했고
선생님들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나는 아버지와 법원에 출두해서 진술을 하게 됐다.
마지막 경찰서행은 20대 때.
2호선 시청 지하철 안에서 엉덩이 더듬는 남자가 항의 하는 나를 오히려 \'미친 x\' 취급을 하는 통에
아현역에서 육탄전을 벌여 마포경찰서로 갔다.
사과를 해도 시원찮은 상황에서, \'지갑을 찾는 중인데 미친 x 아냐?\' 하는 욕설에 그만 이성을 잃었다.
분을 참지 못해 내가 휘드른 우산과 핸드백을 막으려 내 팔을 잡은 남자를
시민들이 신고해서 피해자로 마포경찰서를 가게 되었다.
남자는 오히려 자기가 맞았다며 악을 썼지만
얌전해 진 160cm 45kg 여자가 175cm 70kg 가량의 남자를 팼다면 얼마를 패고
그것도 치한이었던 남자의 말을 믿을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그저 눈만 내려뜬 채 앉아 있기만 해도 범죄자인 상황에서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고건 시장의 사촌동생이라고 거짓말 한 게 들통 난 남자는
\'괘씸죄\'까지 추가되어 유치장에 갇혔다.
다음날 아침... 한 아줌마가 회사로 찾아 왔다.
등에 업힌 돌배기 아이가 방긋 방긋 웃었다.
\'한 번만 용서 해 달라\'고 사정하는 아줌마때문에 합의서를 써준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오늘, 한국도 아닌 캐나다의 법정에 섰다.
기업이 법을 어기면 최소의 자본만 남기고 망하지 않을 만큼 벌금을 물리는
반 사회주의 국가인 캐나다는 사소한 위반에도 십 수만원을 부과하는 벌금천국이다.
속도위반으로 잡은 경찰에게 차에서 내려 항의한 죄로
3년 동안 한화 약 180만원을 내고도 엄청난 벌점에 운전면허증을 반납했던
뼈아픈 추억이 있는 나는
그후 위반하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회사로 진입하는 정문에서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벌금 180달러를 끊겼다. 한화로 약 20만원 정도다.
캐나다 경찰들의 권한과 권위는 상상하기 어려울만큼 대단하다.
우리 한인 교민 100년 이민역사상 단5명 배출되었으니 경찰이 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위법 했다면 벌금을 내는 건 당연하지만 이번엔 부당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영어가 능통하지 않아 제대로 항의도 못하는 외국인은
대부분 억울해도 참고 벌금을 내는 편이다.
만약 영어 좀 된다고 소릴 지르거나 차에서 내리면 현장에서 수갑을 채워 바로 구속할 수도 있다.
위법하지 않았다면 추후 정식으로 재판을 청구해야 하지만
한국에서 관을 상대로 하기가 쉽지 않은 우리가 외국에서 하기란 더 어려워 차라리 돈을 내고 만다.
그래서 아시아계 아줌마를 더 잡는다는 우리만의 피해의식 비슷한 \'억울함\'이 있다.
오기가 생겼다.
그래 한번 부딪쳐보자. 이것도 경험이고 공부다...
문서를 작성해서 보냈더니 무려 6개월만에 법원에서 출두요구서가 왔다.
해서, 오늘 법정에 갔다.
약간의 두려움과 긴장감에 아침부터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며 간 법정!
판사가 순서대로 불러서 판결을 내리는데 꽤 긴 시간을 기다렸다.
판사가 짧게 물었다.
\"너가 생각할 때 유죄냐? 무죄냐?\"
\"나는 무죄다\"
\"너는 무죄! 땅땅땅!\'
끝.
ㅋ 스스로 죄를 고백하면 사함 받는 고해성사처첨
나를 적발한 경찰관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내가 내 죄에 대해 \'유죄 무죄\'를 결정하면 판사가 그대로 판결을 내려 주는 것이 재판이었다.
위반을 적발한 경찰이 출석한 경우와 스스로 \'유죄\'를 인정할 경우
판사는 다시 \'직업은 있느냐\' \'학생이냐\' 몇 가지 추가 질문이 주어지고
직업이 없으면 감액, 학생이면 거의 절반을 감액해 주는 재판....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 온 것이 10년, 캐나다에서만 8년을 살면서 처음 구경한 법정 풍경이었다.
평소에는 버스나 전철 모든 개찰구가 열려있고, 검사하는 사람도 없는 캐나다의 대중교통을
처음 이용하는 한국 유학생이 \'웬 떡?\'하고 무임승차 했다가
검사원에게 적발되어 요금의 100배를 내는 걸 두 사람이나 보았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정직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면 한없이 너그러운 나라에서의
신기한 첫 경험...
물론 그렇다고 캐나다는 도둑이나 강도가 없는 것도 아니다.
커피숍에서 가방을 의자 뒤에 놓고 수다를 떨다보면 사라지는 황당한 일도 있다.
인간세상 사는 건 다 비슷하고, 적고 많음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혼자 돌아 오는 길, 금방 튀긴 고소한 팝콘을 먹고 난 뒷맛 처럼
누군가를 잡고 맛있는 수다를 마구 떨고 싶었다.
벌금을 내지 않게 되어 돈이 굳었다는 기쁨.....
그리고 사람이 사람 말을 무조건 \'믿어 준다\'는 것에 대한
신기하고도 별난 경험의 후유증인 듯하다.
-캐나다에서 콜라-
행복한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