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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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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만의 만남


BY 불량주부 2013-01-21

24년만의 만남!!!!

 

우리는 껌을 씹지도 않았다.

우리는 침을 뺕지도 않았다.

우리는 짝다리를 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칠공주 우리는 칠공주 였다.

 

27년 전

시골 골짜기에서 읍내로 시외버스에 몸을 실고 고등학교를 다니던

꿈 많은 여고생이였다..

털거덩 거리는 비포장 도로

뿌~~연 흙 먼지와 시~~커먼 매연을 내 뿜고 달리는 버스안에서

우리들의 우정은 싹을 피웠고, 우리들만의 가두리를 형성하게 되었다.

우리들은 이쁘지도 않았지만, 못생기지도 않았다.

친구란 울타리가 있어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고, 용기가 되었던 우리들

 

아름다운 일상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법

하얀 브라우스에 검정색 플레어스커트, 하얀 양말, 검정색 단화, 파랑색 체육복........

지난 기억에 등록된 우리들의 애장품이였다.

 

칠공주 중 마을 앞이 바다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 가족이 실제 생활하는 집과 그냥 한번씩 들리는 별채가 하나 있었다

그 별채는 우리들의 놀이터 였다.

바다가 바라 보이는 별채.........

우리는 그 곳에서 춤과 노래와 수다로 불타는 사춘기의 젊음을 토해내곤 했었다.

 

교복을 입은 채 한손에는 손수건을 묶고(그때 유행)....

카셋트를 털어놓고 음악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곤 했었고..

젊음을 불싸르던 열정적인 춤과 노래는 파도소리도 갈매기 소리도 삼겨 버렸다.

 

그 동네 머슴아들이 같이 놀자고 찾아 오고는 했지만

우리는 남들에게 허용할 수 없는 가두리와, 우리들만의 규칙이 있었고,

 그 규칙을 지키며, 우리들만의 공간 속에서 즐겁고 이유 없이 행복했다.

어느 누구도 우리의 세상에 침범은 생각지도 못하게 하였다.

 

용돈을 모아 친구들의 생일이 되면 유리상자에 들어 있는 인형을 선물하며

끈끈한 우정을 과시 하기도 했었고.

교정에서는 우리들의 우정은 타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아주 유명했었다.

 

초등학교는 각자 다른 학교를 졸업했지만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 서로를 알아가고 조금씩 친하게 지내고는 했었다.....

그리고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면서 절친이 되어버렸다

누가 그렇게 하자고 말한 사람도 없다.

아마도 털거덩 거리며 달리는 시외버스가 중매쟁이가 아니였나 싶다.

 

끈끈한 우정도, 꿈 많은 추억도 잠시

뒷 뜰에 차곡차곡 쌓아둔 장작더미가 되어 버린 날..........

 

우리는 각자의 사회생활과, 결혼, 출산, 행복한 가정 꾸리기 미션에 돌입했다.

이번 미션은 함께 할 수 없는 각자의 개인기로 문제를 풀고,

답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보니,

영원히 변치말자 약속한 그 우정도

희미하게 사라져 버렸고 친구는 꿈속같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바람결에 흩어져 버리는 모래알처럼 의미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별의 세월 24년을 아쉬워하며

 

이제는 우리도 두루 뭉실한 허리를 풀고  첫 닭이 울 때 까지

마음 것 추억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되었다 싶다...

 

24년만의 재회를 위해 우리들의 가슴은 두근반, 세근반..........

서울에서, 진주에서, 밀양에서, 사천에서, 진해로 출발.....

그리고 만남.................

 

24년전의 동심으로 진해에 살고 있는 친구네 집에서 다시 뭉쳤다.

 

이야기 꽃이 집안을 시끌벅적 하게 만든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듣고 싶은 이야기도..............

 

영문 모르고 째각 째각 돌아가는 시계바늘이 애꿎어만 간다. 이 밤.................

 

벌써 대학을 보낸 자녀를 둔 친구부터 막내가 초등학생인 친구들 까지.....

세월은 많이 흘려 강산이 두번이나 바뀌었지만

넘~~이쁘고 고운 내 친구들이다....

 

다시 만날 수 있게 열심히 살아주어 고맙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게 자기 몸 사랑한 친구들이 고맙고

먼 길 마다않고 달려와 주어 더욱 고맙고...........

 

다음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며...

열심히 건강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한 오늘이다

즐겁고 행복한 1박2일 동안의 정말로 소중한 시간을

가슴속 가장 깊은 곳에 묻어 두고

일상으로 돌아와 나는 외친다.

경녀, 둘선, 복자, 성자, 정애, 정이..내 친구들아 모두 사랑 한데이~~~

 

여기까지는 2006. 10. 23(월요일) 1박2일간의 친구들과의

모임을 마치고 돌아온 뒷 날 나만의 비밀방에 저장해둔 이야기 이다.

 

1박2일

꿈같은 외박

결혼 17년만에 처음 개인적인 일로 외박을 허락 받았다.

우리는 그곳에서 새벽이 오는줄도 모르고

지나간 24년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헤쳐고

앞으로 가급적 자주 얼굴 보자는 이야기로 끝을 내렸다.

1년에 한번 씩 모임을 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매월 회비를 내자고 의견을 모았고

내년 모임 장소와 일정도 정해 버렸다

모임 명칭도 즉석에서 정했다. “칠공회”

 

어떤 친구는 페인트 칠 하는 사람들의 모임 같다고 말하였지만,

이 보다 더 좋은 명칭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칠공회로 정해버렸다.

그리고 나는 칠공회 회장 겸 총무가 되었다.

 

2006년 10월 이후로

진주에서, 밀양에서 2회, 제주에서, 서울에서, 진해에서 2회의 모임을 가졌고

 

2013년 2월 2일과 3일 우리는 산좋고 물맑은 지리산 아래 산청에서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모임 일정이 다가오니 문득 그리운 친구들과의 추억 한 페이지 들추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