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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915

가을 앞에서..


BY 꼬뿌니 2012-10-23

어제 일이다.

핸드폰이 울리기에 들여다보니 발신자가 \"옆지기\"였다.

난 아주 오래전부터 남편이란 사람을 그리 칭하고 있다.

내 옆에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사람,앞으로도 옆에 오래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뜻이다.

통화버튼을 누르니 \"어디야? 한다.

\"어디긴? 집이지..\" 대답하니, 지금 퇴근해서 병원들러 주사맞고 바로 귀가할 참이란다.

시계바늘이 2시 4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몸살기가 있는거 같다며 출근을 했었는데..아마도 참기 힘들만큼 아픈가보다.

일과 도중에 들어온 적이 없었던 사람이니 말이다.

이젠 그도 늙어가는게 느껴진다.

인생나이로 따져봐도 완연한 가을인데..

그동안 별스럽지도 않게 살아오면서 그것조차 참 퍽퍽했지 싶다.

늘 쉬지않고 숨가쁘게 달려만 온 것 같은데..

변함없는 그 자리, 달라진 것 없는 빈손이 억울해서, 투정도 서슴지 않았고 바가지도 긁었었다.

슬며시 미안함이 고개를 든다.

옥장판을 미리 꽂고 온도를 좀 올려두고 이불을 펴놓았다.

식후 30분에 약을 먹으라는 설명에 서둘러 식사를 준비해 주니

한술 뜨고 잠속으로 들어갔다.

30분 후 약을 챙겨주고 옆에 앉아 책을 보려하니

감기 옮는다고 저리 가라한다.

까짓 감기쯤  옮겨오면 어떠한가..

하지만 불빛이 숙면을 방해할수도 있으니 거실로 나가주자 .

.

.

 

밖엔 제법 비다운 굵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비 그치고 나면 기온은 한결 떨어지고 가을은 저만큼 뒤로 물러나 있겟군아.

그렇게 나의 마흔아홉 가을도 서서히 뒷모습을 보이겟군아..

와있는 가을을 즐기지 못하고 아직 오지 않은 겨울나기 걱정이라니...

이러는 내가 정말 마음에 안든다.

유독 손발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타는 탓에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친정엄마께서는 한약이나 약초달인 물을 챙겨 주시곤 했었다.

바람이 차가우니 외출할 일 있으면 옷 따시게 입고 나가라고 전화도 주셨었는데..

이젠 다정한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고 휑한 바람소리 뿐이다.

내게 그런 엄마가 계셨던 것처럼 저사람도 그런 어머니의 귀한 아들 이었을텐데..

거짓공약으로 결혼해서 이제껏 지켜진게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더 잘해야 한다며

그동안 탐관오리(?) 노릇에 여념이 없었던 내가 아니었던가.

말로만 \"옆지기\"라 했을 뿐,

실상은 영원한 남에 편의 줄임말  \"남편\" 이란 생각을 바닥에 깔고 왔던건 아니었을까?

불혹의 나이에 이르면 자기얼굴 표정에 스스로 책임을 질수 있어야 한다 들었는데,

보톡스 한방으로 세월의 흔적을 지워주지 않겠냐고 타박이나 했었다.

자연은 가을이 되면 그 빛깔과 향기가 깊어지는데..

하물며,만물의 영장인 나는? 만감이 교차한다.

그래도 대견할만큼 열심히 살았으니 이젠 좀 쉬어도 미안하지 않아..

탐관오리 노릇은 그만하고, 그에게도 잠시 휴식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진다.

 

 

 참고로 요즘 먹고 살기 힘들다 보니,

결혼한 여자를 오리에 비유하는 유머가 항간에 유행이라나 뭐라나?...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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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오리

돈벌어 오라고 바가지 긁는 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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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관오리

직장 다니며 일 이백은 버는 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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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

직장에서 연봉 1억이상을 버는 여자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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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오리

용돈을 줘가며 바람피는 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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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 오리... 라고 한다네요.(-어느 카페 유머방에서 퍼온글-)