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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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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거짓말을 !


BY 달꽃 2012-11-20

이제 한달남짓 남은 2012년! 난 자연의 소산물이고 이젠 이들이없으면 사는것 같지가 않다.

4월! 길을 가다 새순이 돋은 체로 버려진 고구마를 보았다. 썩은대로, 말란대로 싹을 틔워 뒹구는 모습이 귀엽고 예쁘 몇개를 골라 왔다. 컵, 깨진 그릇, 오래 된 머그잔, 큰놈은 페트병에 .\"내 옆에 온걸 축하해!\" 노래와 함께 환영했다. 퇴근 할 때 집으로 몇 개 가져와 꽂으려다 집 뒤에 있는 아주 작은 밭에 심어볼까? 생각이 들었다. \"열리면 먹고 안 열리면 해봤으니 후회없고\" 저녁도 안하고 팔을 걷어 부친 후 바로 작업시작. 주위의 흙을 끌어다 두툼하게 만들어 튼튼한 순을 짤라 왔다 갔다하며 본 것처럼 고구마심기를 흉내 낸 후 \"잘자라고 행복하렴 \" 기도와 함께 만들어줬다. 언제 오셨는지 엄마는 \"고구마가 되겠나? 하시고는 시금치를 들먹이셨다.

그늘이 많은 땅이라 몇 종류를 심어도 늘 늦게 커거나 안자란 경우가 많다. 그냥 재미로 고추며 가지며 토마토를 심어 놓고는 내버려 두고 감상으로 풍요를 느끼곤 했었다. 자식 커는 것보다 더 신기했으며 땅이 정말로 위대하기에 예수님도, 부처님도, 그 어떤 신도 땅에다가 비교를 할 수가 없었다. 저절로 자연예찬론자가 되어 적게 버리고 가능한 오염물질을 줄일려고 노력하느라 애들과도 많이 싸운다. 샴푸,린스 없이 머릴 감으라고 하니 얼마나 내가 밉겠는가? 언젠가는 너희들도 알 때가 있으리라. 내가 지금에야 깨달았듯이 ㅎ ㅎ ㅎ

비가 오고 햇빛이 뜨겁고 바람이 불어도 순은 안 커는 것 같았지만 죽지 않고 꼿꼿하게 자릴 지키더니 여름이 지나고 어느 날 ! 고구마 덩쿨이 되어 고추. 가지. 토마토를 감아 밭은 고구마 잎과 줄기로 물결을 타고 있었다. \"와! 얘네들 잘 노네 하며 \" 쭉쭉 뻗은 줄기와 잎이 얼마나 재밌는지..

줄기를 떼먹으려고 할머니께 물으니 알이 클려면 줄기를 그대로 두라고 하여 \"게으른 자에게 복이 있나니!!\"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들은 쑥쑥 지나갔다. 11월 주위 밭에 고구마들은 없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제는 해야 겠다 생각하며 \"컸을까? 있을까? \" 아침부터 밭에 나가 줄기를 치우니 두둑둑하며 뿌리가 올라오고 밑에서 고구마가 얼굴을 살짝 내밀고 햇살에 웃고 있다.

\" 야 ! 너 있었구나. \"반가워 한참을 이리저리 보고 근데 하얀 고구마다. 시장에서 본 거랑 달라 무우일까? 종자가 다른 고구마겠지! 여기며 줄기를 다 치우고 손으로 파니 큰놈. 작은놈. 부러진놈. 깊게 숨어 안 나오려다 호미에 찍힌 놈. 새끼를 달은 놈. 뿌리로 늘씬한 놈... 기가 찬다. 순을 짤라 묻어주고 시간이 가고 어쩌다 들리면 위안을 얻고 내가 해준 것이라곤 없는데 이렇듯 좋은 열매가 되어 선물을 준다. 멸치상자로 한통정도 되지만 몇 가마보다 더 풍요롭다.

 

아들을 불러 보여주니 시큰둥! \"맛없어보여요\" 3층에 올려 놓으라고 하니 무겁다며 낑낑거리는 척을 한다. 아침에 캤더니 젖어있다. 햇볕에 말린 후 상자에 담아 실내에 보관해야 한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사진을 찍고 첫 수확 고구마를 기념하리라.

땅은 이렇게 큰 거짓말을 해서 사랑으로 돌려주는데 우리는 땅을 짓 밞고. 숨기고. 뭉개고. 뒤집고 , 엎고

고구마를 보니 살아온 삶들이 보인다. 작을 때 , 클 때, 찌그러졌을 때, 둥글었을 때, 파였을 때, 예쁠 을 때, 차였을 때, 안겼을 때 .... 살아 갈 날도 이렇겠지만 땅처럼 많이 주는 사랑을 하며 살아야겠다. 감사로♥♥♥ 고구마야!! 큰다고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