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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동서 생신날..


BY 꼬뿌니 2013-02-22

  내게는 두살 아랫 동서가 하나 있답니다. 원래는 둘이어야 맞는거지만

나이 40이 한참 넘은 막내 도련님이 잘난척 하며 싱글을 외치고 있는지라

아직까지 달랑 동서 하나

그러니까..

내가 결혼하고 그 다음 해에 아래 시동생이 결혼을 했으니  동서가 생긴 것도 19년째인가 봅니다.

지난 19년간 나는 동서 집에서 밥 한끼 먹어본 적이 없다는..

그도 그럴 밖에 없었다는 이유 아닌 이유를 굳이 댄다면

처음엔 시부모님 댁에서 모일 일 밖에 없었고

시부모님이 세상을 달리 하신 후엔 맏이인 우리 집에서 모일 일밖에 없었다고 한다면

그냥 대충 넘어가 질 일로 이해되려나?^^

참~ 큰 조카 백일 잔치 때 집에서 치루었기 때문에

그 때 일주일 전에 시댁으로 내려가서 장보고 손수 음식 준비를 해주면서

삼일 잔치동안 동서집에서 밥을 먹은 기억이 있긴 합니다.

 

우리  동서는 복수전공을 하신 똑소리 나는 석학이라서 인지

명절, 시부모님 생신, 각종 집안 대소사에 매번 직장 당직을 핑계로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자기자식 백일 잔치 날에도 준비는 어머니(애들보시고)와 내가 했고

동서는 손님들과 함께 퇴근해서 손님처럼 왔다갔다 했었지요.

일찍 조실부모 했다는 동서가 시어머니 복이 있었던지..

어머니는 내게 \" 에미야~동서라고 생각말고 네 여동생이라 여겨주면 안 되겠니?

작은 애가 친청 엄마도 없지, 언니도 한 명도 없지..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불쌍한 애라고..

늘 그리 말씀하시면서 조카 백일 잔치도 네가 언니처럼 도와주면 안되겟냐 해서리..

우리 큰애 백일 잔치도 편하게 하려고 나가서 부페에서 했던 저 입니다.

그랬던 제가 맘 약해서 홀딱 넘어 갔던 거지요.

 

  우리 동서를 처음 보았을 때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싶었답니다.

기억력이 좋은 나이지만 선뜻 떠오르는 일은 없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 동서는 TV에 자주 나오는 연예인들 얼굴과 닮은 얼굴이었던 겁니다.

쌍꺼풀진 초롱한 눈에 오똑한 코, 도톰하고 야무진 입술, 살짝 짱구인듯 둥근 이마, 달걀형의 작고 하얀얼굴..

아.. 그래서 그렇게 낯이 익었던 거구나.

암튼, 그렇게 빚어 놓은듯 성형 외과에 가도 손볼 데가 없을 이쁜 동서가

하는 짓은 그닥 이쁜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이때까지 형님인 내 생일을 기억하고 문자한번, 전화 한번 준 적도 없었으니까요.

허걱~ 그런데 말이죠..

구정 며칠 전 제 생일이 끼어 있었는데..

생일날 밤 11시 40분에 문자가 날아온 겁니다.

\"형님! 생신 축하디려요. 너무 늦었죠? 죄송해요.

자주 문자를 주고 받던 사이였다면 \"고마워~\" 하고 즉시 답을 보냈겠지만

.....................

 

왜 안하던 짓하고 그럴까? 별일이네~갸우뚱..그럼서 요즘말로 걍 씹고 청하던 잠을 청했겠지요^^

 

  지난 구정 하루 전날 웬만한 준비 다 끝내고 식구끼리 만두 빚기 시작할 즈음에

동서네 네 식구가 몰려 왔습니다.

형님~ 늦어서 죄송해요. 활짝 웃으며 들어옵니다.

어쩌다 좀 일찍 온다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서방님 입맛에 맞춰 동서가 상을 차려보라 하면, 자기가 하면 맛 없다며

아무도 안 먹을거라고 뒤로 빠지면서 결국은 내가 하게 만듭니다.

만두피와 속을 준비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지만,

시댁 식구들이 워낙에 만두를 좋아 하는지라 양을 많이 준비하였고, 모두 만두 만들기에 합세 하였습니다.

찜기에 우선 만들어진 만두 두판을 올려 요기를 시키고

저녁까지 만두 빚기에 총력을 다했습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슬슬 꾀가 난 가족들이 만두가 점점 커진다나 우쩐다나..

이런저런 우스겟 소리에 그래도 모처럼 명절 분위기를 즐겼고

늦은 저녁엔 영화 \"7번방의 선물\" 을 관럼하기로 단체예매를 했습니다.

동서가 자기는 이미 그 영화를 봤다며 안가겠다 하기에

전날부터 장보고 설 준비에 피곤해진 나도 가지않기로 했습니다.

 

  집안의 모든 남자들과 아이들을 영화관으로 보낸 후

저녁에 먹다 남은 갈비 데워놓고, 동서와 나는 복분자 술을 마셨습니다.

한참을 주거니 받거니 동서가 실실 웃음이 헤퍼지기 시작하더니

정색을 하며 나한테 따지는 겁니다.

\"형니임~ 지난 번 형님 생신 때 지가 문자 보냈는데 왜 씹었슈?\"

얼떨결에

\"누구한테나 있는 생일을 가지고 특별히 호들갑 떨거 뭐있어?

그랬더니 동서가 그러는 겁니다.

그래도 싸가지없는 동서가 안하던 문자를 했으면 답이라도 해주셔야죠..

혹시..제 생일은 언젠지 아세요?

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벽에 걸려있는 달력을 내려오더니

빨간 형광펜으로 4월 어느 날에 동그라미를 하고 무언가 적더니 다시 걸었습니다.

\"형니임~싸가지 없는 동서 둔 것도 형님 복이신거구..

형님은 보고싶은 엄마라도 있으니 복인줄 아세요.

저는 엄마 얼굴 같은거 생각도 안나고요. 울 시엄니가 보고 싶네요.\"

달력에 표시해 둿으니 제 생일날 꼭 문자라도 해 주셔야 돼요.

(이 사람이 이젠  외로운가  보구나..)

동서의 눈동자도 나의 눈동자도 어느새 젖어 있었지요.

딱히 친할 것도, 그렇다고 나쁠 것도 없는 두 동서끼리 비운 술병이 두개.

찻 주전자에 물을 올려 늦은 시간에 커피까지 한 잔씩 마시고

우리는 담날 차례 준비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동서네가 돌아가고 연휴가 끝나는 날 문자 한통이 다시 날아왔습니다.

\"형님! 좀 쉬셨어요?형님이 있어서 엄청 좋아요.무조건 건강하셔야 해요.\"

\"동서도 고생 많았어. 잘 들어갔지?\"

문득 그날 저녁이 떠올라 달력을 찿아 보았지요.

빨간 동그라미 아래에 (이뿐동서 생신날)..이라고 적혀진 글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그리고, 내 핸드폰에도  입력을 해 둡니다.

우리 동서 어때요? 귀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