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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없는 아침밥


BY 달꽃 2012-11-14

잊을 수 없는 아침밥

 

바람을 따라 날리는 나뭇잎들을 보니 생각이 난다. 며칠 전 비가 오는 일요일 아침, “남산에 운동하러 가자”는 문자를 넣고 조금 있으니 “같이 갈께요” 하는 학부모님의 답신이 왔다. 우산 하나로 어깨를 부딪히며 남산을 향하여 걸음을 옮겼다. “7시쯤이고 비가 와 우리만 있을거야 ”하며 올랐는데 벌써 다녀오시는 분, 우산을 들고 조용히 오르는 분, 비를 맞고 뛰어 내려오는 분 .... 남산은 항상 많은 이가 찾는 곳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우산위로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아름답다며 사진을 찍고 이미 떨어져 쌓여있는 길가의 몸짓을 보고 웃고 희미하게 비속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산들의 실루엣에 반해서 서고! 일주일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나누느라 입은 쉬지 않고 남산 길은 두여자의 수다를 듣는다고 신났다.

팔각정을 지나고 다리를 건너 캠핑장까지 내려갔다. 비속에서 아침을 여는 캠핑족들의 모습, 라면 끓이는 냄새, 김치찌개 향기를 맡으니 “아! 배고프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집을 향했다. 철둑을 따라 해안도로를 지나 해양경찰서를 스치고 읍 쪽으로 오면 옹기종기 집들이 있고 도로 쪽으로 아름드리 꽃들이 넝쿨로 낮은 담을 넘어 웃고 있다. 발걸음을 멈추고 꽃에 반해 말을 걸고 답을 했다. 몇 초가 흘렀나? 뜨거운 시선에 고개를 들어보니 창 안쪽에서 할머니가 우릴 지켜보고 있었다. 흠칫! 안녕하세요, 운동 갔다가 꽃이 예쁘 발걸음을 잡혔어요. 괜찮지요? 하니 “내가 꽃을 좋아해서 심어놨지”, 하시면서 아래위로 꽃무늬가 가득하신 옷을 입고 미소를 날렸다. 꽃 인줄 알고 본 것은 아주 작은 꽃모양의 고추다. 하나를 따서 주시며 내년 봄에 시를 뿌려 자라면 나눠서 키우라고 하셨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집안도 좋은데....”라며 말끝을 흐리시기에 “볼까요?” 하자마자 현관문을 열어준다. “혼자 사시니 외로우신가 보다” 라는 생각은 어긋났다. 작지만 쓸모있게 부엌, 안방, 욕실,다용도실,창고가 있다, 40년 넘게 살면서 이사 안가고 집을 수리하였다며 작은 앞마당을 나눠 잔디를 깔고 정원을 만들어 지혜와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가스에는 찌개가 끓고 상에는 반찬 가지가 놓여있다.

“먹어봐도 되요” 하며 내손은 빨갛게 잘 익은 총각김치 하나를 들고 입으로 쏘옥. 손님이 오기로 했다며 아침을 함께 먹기 위해 기다리며 정성껏 준비를 하신다. “나도 나중에 저런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여야 겠다” 라는 순간 배속이 꼬르륵! 용기를 내어 “할머니! 우리 밥 좀 주실래요? 정말 맛있어 보여요” 하니 반찬이 없는데 하며 “그럼 좀 기다려 함께 먹지” 흔쾌히 허락을 하신다. 아! 축복 받은 아침이다. 조금 있으니 손님이 왔는데 몇 살 아래고 언니, 동생으로 지낸다며 인사를 나눴다. 순식간에 만난 4여인? 알찬 밥상을 중심으로 둘러 앉아 밥을 먹었다. 고성은 좁다. 얼굴을 보시며 시간이 좀 흐르자 함께 간 학부모님을 알겠다며 서로 옛날 얘기로 꽃을 피운다. “이렇게 다시 만나네” “과거에 잊을 수 없는 착한 사람이었다.” 며 병산에도 놀러오라고 하시며 주소를 알려준다.

난 천천히 밥을 먹으면서 세 사람의 아침사연을 듣는다. 밥은 칭찬이 되고 웃음이 되며 아픔이 되어 화려한 무대가 되었다. 처음이지만 딸 같고 며느리 같아서 좋다며 비오는 날은 집에 있으니 언제든지 놀러 오라고 하셨다. 우린 뜨겁게 포옹을 하고 아쉽게 나오려는데 벽에 걸린 시계가 눈에 들어오는데 멈춰있었다. 두 분 할머니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아침 밥 참 맛있었습니다. 비야 언제 올거니? . 건전지를 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