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내게로 온 너
얼마 전 야근 후 벌어졌던 나만의 착각 소동이 있었던 그날 저녁
취기가 약간 올라 늦게(밤 12시를 넘겨서니 뒷 날) 들어온 남편을 붙잡고
내 심정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고, 위로라도 받고 싶어 고주 알 미주 알 조잘 조잘
병원에서부터 시내버스에서 내리기 까지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듣고 있던 남편은 죄 지은 사람마냥 고개를 떨군다.
그리고
침묵
.........
........
『어따, 우리 신랑 기술도 좋네 이제 앉아서도 잘 자네』
확인차 남편의 허벅지를 꾹 찌르면서 물었다.
『자나?』
남편 : “아니 안 잔 다” “얼굴이 무기인데 별 걱정 다 했네.”
띠옹, 띠옹, 띠옹.......헐
이런 사람도 남편이라고 그나마 위로 좀 받아 볼끼라고 뒷통수에 내리 꽂히는 잠을 쫒아가며 기다렸건만..............
이게 한 이불 덮고 자는 남편 맞나?
『그래, 당신은 좋겠다.
얼굴이 무기인 여자랑 살아서 집에 도둑 들어도 무섭지도 않겠네?”
무기만 휘둘려면 된께.......................』
야무진 입으로 남편 마음에 스크래치를 많이 낸 모양이다.
남편: 밤도 깊었는데 목소리가 좀 크다.
더 이상 이야기를 계속하다가는 감정 컨트롤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2차 대전을 일으키지 않을려고 나는 1절만 하고 접기로 했다.
그날 밤 서운한 마음에 등을 획 돌리고 잤다.
그리고
이틀 뒤
남편이 서류봉투 하나를 침대위에 던져 놓는다.
자동차 홍보 책자였다.
순간 이양반이 또 차를 바꿀려고 이러나 싶어
밥상을 차리면서 투덜투덜 거렸다.
수저 놓는 소리도 요란했고, 밥그릇 국그릇 갔다 놓는 소리도 요란했다.
일단, 밥은 먹여주고 따지자...........
인내심을 최대한 발휘하여 말없이 밥알을 삼겼다.
장소는 안방
침대에 비스듬이 누워 TV시청중인 남편에게
“차 바꿀끼가?”
“몇 년 안탔는데”
“돈도 없으면서”
“천날 만날 차나 바꾸고”
“남들은 십년도 넘게 타 더만”
나의 지병
궁시렁 병이 도졌다
아무말도 없이 궁시렁을 듣고 있던 남편
“요즘 K5가 인기가 좋단다”
“흰색이 제일 멋지다네, 인기도 좋고”
“니는 우찌 생각하노, 어떤색이 좋네?”
남편은 차에 대한 싫증을 다른 사람들 보다 빨리 느낀다.
1년, 3년, 5년...5년을 넘긴 차가 없다.
돈이 없을 때는 심지어 중고차라도 다른 차종으로 바꾸어 오고는 한다.
1990년 포니 중고차를 집에 데리고 오든날로부터 프라이드, 세피아, 산타모, 켈로프, 스타렉스, i30, 쇼렌토, 무쏘
무쏘가 우리가족이 된지도 삼년이 넘어서니 실실 싫증이 날 때도 되었지만.........
차 바꾸는 병이 재발한 남편을 곱깝게 바라보며,
“내는 감각이 촌스러워서 잘 모르겠다”
“내 차가 있어봐야 차에 대한 관심도 있지”
빈정거리는 말투와, 소극적인 대답에 남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자동차 홍보용 책자가 우리집 안방을 찾아온 약 10일 후 쯔음
근무를 하고 있는데 휴대폰으로 남편이 전화를 걸어왔다
“사무실 앞이다. 잠시 나와 봐라”
세상에서 돈 안 되면서 바쁜걸로 이 세상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운할 양반이 나의 남편이다.
그렇게 공사다망한 양반이 이 시간에 여기까지 뭔 일이람..........
혼자말로 궁시렁 거리며 오라는 장소로 나갔다.
빛이 빤짝 빤짝 나는 흰색 승용차
철없는 남편
그리고
깍두기 같은 인상을 주는 남정네
10대 소년마냥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손까지 흔들고 있는 남편과
허리를 구십도 각도로 수그리고 인사를 하는 남정네
나는 그들의 앞으로 갔다.
