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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너무해


BY 그대향기 2012-11-20

 

 

 

 

이번 주 금요일, 그러니까  11월 23일은 외손녀의 첫돌이다.

딸은 벌써 몇달 전부터 외손녀의 돌잔치 준비로 마음이 분주했다.

그 날 오시는 분들의 답례품을 뭘로 할지 카톡으로 문자로 급기야 우리집 컴퓨터로 ...

묻고 고르고 또 고치기를 여러 번

기념타올이 되었다가, 예쁜 접시가 되었다가, 부부 커피잔이 되었다가...

나는 차라리 건강식품으로 하자면서 시골 방앗간에 부탁해서 햇곡식을 골고루 담아 드리자며

딸에게 권유해봐도 딸은 먹어 없애는 선물보다는 두고두고 외손녀 돌 기념은 남기자며 거절을 했다.

수십 수백번의 검색을 해 봐도 가격대비 마땅한 선물이 없다며 투덜거렸다.

 

그러기를 여러 날

점점 날씨가 추워지는만큼 간단하게 차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릎담요가 드디어 낙찰이 되었다.

가격대도 만족스럽고 디자인이나 색상도 대체로 만족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나는 우리 지방에서 나는 양파국수나 찹쌀현미, 검정콩 같은 잡곡을 하고 싶었는데 절충을 하지 못했다.

시골방앗간에 부탁해서 햇곡식으로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곱게 포장해서 선물해 드리고 싶었지만

딸은 먹고 없애버리면 그만이라고 한사코 마다했다.

뭐 내딸 돌이 아니고 지딸이니 어쩌겠어?

 

외손녀 돌잔치에 우리딸이 더 모양을 낼  조짐이다.

첫딸 돌잔치라고 드레스도 커플로 입는다며 살빼기 작전에 들어간지 오래다.

모유수유가 실패로 돌아간 딸은 임신중에 찐 살이 쉽게 빠지지 않았다.

전에 입던 옷들이 다 뺑뺑해져 버렸다.

팔뚝살도 나만큼 튼실해졌고 두리뭉실 몸매가 다 망가져 버렸다며 징징거리더니

어느 날 집에 왔는데 뒤태가 살아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앞태도???

 

눈물없이는 못 듣는다는 그 지독한 다이어트를 한 모양이다.

임신 전에 입었던 옷이 쑥~쑥 ~들어가고 바지도 헐렁하게 여유가 생겼다.

애 키운다고 잠이 부족해서 여기저기 생겼던 뾰루지도 들어가고 피부까지 맑아졌다.

드레스 입을 몸매가 다 되어간다며 딸은 행복해 했고 만족한 모양이다.

그러면서 엄마가 그날 뭘 입고 오실건지 물었다.

\"나? 저번에 서울 갈 때 입었던 호피무늬 투피스 입고 갈까 생각중인데 왜?\"

너무나 평범하게 대답하는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딸이 반박을 했다.

\"그 투피스는 안돼요. 그 날 엄마가 튀면 안되잖아요~

 다른 옷 뭘 입을건지 제가 검사할거니까 그리 아세요.\"

 

에엥????

외손녀 돌잔칫날 외할머니가 주인공보다 튀면 안된다~~~

아니아니..

내 딸보다  더 튀면 안된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 내딸 맞아?

다른 집 딸들은 엄마 이쁘게 해서 나가라고 그런다는데 너는~~~

몇벌 있지도 않은 엄마 옷을 가지고 입지마라라니~`

 

\"그럼 엄마 흰 남방에 까만 조끼 걸치고 갈까?\"

이 차림은 저번에 다른 집 결혼식 때 입고 간 걸 딸이 아는 옷차림이다.

좀 긴 흰 남방에   뒤가 반전이 되는 옆으로 파인 까만 면조끼다.

\"그러세요. 그 옷이라면 무난하겠네요.\"

나는 그러는 딸이 귀엽기만하다.

행여나 친정엄마가 주책없이 호피무늬 투피스를 입고 돌잔치 마당을 휩쓸고 다닐까 봐

옷 검사까지 해 대는 딸이 야속하다기보다 절로 웃음이 나도록 귀엽다.

 

이제 돌잔치까지 이틀 남았다.

그 동안 딸은 몇날 며칠 밤잠을 설쳐가며 성장동영상을 만들고 성장앨범을 손수 제작하는 열정을 보였다.

평범한 것을 싫어하는 엄마 덕에 멋진 앨범에  더 멋진 동영상이 제작된 것이다.

손재주가 남다른 딸은 급성위염까지 얻어가며 돌잔치를  준비했다.

마냥 철부지처럼 어려 보이더니 언제 이런 엄마가 되었을까나?

그날 딸 기겁하게 못 들은 척 하고 호피무늬 투피스 입고 갈까보다~ㅋㅋㅋ

그랬다가는 당분간 고 이쁘고 귀여운 외손녀 안 보여줄까봐 겁이 난다.

돌잔치하는 날에는 주인공인 애기가 가장 힘들건데 안 아프고 잘 놀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