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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의 퇴원


BY 시냇물 2012-11-14

 

지난 토요일 무려 47일이나 입원해 치료를 받던 손녀가 퇴원을 했다

두 번에 걸친 피부이식 수술을 받고 계속 치료를 받았는데

상처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 통원 치료도 가능하니

퇴원을 한 것이다

 

그동안은 상처 치료 할 때 딱 한 번 내가 데리고 들어간 적이 있어

상처를 본 적은 있는데 막상 치료가 끝났다니 지금 상황은

어떨지가 궁금하면서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화요일에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전날인 월요일에 우리집으로

데리고 왔다

큰딸램의 품에 안겨 들어오는 손녀를 보자니 가슴이 뭉클하면서

안쓰러움이 한꺼번에 교차하였다

 

병원엔 있을땐 왼손에 방망이 만하게 둘둘 붕대가 감겨 있어 몰랐는데

얇은 붕대만으로 씌워진 왼손을 보니 내 가슴이 다 아픈 것 같았다

혹시나 기어 다니다가 그 손을 어디 부딪치지는 않을까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래도 오랜만이라 신기한지 여기저기 기어다니며

궁금한 것들을 만지느라 정신이 없다

그걸 보니 역시 아기는 아기인가 보다 싶었다

 

그동안의 습관때문인지 아직 왼손은 잘 안 쓰려고 무얼 주면

꼭 오른손으로만 받고 주로 오른손을 많이 사용한다

아마도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탓인 것 같다

 

기저귀를 갈면서 보니 양쪽 엉덩이에도 피부를 떼어낸 흔적이

빨갛게 아직 다 아물지 않아 기저귀 갈 때 아프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딸램의 말로는 퇴원하기 전에 오른쪽 엉덩이를 기저귀 가는 사이에

손으로 긁어 아직 새 살도 돋기 전인데 그만 깊은 상처가 생겨

피가 줄줄 흘러 깜짝 놀라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입원 기간이

그만큼 더 길어졌기도 하고, 상처가 아물어야 안심을 할 수 있기에.

새 살이 나느라 많이 가려운 모양이었다

 

에구 말도 못하는데 얼마나 가렵고  또 상처는 얼마나 아팠을까?

 

딸램이 손녀 손의 상처에 수시로 약을 발라주는데 붕대를 벗긴 걸 보니

나도 모르게 쯧쯧쯧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만큼 손녀의 왼손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저려왔다

피부 이식한 왼손등의 반은 아직도 뻘겋고, 가운데 손가락부터

새끼 손가락은 많이 부어 있고, 손목 복숭아뼈에도

피부이식을 하였기에 거무스름한 색깔이고, 손바닥 역시 곰발바닥 모양

두껍게 되어 있었다

 

고사리 같고, 단풍잎 같이 예뻤던 그 손이 이 지경이 되고보니

날마다 약을 바를 때마다 그걸 보는 딸램의 가슴이 얼마나

아플까 싶어 손녀가 손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잡아주고 있는

나 역시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였다

 

의료진의 실력이 아무리 좋다한들 어찌 조물주가 처음에

만들어준 그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단 말인지.

그렇지만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치료에 전념을 할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우리 인간은 미약한 존재임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런데도 내 힘으로 무엇이든 마음 먹은대로 할 수 있다고

자칫 교만함을 지니지는 않았던가 나 자신을 되돌아 보니

부족함이 너무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통이 아무리 크다한들

고통을 고통으로만 받아 들이지 않는 성숙함도

아울러 갖게 되었다

사람을 대하든, 자연을 대하든 겸손함이야말로

우리가 누구나 지녀야 할 덕목이 아닐까 싶기에.

 

손녀가 비록 눈에 띄는 커다란 상처는 생겼지만

크나큰 사랑으로 치유가 되어 밝고 환한 웃음 잃지 않도록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 더욱 커졌다는 생각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어 잘 극복하기를 비는 마음이

그 어느때 보다 간절하기만 하다

 

은재야,

크나큰 아픔 잘 견디고 이겨내어서 너무나도 고맙구나

이제는 너의 몸도 마음도 그저 예쁘고 건강하게 잘 자라만 다오

사랑한다 깊이깊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