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규의 시월의 어느 멋진날 노래가 울려퍼진다.
시월의 마지막날이 내일이니 오늘 또한 시월의 어느 멋진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조금전 양손으로 들기에도 버거운 한아름 큰 박스의 택배선물을 받았다.
어쩌면 이 선물도 받을 날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며 이 날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짠했다.
예전에도 매번 철따라 이런 선물을 받아왔었지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걸 보면 나도 나이가 들었고,
부모님의 나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나보다.
박스 겉에 낯익은 아버지의 필체를 대하는 순간...그 또한 예전같지 않은 느낌.
필체는 여전히 힘있고, 단정한 명필이지만, 어느새 칠순이 내일 모레다.
늘 무뚝뚝하시고, 표현이 없으시지만, 몇십 킬로그램의 박스를 오토바이에 싣고 우체국에 가셔서 택배를 부치셨을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평생 딸자식들의 뒷바라지만 하시다 어느새 노년의 삶이 얼마 남지 않으신걸 생각하니 맘이 아프다.
지금도 무능력하신 아버지를 가끔 떠올리며 엄마의 삶을 안타까워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의 삶 또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이다.
나와 우리 자매들의 필체와 감성, 문학적인 소양들이 아버지에게서 많이 물려받았음을 알기에 아버지의 재능이 늘 안타깝다.
부모님이 손수 다듬어 보내주신 잔파, 싱싱한 무, 감, 고추, 호박, 고추장, 씨레기 덩어리, 팥,
딸아이 기관지에 좋다는 도라지 등
정성이 가득 담긴 가을날의 선물이 그 어느때보다 내 마음을 짠하게 하는
어느 시월의 아름다운 날 오후....
해마다 아니 영원히 가을이면 이런 선물들을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