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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과 거실사이 바둑소리 딱딱


BY 자화상 2012-11-20

딱! 딱!

참으로 오랜만이다. 남편은 안방에서 나는 거실에서 우린 얼굴을 보지 않고 낄낄거리고 웃었다. 

각자 컴퓨터를 가지고 같은 바둑 사이트에 들어갔다.

남편이 내 아이디를 찾아 대국신청을 하면 바로 바둑을 두는 것이다.

댓글에 모르는 사람처럼

\" 잘 두시네요, 욕심도 많네, 에이~ 이사람아, 뭐여? , 미인이신가?, 차 한잔?, 바둑두다 어디갔나?,오메!\"

등등 별별 댓글을 써 나를 웃겨 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큰소리로 웃어보았다.

 

나도 국가고시 자격증하나 따야겠다고 { 공인중개사}일년 전 결심했었다.

봄 꽃구경도 여름 휴가도 가을 단풍놀이도 미루었다. 

심지어 마트도 아주 중요한 장보기외에는 남편이 대신 다녀왔다. 

아, 그런데 결과는 점수가 미달이었다.

나이 오십중반에 도전하며 공부하는 내 모습을 보며 장하다고 하면서

설거지도 방 청소도 솔선하여 도와주고 격려해주었던 남편에게 미안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할 걸.

그러나 난 최선을 다하였으니 더 미련은 없다.

하고 마음 먹어놓고는

매일 기분이 가라 앉고 웃음기가 사라지고

두달만에 담근 김치도 맛을 내지 못했다.

모든게 쓰디쓰기만 했다. 

 

남편은 내게 바깥 바람을 쏘여야 한다며 

여름에 개통했다던 다리도 구경시켜주고

바다로 산으로 데리고 다니는데 통 즐거운 기분이 들지 않았다.

나는 한 발 물러서 내 나이를 보았고 내 능력을 깨달았다.  

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자신있었는데. 

그런데 시험은 만만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답들이 집에와서 다시 문제를 보니 훤하게 보이는건 무슨 조화였을까? 

할 말을 잃었다. 그때부터.....

 

거의 3주일을 무의미하게 지내고 있는데  지난 일요일이었다.

남편이 인터넷으로 바둑을 두자 해서 알았다며

안방과 거실에서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아 서로의 아이디를 찾아 만났다.

댓글로 대화를 나누고 처음엔 호선으로 시작하였다.

이틀만에 다섯점까지 올라가자 남편은 못 두겠다고 손 들었다.

그럼 그렇지. 역시 컴퓨터는 정직해.

우리의 기력 차이를 정확하게 가려주니까.

30년을 맞바둑친구라고 우기던 남편을 이겨서라기보다

이렇게까지 내 기분을 전환시켜주려는 남편의 사랑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졌다.

비록 자격증은 못 땄지만 나를 위해주는 가족이 있어서 다시 희망을 가져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