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 새해부터 이 무슨 망신이람?
어제 남편의 치과 진료를 위해 둘이 집을 나섰다
길이 미끄러워 행여 잘못해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큰 불상사라 조심조심 걸어 지하철 역에 도착했다
남편이 그날따라 내 교통카드 쓰지 말고 자기가 우대권
끊어 줄테니 그걸 쓰라고 한다
생각해 보니 그러다 걸리면 어쩔까 염려도 되었는데
내 입에서는 \"그래요 그럼\"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가 주민등록증을 놓고 나는 500원을 넣고 우대권을
받아 지하철을 타고 압구정역에 내려 혹시 걸리는 거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둘러보니
역무원이 보이질 않아 카드를 대고 나왔다
걸어서 치과를 가는내내 내 마음은 왠지 찜찜하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뒤를 안 닦은 것처럼 개운하지가 않았다
이렇게 한 번으로 끝났으면 될 것을 집에 돌아올 때는
당연하다는 듯 다시 그가 우대권을 끊어줘서 또 지하철을 탔다
한 번이 그냥 통과됐으니 아마도 양심이 마비가 된 모양이다
카드를 대고 나오는데 왠 남자가 지나가면서 나를 쳐다보길래
왜 나를 쳐다보나 싶었는데 바로 역무원이었다
\"잠깐만요, 이건 우대권인데 잠시 역무실로 가실까요?\"
\"에고에고 올 것이 왔구나\"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며 얼굴은 화끈거리고 부끄럽고
창피하여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어떤 변명을 할 수 있을까? 이미 엎질러진 물인걸....
역무원이 써주는 운임의 30배를 물라는 부정승차확인서를 받아들고
나오는데 내 자신에게 그렇게 화가 날 수가 없었다
그가 내게 그런 얘기를 했을 때도 믿는 사람으로서 그를 만류하며
양심을 지키자고 해야 했는데 그만 돈 몇 푼에 내 양심을 판 꼴이
되었으니...
이번 일로 새해 벽두부터 아주 큰 교훈을 얻었다
정직하게 살라는....
올 한 해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정직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또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