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나는 전화상담 자원 봉사를 한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자원봉사는 보통 오후 4시가 되어야 끝이나는 경우가 많다.
하루 6시간을 수화기를 들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처음엔 장난이 반이었다.
사람들이 좋아 할까? 그리고 정말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까?
방송국에서 하는 일이라 나름 의미도 있고 취지도 좋아 하게 되었는데 하다보니 정말
여러가지 사건 사고가 많은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오전...
그러니까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젊은 남자였다.
2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일것 같은 목소리 였다.
그래서 이런사람한테 무슨 고민이 있을까 싶어...웃으면서 \"젊으시네요!\"라고 멘트를 보냈다.
그랬더니\" 별로 젊지 않아요...30대 초반입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남편과 아내는 20살에 대학교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그렇게 만나 9년동안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였다.
그후 아이를 하나낳고 깨소금이 솟아질 많큼 재미있게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되면서 산부인과 진료 받으러 갔다가 유방암 4기에 걸린것을 알았다.
아내가 함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길래 뱃속의 아이는 저절로 수술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내는 암과의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어느덧 6개월이 흘러 흘러 갔다.
매일 아침 아내는 살기위해 등산을 한다고 한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남편은 제발 살아만 있어달라고 기도 한다.
남편도 아내도 아직은 너무나 젊은 30대 초반.....
이 이야기를 하면서 남편은 울고 있었다.
덩달아 나도 수화기를 들고 울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울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얼마나 힘들까? 그생각만 들었다.
아직 어린 아이한테 엄마는 얼마나 큰 존재인지....
아내는 자신의 병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데
남편은 아직 보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그러다 남편이 바빠서 우리는 전화를 끊게 되었다.
전화기를 끊고도 한참이나 나는 다른 사람한테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꼭 내동생이 아픈것 같이 느껴졌고, 내 동생이 울고 있는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제 하루종일 침울하게 보내면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더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일은 ....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일을 지금 내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 자신이 삶의 이유를 찾은것 처럼 기뻣다.
자원봉사....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하나보다.
다음에 또 그 남편이랑 전화 연결되면 나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까?
그때도 어제처럼 펑펑 울어 줄것 같다.
남편님!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