“누구 차고?”
남편: “니 차”
그러면서 자동차 키를 건낸다.
“퇴근 할 때 끌고 온나”
남편차를 자주 운전하기 때문에 운전 연습은 따로 필요 없었다.
남정네는 사모님, 사모님 하면서 차 내부 기능 설명에 의념이 없다.
차 설명은 근성으로 들리고
오로지 머릿속에는 이 남자가 돈이.................
돈이 어디서 났어, 이런 대형 사고를 치다니..........
남편의 철없는 행동 때문에 뒤치닥꺼리를 한 두번 한 것이 아니다 보니.......
벌써 한숨이 절로 나온다.
휴지 들고 똥 치닥꺼리 하려 다닐 내 모습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펄쳐진다.
형편상 현금을 다 주고는 사지 않았을 것 이고
할부금에 대한 뒷 수습은 분명 내 차지가 뻔하다.
빛이 빤짝 빤짝 나는 흰색 승용차도
철없는 남편도
침을 튀겨가며 설명에 열중인 남정네도 꼴보기가 싫어진다.
내 얼굴은 복사기다
좋고 싫음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난다.
차를 선물하고 원망 듣겠다 싶었는지 남편이 바쁘다는 핑계를 되고는 그 남정네와 함께 급하게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 남정네는 명함 한 장을 넘겨주면서
“무슨일 있으시면 여기로 연락 주십시요 사~~모~~님”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사~~모~~님, 님, 님, 님~~~~님 자의 메아리와
빛이 빤짝 빤짝 나는 흰색 승용차 그리고 나
오후 한나절 내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퇴근시간
차 안은 온통 가죽냄새로 진동한다. 더 섬세하게 설명하면 새 차 냄새가 진동한다.
추워서 창문도 못 열고, 코끝에서 뇌로 전달되는 새 차 냄새 때문에
또 남편이 입질에 오려 내린다
『사 줄끼면 봄 되면 사주지.....
냄새가 나 죽겠는데 추워서 창문도 못 열고
에구 머리가 안돌아 가도 너무 안돌아가,
생각이 없는 사람이야........궁시렁, 궁시렁』
어른들께서 하시는 말씀 중 “아기들은 배 부르면 잘 논다 ” 하시던 말씀처럼
나에게 굴려온 이 녀석 K5도 배가 부른지 잘 달려 주었다.
퇴근한 남편이 옷을 벗고 있다.
나는
옷 갈아 입는 남편의 주위를 맴돌면서
K5 신문에 들어갔다.
첫째 왜 마눌에게 차를 사줄 결심을 했는지?
둘째 차가 내게로 오기까지 전체적으로 들은 비용은?
셋째 무슨 돈으로?
넷째 할부금은 누구 통장에서?
다섯째 자동차 보험은 어떤 옵션으로, 보험료는 누구 통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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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상시 그다지 말이 없는 남편인데
오늘은 제법 몇 마디 한다.
“생일, 결혼기념일 선물 한몫 결재다. 알았나”
“그리고 얼마 전 니가 이야기한 시내버스 사건도 그렇고........... ”
차 할부금과 보험료는 남편 통장에서 빠져 나가게 했다고 한다.
한번 더 다짐해 두어야 할 것 같아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나중에 내 한데로 할부금 넘기기 있기, 없기..............없기”
“그렇게 못 믿겠으면 공정이라도 받아둘까???”
남편은 이제 나의 궁시렁과, 앙탈과, 잔소리에 지쳐가나 보다....
목소리에 짜증이 섞혀 나온다.
이쯤에서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
자~~~남편을 위한 칭찬 밥상 들어갑니다.
여~~보, 당신 할부금 갚을라 하면 앞으로 고생 많겠다...우~~~짜~~~노 미안해서
여~~보, 고마워
여~~보, 조심해서 잘 타고 다닐게
여~~보, 이 세상에 내 보다 더 행복 여자가 또 있을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여~~보, 사랑해
여~~보,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
여~~보, 여~~~보, 여~~보, 여~~~보, 여~~보, 여~~~보,
이제는 여보와의 사랑을 뒤로하고 나의 애마와 사랑에 빠지고 싶다.
어느날 갑자기 내게로 온 나의 애마
길 위에서 우리가 나눌 사랑 영원히 변치말기를 바라며..............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