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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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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 칠세를 맞이하고.


BY lala47 2013-01-08

한파가 기승을 부리더니 오늘부터 조금 누그러진듯하다.

한해가 저물고 새해가 시작된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나갔다.

나이를 한살 더 먹었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게 다가오지만 별로 달라지는것은 없다.

언제부터 매사에 슬픔을 느끼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함박눈이 내린 하얀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눈부시게  슬펐다.

눈이 부시다는 이유로 눈물이 찔끔했다.

눈부시게 슬픈 겨울이다.

외로움탓이겠지.

 

아버지와 고모님께 세배를 다녀왔다.

구십대가 육십대에게 세배돈을 주신다.

나도 구십이 넘도록 산다면 어찌 해야할까.

암담한 생각이 든다.

늙는다는것은 아무에게도 환영을 받지 못한다.

남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늙어야 할까.

지하철에서 주책을 부리는 늙은이들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

경로석을 피하게 된다.

 

지나간 시간들의 기억을 내려놓는다는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애써 지우려고 하지 말고 아름답게 포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통은 어쩌면 자애심때문일지도 모른다.

좀더 객관적이 될순 없을까.

별로 억울할것도 없는데 자꾸만 억울하다.

억울한 기운으로 에너지를 얻기로 한다.

항암제때문에 아직 손가락 관절이 좋지 않지만 올해는 출판을 한권 해야겠다.

 

글을 쓴다는것은 내게 많은것을 망각하게 만든다.

내가 혼자라는것도 잊게 해주고 암환자라는것도 잊게 해준다.

잊기위해 글을 쓰기로 한다.

혼자였던것은 사실 오래전부터였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늘 혼자였다.

그러니 새삼 엄살을 부리지 말아야한다.

 

일산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돌아왔다.

추운 날 언니와 강남터미널에 나가서 구천원짜리 쉐타를 몇개 사고 만원짜리 구두를

사면서 신나게 돌아다니고 영화도 한편 보았다.

작은 쇼핑이 주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고양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면 오산까지 데려다 주지만 육천오백원이라는 교통비가 만만치않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게 되면서 버스를 피하게 된다.

오산역에서 내려 오뎅을 두꼬치 사먹었다.

길에서 오뎅을 함께 사먹었던 기억을 물리쳤다.

나는 앞으로 많은것을 물리치며 살아야겠다.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